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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관하는 이명박 대통령
 9월 2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관하는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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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지지도가 유리천장의 덫에 걸린 모양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홍형식 한길리서치연구소 소장이 재미있는 말을 했다. <내일신문>과 공동으로 실시한 9월 정례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5점척도 14.4%, 4점척도 21.4%(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46%P)를 기록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아래서 보면 올라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벽에 갇혀 있는 형상'이라는 것이다.

<내일신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한달 전 조사(5점척도 18.9%, 4점척도 27.6%)와 비교해 각각 4.5%P, 6.2%P 하락했다. 올림픽 전인 7월 조사와 비슷한 수치로, 소위 '금메달 거품'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너무 많은 전선에서 적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앞서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잘하고 있다', '대체로 잘하고 있다'를 합친 답변은 27.4%에 불과했다. 반면 '대체로 잘못하고 있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를 합친 답변은 62.0%를 기록했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이사는 "굵직한 정책 이슈를 가지고 흐름을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처럼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지지도가 상승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 대통령 지지율 다시 원점... "정국 인식에 문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림픽 특수를 타고 계속 상승하지 못한 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정국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어몰입교육·대운하 등으로 시작된 일관성 없는 정책, '고소영·강부자'로 대표되는 '오기 인사', 미국산 쇠고기 졸속 협상 등 무원칙한 실용외교, 첨예화되는 사회 갈등을 더욱 부추겼던 '종교편향' 논란 등 출범 6개월만에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을 추락시켰던 실정들은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개월의 국정 난맥상을 국제경제 환경 악화 등 '외부 요인'에서 찾으려는 안이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9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경제와 관련해 '선방했다'고 말하는 등 정부가 자화자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패널의 질문에 "국민 평가와 제 자신 평가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생각하지 못한 쇠고기 파동이 일어나고, 경제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우리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도 "(대운하, 쇠고기 협상 등을) 너무 서둘렀던 측면이 있었고, 국민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데 소홀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국제 경제환경이 전례 없이 안 좋아 어려움이 많았다"는 변명을 빼놓지 않았다.

"신뢰 무너졌기 때문... 이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밤 KBS에서 열린 ' 대통령과의 대화-질문있습니다!'에 출연해 국민 패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밤 KBS에서 열린 ' 대통령과의 대화-질문있습니다!'에 출연해 국민 패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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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청와대는 '대통령과의 대화'를 추석민심 잡기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판단, 총력을 기울였고, "대체로 성공했다"는 자체 평가까지 내렸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차가웠다.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10일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해 '만족스러운 편이었다'는 응답은 27.7%에 그친 반면, '만족스럽지 못한 편이었다'는 응답은 50%로, 국민들 2명 중 1명은 불만족스럽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KSOI는 "지지층이나 보수성향의 잠재적인 지지층으로부터는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으나 국정운영에 비판적인 층을 설득하는 데는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통령과 일반 민심이 전반적인 국정 현안에 대해 큰 인식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율의 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대표적인 전략가인 윤여준 전 의원은 민심이반의 원인을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 전 의원은 "지도자는 국민에게 상황이 어렵더라도 뚫고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그런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전 의원은 그 해결방안을 이 대통령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석의 사나이', 이번에도 반전할 수 있을까

신뢰는 무너지긴 쉬워도 회복하기는 무척 어렵다. 이 대통령은 추석연휴 이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추석의 사나이'로 불린다. 해마다 추석 민심은 그에게 반전의 토대를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006년 중반까지 당시 대권 라이벌이었던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지지도 면에서 내내 끌려다녔다. 그러나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발사한 뒤 당시 20%대였던 지지도가 40%대로 껑충 뛰어올랐고, 추석이 끝난 직후에는 박 전 대표를 7∼10%포인트 차로 따돌리는 기염을 토했다.

2007년 9월 말 추석 때도 당시 여권에서 10월 4일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으로 반전을 시도했던 것이 오히려 이 대통령 쪽으로 대세가 기울면서 사실상 대권 본선 승리를 확인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더 이상 후보가 아니라 대통령이 돼서 추석을 맞고 있다. 국내외적인 모든 주변 여건이 그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특히 추석 직후부터 시작될 국정감사는 그에게 '고난의 시기'가 될 수밖에 없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벌써부터 '공기업 낙하산 인사 및 국정파탄 3인방 특별T/F'까지 구성해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어청수 경찰청장의 자진사퇴를 받아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통령 신뢰 회복이 핵심 과제"

지난 8월27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주최로 열린 '헌법파괴·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에서 승려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8월27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주최로 열린 '헌법파괴·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에서 승려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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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유감" 표명에도 '반면석불(反面石佛; 돌아앉은 돌부처)'이 돼 버린 불교계의 마음을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어청수 경찰청장의 기괴한 '사과 작전'이 오히려 화를 자초한 꼴이 됐다. 불교계는 예정대로 추석 이후 전국 사찰에서 이명박 정부 규탄 집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믿었던 여당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당 대표가 어청수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가 하면, 173석의 거대 의석을 갖고도 '추석 선물'로 준비했던 추가경정 예산안을 정족수 미달로 통과시키지 못하는 무능함을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표도 문제다. 정국이 극심한 혼란상을 보이면서 모든 타깃이 이명박 대통령으로 집중될 때 박 전 대표의 화려한 헌신이 요구됐지만, 정작 본인은 '잠행' 중이다. 그의 잠행은 여당내 친박성향 의원들과 보수층 절반의 '침묵'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윤여준 전 의원은 "백약이 무효"라는 처방을 내렸다. 그는 "추석 이후 국감 예산 심의가 열리기 때문에 야당이 공세를 하는 기간이다. 방법이 없다"며 "청와대는 차라리 남은 정국은 어차피 야당의 공세가 이어질테니까, 그것은 그것대로 방어하고, 금년에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적실성이 없기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내년 2월이면 취임1주년이니까, 지난 1년간의 국면을 새롭게 전환할 수 있는 국정과제를 지금부터 잘 준비해나가야 한다"며 "무엇보다 대통령의 신뢰 회복을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공 드라이브'는 계속... 민심이반 기로에 서게 될 MB

하지만 '불도저 이명박' 사전에 '방어'는 보이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추석 연휴 이후 전방위 강공 드라이브를 준비하고 있다. '경제살리기'로 대통령이 됐으니, '경제살리기'로 이 위기를 돌파하겠다며 공기업 민영화, 규제개혁 등의 조치를 강행할 조짐이다.

"금년 말부터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9월 위기설'이 끝났다고 해서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당장 경제적인 성과를 올리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이념적인 대립 구도를 만들어 전통적인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간첩 사건 비슷한 일들이 더 터질 것이라는 우려다. 추석 이후, 이 대통령은 또 다시 심각한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태그:#이명박 대통령, #추석연휴, #대통령과의 대화, #어청수,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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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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