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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김상희 의원, (사)자원순환사회연대 주최로 '주부의 고민! 음식물 감량기기 사용해도 과연 괜찮을까'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0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김상희 의원, (사)자원순환사회연대 주최로 '주부의 고민! 음식물 감량기기 사용해도 과연 괜찮을까'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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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300석)엔 빈 자리보다 든 자리가 많았다. 시작도 하기 전 일찍부터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었다.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토론회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지난 10일(수) 민주당 김상희 의원실과 (사)자원순환사회연대가 마련한 '주부의 고민! 음식물 감량기기 사용해도 과연 괜찮을까'가 이날 토론회 제목이었다.

최근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시장은 업체 숫자 40여개, 시장규모가 3000억 원대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2년 뒤 2조 원 시장으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다. 지난 5월 옥션이 방문객 2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성들이 뽑은 혼수품 1위로 음식물 처리기가 뽑히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와 울남 남구가 '신축하는 단독·공동주택에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기기 설치 의무화' 조례를 만들고, 최근 시흥시가 관련 조례를 의원발의로 개정·공포하면서 분위기가 확산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MBC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불만제로>가 7월 17일 "일부 음식물 처리기는 양문형 냉장고 한 대와 맞먹는 소비전력량이다. 몇몇 처리기는 악취도 심하다"고 고발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어 소비자원이 음식물쓰레기 불만사례를 공개하면서 "감량 성능이 기준 없이 부풀려 표시됐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도 의무설치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지자체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감량기 업체가 이번 토론회에 대거 참석하면서 관심을 보인 이유다. 음식물자원화협회쪽도 이번 토론회에 많이 참석했다. 음식물 감량화가 진행될수록 음식물자원화협회쪽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금 자원화시설 가동률은 76%. 24%가 놀고 있다는 뜻이다.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량이 줄어들면 운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다른 각 업체와 함께 음식물쓰레기 감량기 의무화 조례를 만든 지자체와 이를 막으려는 환경부 관계자 등 이날 토론회는 의견이 다른 이들이 참석한 가운데 문을 열었다.

"음식물쓰레기 먹인 돼지, 자식 먹일 수 있나"
"음식물쓰레기는 자원, 단순 쓰레기가 아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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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팀장은 지난 3-4월 서울, 인천 거주 주부 1459명(1차), 7월 빌트인(Built-in, 일체형) 방식 음식물 쓰레기 건조기 설치 아파트 거주 주부 1307명(2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중 2차 조사대상자 중 건조기를 사용한다는 비율은 10%도 안됐다. 91.2%는 지금 건조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번거롭고 귀찮다' '소음과 악취' '전기료' 등이 나왔다.

건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나타났다. 아파트의 경우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이 세대별로 일괄 부과되기 때문에 음식물 건조기 사용 가정도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을 내야 한다. 즉, 이중 부담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33%는 건조한 음식물쓰레기를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리고 있어 음식물쓰레기 매립금지 정책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팀장은 대상자 중 71%는 음식물감량기기를 빌트인 방식으로 설치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고 말하며, "빌트인 방식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하고, 법적 금지가 불가능할 경우 소비자 권리찾기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응은 종합토론 시간에 그대로 나타났다. 객석 토론자로 나온 서초구청 직원은 "그동안 환경부가 오락가락했다"며 "자문 변호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빌트인 설치 의무화는 위헌 소지가 없다"고 환경부 의견을 정면에서 맞받았다. 이날 토론회 자리엔 환경부 박응렬 생활폐기물과장이 발표자로 나와 있었다.

이후엔 감량기기 업체 관계자들이 발언을 이어나갔다. 조재일 루펜리 상무는 "72시간만 지나면 음식물쓰레기 90% 이상이 수분으로 분해가 되는데 무슨 자원화냐"면서 "시장에 공공이 개입해선 안된다"면서 이날 토론회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영호 에코웰 대표는 "우리는 자유시장주의다. 공산주의가 아니다"라면서 환경부와 시민단체가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량기기 문제는 인프라가 제대로 안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은 규제가 아니라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범석 음식물처리기협회 사무총장은 "음식물쓰레기를 먹인 돼지가 식탁에 올라왔을 때 과연 자식에게 먹일 수 있겠느냐"면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이 외에도 오클린, 청정바이오, 오린 등 감량기 업체 관계자가 올라와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문제가 터진 것은 배삼준 가우디환경 대표이사가 올라왔을 때. 배 대표는 "음식물쓰레기 90% 이상 자원화라는 정부 발표는 모두 거짓말"이라며 "가전제품 쓰느냐 마느냐를 국가가 나서서 개입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방청석 일부에서 언성이 높아졌고, 결국 욕설까지 오가는 상황이 빚어졌다. 한 방청객이 토론장까지 나와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가면서 토론장 분위기는 상당히 험악해졌다.

이후에도 감량기 업체 관계자들은 사회자에게 계속 발언을 신청했지만, 분위기 격앙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 중 상당수가 퇴장했다.

음식물폐기물자원화쪽에선 임근송 음식물폐기물자원화협회 대표가 나왔다. 임 대표는 10여년 전 100여개 감량기기 업체가 난립했던 상황을 끄집어냈다. "당시 학교 등에 대대적으로 보급했지만, 얼마 못 가 사라졌다"면서 "지금 상황이 그 때와 비슷하다"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감량기가 과연 친환경적인지 아닌지 소비자들이 헷갈려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감량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환경부 "음식물 감량기는 쓰레기 감량화 정책과는 관계 없다"

종합토론시간에 한 방청객이 발언을 하고 있다.
 종합토론시간에 한 방청객이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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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는 음식물쓰레기를 바라보는 갖가지 시선이 뒤섞인 채 진행됐다.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에 대해 '된다' '안된다'가 맞섰고, 감량기에 대해선 '친환경이다' '반환경이다'가 맞섰다. 감량기 의무화 조례 제정에 대해서도 '위헌이다' '위헌 아니다'가 부딪친 데다, 환경문제에 대한 정부 개입에 대해 "당연한 일" "정부 월권"이라고 팽팽하게 대립하며 결론을 맺지 못했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홍수열 팀장은 "과열 경쟁에 따른 과다 광고, 의무설치에 따른 소비자 선택권 박탈 등의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감량기를 없애자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분위기가 격앙돼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환경부 박응렬 과장은 "정부가 말하는 감량화 정책은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자는 뜻으로 이미 발생된 것을 줄이자는 뜻이 아니"라면서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가 정부 감량화 정책과는 거리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정부의 감량화 정책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태그:#음식물감량기, #음식물쓰레기, #김상희의원, #자원순환사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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