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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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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숙

사랑 꽃위에 살포시 앉아 구애를 하고 있는 호랑나비들의 사랑놀이입니다. 사랑한다고 속삭입니다.
▲ 사랑 꽃위에 살포시 앉아 구애를 하고 있는 호랑나비들의 사랑놀이입니다. 사랑한다고 속삭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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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쯤이 되면 들판 어디를 가나 호랑나비들의 너울너울 춤을 추는 아름다운 춤사위를 들여다 볼 수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꽃 근처에 앉아 있어도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카메라를 가까이 갖다 대면 잠깐 날아갔다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옵니다.

참나리가 피어있는 곳에서는 참나리와 호랑나비의 옷 색깔과 꽃이 비슷하기 때문에 보호색처럼 위장하여 꽃과 함께 데이트를 하고 벌개미취 꽃에는 은은한 보랏빛 꽃에 취해 춤을 추고  붉은색의 백일홍에는 정열적인 색깔에 반해 춤을 추고 있지요. 꽃 근처에 지긋이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 앉았다 날아갔던 호랑나비가 다시 되돌아와 살포시 꽃잎위에 앉아 부지런히 꿀을 따고 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유혹하는 가을 벤치에 앉아 백일홍 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다소곳이 앉았습니다. 근처에 앉아 조용히 숨 쉬고 있는 저를 의식하지 않고 앉아 제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쯤에는 나비든 잠자리든 한곳에 오랫동안 앉아서 묵묵히 할 일을 하곤 하지요.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또 다른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옵니다. 아마도 구애를 하기위해 예쁘게 꾸미고 좀 더 섹시한 포즈로 주위를 맴돌며 유혹을 하고 있습니다. 앉아있던 다른 나비가 황급히 달아납니다. 제 짝으로 잘 어울리는지 지켜보는 중인 것 같습니다.

잠시 뒤 날아갔던 호랑나비가 되돌아옵니다. 좀 더 붉은빛의 백일홍 꽃에 앉아 유혹을 합니다. 다른 한 마리가 멋진 날갯짓을 하며 주위를 한 바퀴 돌더니 가까이 다가갑니다. 자연의 순리란 참으로 오묘합니다. 서로 바라봅니다.

작은 미물도 제 짝을 찾아 기뻐하며 온갖 춤사위를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그곳에서 또 다른 잉태를 위해 새로운 창조 사업을 한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경이롭게 다가옵니다.

꽃에 앉아 부지런히 움직이는 나비를 관찰하며 사랑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나비가 사랑놀이 하는 것을 훔쳐보던 저는 갑자기 나비가 먹고 사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가끔 보면 오랜 시간을 나뭇잎이나 푸른 풀잎에도 앉아 있곤 하기에 집으로 돌아와 사전을 찾아봅니다. 먹이식물로는 귤나무·좀피나무 산초나무·황경피나무 등의 잎을 갉아먹는데, 특히 어린 귤나무를 좋아하기 때문에 귤을 생산하는 농장에서는 피해가 심하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모습 뒤에는 먹고 살기위해 피해를 끼치기도 하는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고추나무, 엉겅퀴, 누리장나무, 백일홍, 파리풀, 라일락, 산초나무, 솔채꽃, 파 등 여러 꽃에서 꿀을 빨아먹기도 한답니다. 암 암컷은 수컷보다 조금 크답니다. 암컷은 탱자나무, 귤나무, 산초나무의 잎 뒷면이나 줄기에 알을 1개씩 낳는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요즈음 황금 같은 추석 연휴 성묘를 가시거나 들판에 나가시거든 호랑나비의 아름다운 춤사위를 한번 들여다보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작은 미물에게서도 행복한 모습을 발견 할 수 있답니다. 잔잔하게 다가오는 작은 미소가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과의 윤활유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호랑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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