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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은 보지 못했지만 지도에 보니 그 외에도 관광 명소가 많았다. 바로 옆에 观海山公园(관하이샨꽁위엔)이라는 곳이 있었다. 일단 그 곳에 가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지도상에 나와 있는 길로 찾아간다고 찾아갔는데 결국 헤매기 시작했다. 분명 지도상에는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았는데 옆으로 가도 가도 길을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 순간 사람들이 나무 그늘에 앉아 밥을 먹거나 카드놀이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중국에 있는 공원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드디어 찾은 것인가! 허나 아무리 둘러봐도 공원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계속 앞으로 걸어갔더니 다시 저 앞에서 바다 냄새가 풍겨왔다. 무언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뒤를 돌아보는 순간 조각상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인민예술가라는 설명이 있었는데 아래에 있는 글자 중 '老'라는 글자가 눈에 팍 하고 박혔다.

 

 

다시 지도를 펴보니 ‘老舍公园'이라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인민예술가라는 말 아래 ’老舍先生'이라고 쓰인 것으로 보아 한 예술가를 기념하는 공원인 모양이었다. 이렇게 되면 원래 가려던 공원에서 많이 아래로 내려온 셈이었다.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다시 쟌치아오가 있는 바다 쪽이었다. 지도를 다시 들여다보니 쟌치아오 왼쪽으로 바다를 바라보면서 계속 내려가면 관광지가 꽤 많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바다를 보면서 쭉 걸으면서 자연스레 관광 명소를 만날 수 있는 길로 걸어가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그 첫 번째 목적지는 '天后宫(티엔호우꽁)'이었다. 지도상으로는 앞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되는 거리였는데 아무리 걸어도 보이지가 않았다. 게다가 조금 더 가니 길이 양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어느 쪽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안내판에 '小青岛公园(시아오칭다오공위엔)‘이라고 쓰인 길로 가기로 했다. 이곳만큼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앞으로 가다 보니 매표소가 보였다. 매표소 뒤로 ‘小青岛公园’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서 여기서 표를 사야 하는 모양이었다. 매표소에 가까이 가 살펴보니 160원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면서 머리가 띵해졌다.

 

표 값이 이렇게 비싸다는 말인가! 자세히 보니 가격을 안내해 놓은 곳에 배를 타고 가는 그림이 보였다. 고개를 들어 앞으로 보니 ‘小青岛公园’이 저 바다 건너에 있었다. 그렇다면 배를 타고 가야 하는 모양인데, 그래도 혼자 가는데 160원은 너무 비싸지 않은가.

 

 

“에이, 에이, 빨리 표 사!”

 

한참을 매표소 앞에서 고민하는데 표 파는 아주머니가 내 뒤 쪽을 가리키며 빨리 표를 사라며 재촉했다. ‘小青岛公园’에 가고 싶기는 한데 아무래도 가격이 너무 비쌌다.

 

“저기, 표 가격이 160원인가요? 너무 비싼데요.”

“아? 그건 모터보트 탈 때 얘기고, 큰 배는 30원이에요. 30원.”

 

이런, 짧은 중국어 실력 때문에 가격표를 제대로 못 본 것이었다. 여럿이 타는 배를 타면 30원이라는 것. 30원 정도면 탈 만 하다 싶은 생각에 돈을 건네며 아주머니한테 물어보았다.

 

“근데 그러면 ‘小青岛公园’에서 내려줘요?”

“거기 볼 것 없어. 배에서 한 번 보면 다야. 이거 타면 여기 여기 볼 수 있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 배를 타면 ‘小青岛公园’에 데려다 주는 것인줄 알았는데 그저 배 위에서 바라볼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지도를 보여주면서 배를 타고 볼 수 있는 곳을 가르쳐 주었다. 이건 뭔가 잘못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뭐, 그래도 일단 표는 샀고 배를 타면 유명한 곳을 많이 볼 수 있다니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다 싶어 배를 타러 갔다.

 

내 앞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줄지어 배를 타러 가고 있었다. 아까 매표소 아주머니가 뒤를 가리켰던 것이 단체 손님 오니까 빨리 표 사서 같이 배를 타라는 얘기인 모양이었다. 배를 타면 바로 출발하는 줄 알았는데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출발하지 않았다. 옆에 투어로 온 관광객들을 이끌고 온 가이드에게 한 관광객이 ‘언제 출발하냐?’고 묻자 ‘다음 투어 차가 곧 도착하는데 그 때 출발한다’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배에 사람이 가득 차야 간다는 얘기 아닌가! 처음에는 배에 앉아 맞는 바다 바람이 상쾌했으나 배에 오른 지 30분이 지나서도 출발하지 않자 점점 짜증이 밀려왔다. 금방 온다던 투어 관광객들이 기다린 지 30분이 지나서야 도차했다. 그제야 배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기분이 다소 상했지만 그래도 ‘小青岛公园’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점점 ‘小青岛公园’로 배가 가까워지는데 저 멀리서 버스가 한 대 보였다. ‘小青岛公园’에 연결되어 있는 길로 버스가 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차로도 ‘小青岛公园’에 갈 수 있는 모양이었다. 배가 ‘小青岛公园’에 가까워 더 자세히 보니 버스가 안에 서 있고 사람들이 ‘小青岛公园’에 내려서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도 이런 것을 원했는데, 매표소 아주머니한테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가이드 없이 혼자 온 내가 배를 타고 가면서 어디를 봐야 유명한 관광 명소가 있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결국 배를 타고서 본 것은 바다가 다였다. 갑작스레 무언가 울컥 하는 심정이 밀려왔다.

 

어쩐지 매표소 아주머니한테 속은 기분이 든 것이었다. 그러나 누구를 탓하랴. 애당초 배를 타면 ‘小青岛公园’로 가는 줄 알았던 내 잘못이 아니겠는가. 속이 뒤집힐 노릇이었지만 일단 매표소 아주머니에게 갔다. 분명 지도상으로는 '天后宫‘이 앞에 있었는데 오면서 찾지 못했기에 이 곳 지리를 잘 알 것이 분명한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아주머니 '天后宫‘ 어떻게 가요?”

“아, 저 뒤로 가면 되는데.”

 

아주머니가 가리킨 쪽을 바라보니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이럴 수가. 오는 길에 못 보고 지나친 모양이다.

 

“거기 문 닫았어. 문 닫았어.”

 

그런데 아주머니 옆에 있던 아저씨가 자꾸 옆에서 '天后宫‘이 문을 닫았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시계를 보았더니 아직 오후 4시도 안 되었다. 그런데 벌써 문을 닫다니. 그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아주머니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지금 '天后宫‘ 문 닫았어요?”

“일단 가 봐요.”

 

그래, 아저씨가 잘못 알았겠지. 아직 4시도 안 되었는데 문을 닫았을 리가 있겠는가. 그래서 다시 왔던 길로 쭉 돌아갔다. 그리고 그 길 끝에 왔는데도 '天后宫‘을 찾을 수 없었다. 그 길 끝에 앉아 있는 아주머니들에게 물어보니 앞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바로 저 앞이에요. 저 앞!”

 

뒤를 돌아보니 옛날 느낌이 물씬 드는 건축물이 하나 보였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꼭 무언가 공사 중인 곳 같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정말 공사 중이었다. 문 앞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보니 이 곳 역시 내부 수리 중이라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힘들게 걷고 또 걸어서 왔는데 성당도 '天后宫‘도 내부 수리중이라니! 매표소 아주머니 끝까지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다. 기운이 다 빠졌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일단 아래로 내려가 보자.

 

 

다시 해변 쪽으로 건너가려고 신호등 앞에서 한참을 기다리는데도 빨간 불이 바뀌지 않았다. 그 때 반대편 쪽에 서 있던 아저씨가 신호등 뒤로 가더니 무언가를 눌렀다. 그러고 나니 신호등 위에 몇 초가 남았다는 표시가 나오면서 얼마 후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예전에 보행자가 건널 때마다 신호등을 직접 켰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처음 보는 것이라 믿을 수가 없었다. 길을 건너고 나서 다시 해보고 싶었지만 교통 상황을 감안해 일단 참았다. 그리고 앞으로 쭉 걸어가다 다시 지도를 펼쳐 들었다. 다시 목적지를 잡기 위해서였다. 다음 목적지로 잡은 곳이 바로 '迎宾馆(잉빈관)‘이었다.

 

그 앞에서 물건을 파는 아저씨에게 “'迎宾馆‘에 어떻게 가요?”라고 물으니 다시 길 반대편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이런, 또 길을 잘못 든 것이었다. 그래도 아까 보았던 그 신기한 신호등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기쁘기도 했다. 드디어 아까 본 그 신호등에 왔는데 바로 내 앞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닌가!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내가 꼭 해보고 싶었는데!

 

 

 그래서 파란 불이 켜져 있었지만 건너지 않고 빨간 불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30초 정도를 센 다음 직접 버튼을 눌렀다. 어라, 그런데 파란 불이 바로 켜지는 것이 아니었다. 아까 아저씨가 켤 때는 10초부터 시작했는데 나는 50초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마 방금 전에 노부부가 버튼을 눌렀기 때문이었나 보다.

 

아무튼 그렇게 길을 건너고 나서 '迎宾馆‘을 찾아 또 다시 헤매기 시작했다. 한 아저씨가 길을 가르쳐주면서 교차로가 나오면 다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라고 했지만 교차로에서 '信号山公园(신하오샨공위엔)’이라는 간판을 본 순간 그 쪽으로 가야겠다고 결정해버렸다. 그 공원 바로 옆에 迎宾馆이 있다고 지도상에 표시되어 있기 떄문이었다.

 

그러나 간판이 가라는 쪽으로 한참을 가도 공원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드디어 마치 공원 입구 같은 곳을 발견했다. 열심히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어찌된 일인지 그 곳은 공원이 아니라 병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그래서 길거리에 상인들이 그렇게 많았던 것이다.

 

점심도 먹지 않고 내내 헤맨 까닭에 더 이상 돌아다닐 여력이 없었다. 이대로 여행을 포기하기에는 많이 허무했지만, 그래도 공원을 찾던 와중에 상점에서 비둘기 고기를 파는 광경을 보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을 본 것이 아니겠는가.

 

 

배도 고프고 힘도 들고 도저히 견딜 여력이 없어 택시라도 타고 시내로 가려 했는데 택시가 내가 있는 쪽으로 오기 힘들다며 승차를 거부하는 것이 아닌가!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다시 걷다 보니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정류장에 서는 버스는 한 대 뿐이었지만 다행히 시내로 가는 버스였다. 한참을 기다린 후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는 도중 그야말로 한숨이 푹푹 쉬어 나왔다.

 

이 버스가 가는 길마다 원래 가려고 했던 곳들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그리고 제일 처음 가고자 했던 방향으로 쭉 갔더라면 다 찾아갈 수 있던 곳이었기에 저절로 한숨이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벌써 버스에 몸을 실은 것을. 게다가 내려서 더 이상 여행할 힘도 없었다. 그렇게 다소 허무하게 칭다오 여행 두 번째 날이 저물어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다음 번에는 더 구체적이고 새로운 여행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5편에 계속-


#칭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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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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