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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뉴욕·애틀란타·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고승일 김현재 안수훈 최재석 김성용 특파원 = "존 불라가 주니어, 크리스티앙 레겐하트, 캐슬린 헌트…."

 

미국 시민들은 9·11테러 7주년인 11일(현지시각) TV에서 흘러나오는 테러 희생자들의 이름을 들으며 여느 때와는 다른 숙연한 아침을 맞았다.

 

테러리스트들의 타깃이 됐던 워싱턴의 펜타곤에서,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에서, 남동부 애틀랜타를 시작으로 북서부 샌프란시스코에 이르기까지 살아남은 자들은 무고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그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반기로 내걸린 성조기와 미국 국가, 눈물과 포옹, 기도와 묵념으로 상징되는 하루였다.

 

올해 9·11 추모식은 정치적으로는 대선과 맞물려 있고, 펜타곤에 처음으로 추모시설이 건립됐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대선 과정에서 어느 때보다 '애국심'이 강조되고 있는 점도 이번 9·11에 언론과 세인의 시선을 붙들어 맨 듯하다.

 

워싱턴 D.C.에서는 9·11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첫 추모공원이 조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 희생자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행사장에 울려 퍼진 '어메이징 그레이스' 백파이프 연주는 분위기를 숙연하게 했다.

 

부시 대통령은 "펜타곤 추모공원은 184명의 무고한 영혼을 영원히 기리게 될 것"이라며 "이 추모공원이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곳에서 유족들께서 조금이나마 평안을 찾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테러 공격 당시 펜타곤의 수장이었던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은 "우리는 여기서 숨진 동료와 친구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테러범들의 공격이 미국에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싱턴 D.C.에는 백악관을 비롯해 워싱턴의 관공서와 호텔 등 주요 건물에 성조기가 반기로 게양됐다.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 엄수된 추도식은 테러범들이 납치한 비행기가 무역센터 북측 타워에 충돌한 오전 8시46분, 남측 타워에 충돌한 9시3분, 남측과 북측 타워가 각각 붕괴된 9시59분과 10시29분 등 4차례에 걸쳐 추모의 종 타종과 함께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과 희생자 이름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낭독에 참여한 210명의 낭독자 가운데는 당시 숨졌던 전 세계 90여개국 출신 2751명의 희생자를 대표하는 다양한 민족의 유족 대표와 학생들이 포함됐다.

 

블룸버그 시장은 "그날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작됐지만,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일로 끝났다"고 회고한 뒤 "죽음은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상심을 남기지만, 사랑은 누구도 훔칠 수 없는 기억을 남긴다"며 유족을 위로했다.

 

월가에 위치한 뉴욕증권거래소는 이날 개장에 앞서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갖고 먼저 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애틀랜타 시내의 조지아텍 대학생들은 캠퍼스 중앙의 스킬레스 잔디광장에 9·11 테러 공격 희생자를 상징하는 2977개의 성조기를 꽂아놓고 추모식을 가졌다.

 

조지아주 로런스빌에서는 귀넷 카운티 소속 경찰·소방관 및 보안관으로 구성된 의장대가 참가한 가운데 오전 10시께 카운티 법무센터 앞에 있는 전몰영웅기념관에서 추모식이 거행됐다.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도 이날 낮 시민회관에서 초등학생에서부터 퇴역군인까지 수백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9·11테러 희생자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이 열린 장소 주변에는 당시 테러로 파괴됐던 세계무역센터(WTC)의 잔해와 테러후 화재진압에 나선 소방차, 소방관들의 배지와 제복 등이 그날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전시됐다.

 

또 '항공모함 미드웨이 박물관' 선상에서는 9·11테러로 숨진 모든 구호요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당시 테러에 이용됐던 비행기인 아메리칸에어라인과 유나이티드에어라인의 대표들도 참석, 숨진 승무원들의 이름을 부르며 추모했다.

 

실리콘밸리 전문지인 <새너제이 머큐리뉴스>는 이날 오전 9시 11분(현지 시간)을 기해 9·11 테러를 추모하는 특집 토론방을 개설, 9·11 테러의 경험담과 주변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해 관심을 끌었다.

 

토론방이 개설되자마자 '희생자를 기리고 조국을 잊지 않겠다'는 내용과 '현 정부가 테러에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하는 등 다양한 의견을 담은 글들이 수백건 이상 쇄도했다.

 

이런 전국적인 추모 물결 속에서 대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공화당 존 매케인,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는 이날만큼은 '일시 휴전'에 들어갔다. 이들은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해 유족을 위로한 뒤 헌화, 묵념했다.

 

매케인 후보는 부인 신디 여사를 대동했으나, 오바마 후보는 미셸 여사 없이 혼자 그라운드 제로를 찾았다. 두 후보는 양당의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회동했지만,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정도에 그쳤고 시종 숙연한 표정으로 9·11 희생자들에 대한 예를 갖추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매케인은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항공기가 추락해 40명의 희생자를 냈던 펜실베이니아를 방문, 추모행렬에 동참하기도 했다.

 

   ksi@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9.11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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