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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 갖고 왔는데 두 끼 먹을 것 사고 나니 없네요. 이래 가지고 어떻게 살겠능교. 생선 한 마리에 만오천원하데요. 물가만 너무 올랐고, 월급은 안 올랐잖아요."

 

12일 오후 재래시장인 경남 창원 가음정시장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창원을)을 만난 한 주부가 한 말이다. 권 의원이 한 대답은 짧았다. "그래도 추석이잖아요. 힘내시고, 추석 잘 쇠세요"라고.

 

 

허리가 아파 치료를 받고 있는 권 의원은 손석형 경남도의원(창원4)과 이종엽 창원시의원과 함께 이날 시장을 둘러보았다. 권 의원 일행은 먼저 창원중부경찰서 지구대와 창원소방서 가음정119안전센터에 들러 근무 서고 있는 경찰관과 소방대원들을 격려했다.

 

소방대원들은 즉석에서 민원을 제기했다. 가음정119안전센터를 이전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 대원은 "재래시장 옆에 있어서 그런지 새벽에도 술을 먹고 고함지르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야간에 근무하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주변 여건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출동할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도로 가에선 과일상자를 쌓아 놓고 파는 주인을 만났다. 과일 주인은 "올해는 물건을 조금만 가져왔다"면서 "어제까지는 영 나가지 않더니 오늘은 조금 팔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과일가게 주인은 "대형매장에 비해 싸게 파는 데도 안 팔린다"면서 "사람들이 재래시장에 와야 팔든지 할 건데, 전부 백화점에 가고 오지 않으니 말이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백화점에 가면 현금이 없어도 카드가 되니까 외상을 하더라도 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사람의 손을 잡고 설명을 듣던 권영길 의원은 "재래시장에도 카드를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일가게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지나가던 사람들이 "권영길 아저씨다"며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시장 나온 사람들과 악수한다고 권 의원은 몇 걸음을 떼지도 못했다. 권 의원은 "어려워도 추석 잘 쇠세요"라며 인사했다. 명함을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대형매장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창원시청 옆에 롯데마트를 지을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다. 창원시는 아직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데, 롯데마트 측은 건설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현재 재래시장상인연합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책위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화장품 가게 주인은 "대형매장 때문에 재래시장이 장사가 더 안되는 거 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전에 창원시청에서 회의를 하는데 가보니까 한나라당 소속 창원시의원들도 몇 명이 있더라"면서 "민주노동당은 그 회의에 참석하는데 왜 한나라당은 없느냐고 따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매장들은 지방에서 돈 다 벌어 서울로 가져가 버리잖아요"라고 지적했다. 말을 듣고 있던 권영길 의원은 "창원에 더 이상 대형매장이 들어서서는 안되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대형매장을 규제해야 하는데, 정부도 말을 듣지 않고 귀족 정당도 말을 안 듣는다"며 "그래도 여러 사람과 단체들이 힘을 모아서 목소리를 계속 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옆에 있던 이종엽 시의원은 "지난해 창원시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해 보았더니, 창원에 있는 백화점 등 대형매장들이 총 2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지역에 낸 세금은 20억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시장을 보다가 출출해서 밀면 식당에 앉아 이른 저녁을 먹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밀면을 먹던 사람들은 권 의원을 보고 "바쁘실 텐데 오셨네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재래시장을 둘러본 권영길 의원은 "귀족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줄 알았는데 더 나빠졌다"면서 "지난 설과 추석 때도 재래시장을 둘러보았지만, 이번 추석의 대목 경제 사정이 더 나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 보러 오는 사람이나 장사하는 사람들이나 느끼는 분위기는 같다"면서 "물가도 오른 데다 여러 경제 사정이 좋지 않으니 시장을 둘러보기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정부는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면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려고 하고, 감세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그런데 그런 정책들은 실제 서민경제와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지금 이 정부가 하고 있는 경제정책을 거꾸로 해야 하고, 변화해야 한다"면서 "감세에 대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결같이 '부자를 위한 감세'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서민을 위한 감세라고 하니까 시민들은 콧방귀를 끼고 있고, 누구 좋으라고 하는 정책이냐고 한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서민과 거꾸로 가는 경제정책을 펴고 있어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권영길 의원은 "그래도 시장에 오면 명절 대목 분위기가 나는 것 같은데, 모두 이번 추석을 잘 쇠고 나서 잘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태그:#권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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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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