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벚꽃이다.”

  “무슨 소리야? 지금이 가을인데.”

 

  집사람의 놀라는 목소리에 믿을 수가 없어서 부정하였다. 쓸 데 없는 소리 하지마라는 핀잔에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아내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하여 확인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벚꽃은 봄에 피는 것이지, 가을에 피는 꽃은 아니다. 추석이 내일인데, 무슨 벚꽃이 피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달리던 자동차를 돌렸다. 한참을 돌아서 벚꽃이 피어 있다는 곳으로 돌렸다. 가던 길을 멈추고 확인하기 위하여 방향을 바꾸었지만 믿을 수는 없었다. 잘못 볼 수도 있고, 착각할 수도 있다. 집사람의 말이 하도 진지하여 무시할 수가 없었을 뿐이다. 당연 햇볕에 반사되어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정동마을 입구였다. 때는 2008년 9월 13일이다. 내일이 추석이니, 분명 가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낮 기온이 30 도를 넘나들고 있기는 하지만 시절은 계절은 틀림없는 가을이다. 가을이란 초록을 자랑하고 있던 나무들도 곱게 단풍이 들어가야 할 시점이 분명하다.

 

  “분명 꽃이 피긴 피었네.”

 

확인을 해보니, 틀림없는 꽃이었다. 피어난 꽃 사이에 새롭게 신록의 이파리들이 솟아나고 있기도 하였다. 주변의 가로수를 살펴보았다. 편도 1 차선의 도로로는 자동차들이 쉴 사이 없이 질주하고 있었다. 가까이 있는 가로수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유독 그 나무만이 새롭게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이게 무슨 꽃이지?”

 

집사람은 벚꽃이라고 우기지만, 조금 이상하였다. 벚꽃 같지는 않다. 벚꽃과 다른 점을 조목조목 이야기하니, 집사람이 핀잔을 준다. 그 것은 홑 벚꽃을 말하고 저 것은 겹 벚꽃이라고 우긴다. 아내의 말에 쉽게 동의 할 수는 없었지만, 이상한 일은 분명히 이상하였다. 꽃을 피워내고 새순이 돋아나는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벚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가을에 꽃이 피어난 것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가 좋지 않아 살기가 어려운 서민들에게 작은 기쁨을 주기 위한 자연의 축복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힘을 내라는 격려하기 위하여 피어난 꽃이 아닐까?

 

  내일은 추석이다. 추석에는 그리운 얼굴을 모두 다 만날 수 있는 반가운 명절이다. 나눔의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이 좋은 명절에 모든 이의 가슴에 기쁨을 주기 위하여 피어난 꽃처럼 느껴져서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힘들지만 참고 극복해내면 분명 행복한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 꽃이 참으로 고왔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08년 9월 13일 전주 정동마을에서


태그:#꽃, #명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