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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으로 떠나는 세계 여행> -겉그림
▲ <차 한 잔으로 떠나는 세계 여행> -겉그림
ⓒ 이른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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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으로 떠나는 세계 여행>(이른아침 펴냄>은 차 한 잔을 통해 떠나는 이색적인 여행 지침서다.

'차나무 이파리 하나로 이처럼 다종다양한 차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찻잎 하나로 인류가 만들어낼 수 있는 한계는 과연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거듭 할 만큼 차 전문가인 두 명의 저자가 들려주는 세계 각국의 차와 차 문화 이야기들은 다종다양, 썩 흥미롭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의 고향'이라는 중국과 '무슨 음식을 먹든 마무리는 차로 한다'는 일본에 이어 만나는 나라는 동방 최고의 차를 만든다는 대만이다.

대만에는 이름부터 눈길을 끄는 '동방미인'이란 차가 있다. 영국 왕실에서 20세기 초에 유입된 이 차는 달콤하고 매혹적인 향기 때문에 세계 차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이런 동방미인의 필수조건은 뜻밖에도 '벌레 먹은 찻잎'이다. 벌레 먹은 찻잎으로만 만들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차?

"차나무에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찻잎에는 모충이나 거미 등 다양한 벌레가 붙어있다. 그중에 동방미인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해충 '부진자'가 있다. 동방미인은 이 부진자가 즙을 빨아먹은 찻잎만을 쓴다. 그런 찻잎은 줄기가 홍갈색으로 말라죽고 잎도 말라서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벌레가 갉아먹은 찻잎으로 만든 차는 품질이 낮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지만, 부진자로 인해 따기 전부터 시든 찻잎으로 만든 동방미인은 달콤한 맛과 독특한 향기를 지닌다. 따라서 동방미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부진자가 차밭에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 대만 편에서

식물과 동물, 인간과 자연이 가장 적절하고 슬기롭게 화합하고 있다는 찬사는 지나칠까? 대만인들의 벌레 먹은 찻잎을 껄끄러워하거나 허투루 여기지 않고 세계의 차로 만든 그 현명한 눈뜸이 한편 부러울 정도다.

현대의 과학기술은 특정 벌레나 식물만을 죽일 수 있는 농약까지 개발할 정도로 발달했다지만, 대만의 동방미인을 얻기 위한 차밭에는 농약은 절대 금기다. 다른 벌레들과 함께 동방미인을 가능케 하는 부진자까지 죽고 말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햇 차 생산이 이미 끝나버린 6월, 대만의 아낙네들은 손가락까지 중무장을 하고 동방미인을 만들기 위한 찻잎을 딴단다.

"찻잎을 다룰 때는 상냥하게, 그리고 다정하게."

찻잎을 함부로 만지면 상처가 나서 향이 크게 떨어진다. 대만의 동방미인 전문가는 이렇게 충고한다. 이는 비단 동방미인뿐만 아니라 모든 차에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좋은 차를 만들 수 없다. 찻잎에 '사랑'이 스며들어 있어야만 진정 좋은 차라 할 수 있다. …(중략) 백색, 붉은색, 갈색, 황색 그리고 녹색의 다섯 가지 색깔을 띤 동방미인은 그 신비로운 맛과 향으로 세계 각국의 차 애호가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책 속에서

책 속에서 만나는 이런 표현들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좋은 차 한 잔을 마실 때처럼 반갑고 그윽하여 책을 읽는 맛을 더하게 한다. 그리하여 좋은 차 한 잔이 입 안에서 오래 번지면서 스며드는 그 행복감으로 이미 읽은 글을 다시 더듬기도 했다. 차를 통한 생각 한 꼭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대만차의 명성은 비단 동방미인의 것만이 아니다. 찻물이 황금빛으로 맑고 깨끗하며 계화향을 품은 듯한 '동정오룡차', 찻물에서 젖내가 나는 달콤한 맛의 '금훤차', 향이 강하고 황금빛의 맑은 차색을 띠는 '문산포종차' 등, 특별한 맛과 독특한 향을 지닌 이런 차들도 대만의 차를 돋보이게 하는 것들이다.

이외에도 각 지역마다 생산된다는 각종 포종차, 녹차나 홍차, 해발 1000미터 이상에서 자라는 고산차 등 품질 좋은 차들이 다양하게 생산된다.

반면, 차의 품질유지와 기술향상을 위해 열리는 각종 품평회를 이용, '이 차는 품평회에서 0등을 획득했다'고 허위 표기를 해 부당이익을 챙기는 농가도 점점 느는 추세란다. 때문에 우수한 차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필사적으로 정품보호책을 내놓기도 한단다.

2004년부터 품평회에서 상위입상을 한 차의 포장통에 DNA검사로 제품을 판단할 수 있는 특별한 스티커를 붙여 판매한다. 이 '정상품 식별 스티커'는 예닐곱 종류의 식물 DNA를 잉크에 섞어 인쇄한 것으로, 이 스티커가 붙은 차 제품에는 특수 면봉이 동봉되어 있다. 스티커를 이 면봉으로 문질렀을 때, 스티커의 색깔이 파랑에서 분홍으로 변화되고 그것을 손가락으로 문질렀을 때 다시 파랑으로 바뀌면 정상품이다. - 책 속에서

대만의 차는 19세기 초 가조가 중국 복건성에서 차 씨앗을 들여와 대만 교외에 심은 것으로 시작되었다. '신라 선덕왕(632∼647)때부터 차를 마시기 시작, 흥덕왕 3년(828년)에 대렴이 당나라에서 가져온 차 씨를 지리산에 심게 한 후부터 차를 마시는 풍습이 성행했다'(삼국사기 기록)는 우리의 오랜 차 역사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럼에도 오늘날 차 하나로 세계인들을 사로잡는 대만의 품질좋은 차를 생산하려는 노력은 부럽기만 하다.

'글쎄? 우리에게는 어떤 차들이 있을까? 이방인들에게 우리는 어떤 음료를 즐기는 사람들로 보여질까? 우리는 오랜 차 역사를 얼마나 계승하고 있을까?' 생각이 분분하다.

찻집에 가면 그 나라가 보인다

<차 한 잔으로 떠나는 세계 여행> 저자는 누구?
<차 한 잔으로 떠나는 세계 여행>의 저자는 '정은희'와 '오사다 사치코'. 이 중 일본인 오사다 사치코의 프로필이 눈길을 끈다.

‘일본차 어드바이저'인 오사다 사치코는 차(茶)가 좋아 세계 구석구석을 다니며 세계의 다종다양한 차들을 마셔보았단다. 수많은 나라 중 가장 자주 방문하여 구석구석 둘러본 나라는 한국. "차를 제대로 공부하려면 중국으로 가라"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7년 전 그녀가 한국에 정착한 이유는 한국 차(茶)를 공부하기 위해서다.

그리하여 성신여대에서 <조선말기 전라남도 지방의 음다 풍습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박사과정 중에 있다고 한다. 2007년 6월, <사치코의 차 이야기>(이른아침 펴냄)란 책을 내기도 한 차 전문가다.

저자 정은희 역시 차 전문가다. 우리나라 고대 차와 차 문화 및 차 산업 관련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2007년 10월에 <홍차이야기>(살림 펴냄)란 책을 내기도 했다.

<차 한 잔으로 만나는 세계여행>을 통해 만나는 나라는 23개국이다. 이중 정은희는 13개국, 오사다 사치코는 10개국을 집필, 차 한 잔에 담겨진 두 저자의 다른 시각을 비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오랫동안 차를 집중 연구한 저자들은 세계 각국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겨 마시는 다종다양한 차를 중심으로 차와 관련된 풍습이나 역사, 미각이나 차 관련 도구들, 차를 만들고 마시는 방법, 차를 마실 때 함께 먹는 다식이나 물 담배 등 각 나라의 차를 둘러싼 거의 모든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차 관련 이국적인 사진들도 풍부하여 내용만큼이나 볼거리 또한 만족스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각 나라의 차 이야기에 앞서 한페이지로 요약한 '그 나라만의 특징'은 세계사의 깊이까지 더해준다.

두 명의 차 전문가가 차라는 주제 하나로 들려주는 세계와 세계인들의 이야기는 풍성하다. 세계 160여 개국 이상에서 차를 마신다고 한다. 세계 공통적인 찻잎 하나로 수많은 풍습과 문화를 만들어 낸 인류. 저자들처럼 누군가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통해 인류의 삶을 들여다보고 들려준다면 우리의 삶이 훨씬 풍요로울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차와 상관없이 가져 본 생각이다.

저자들은 낯선 도시에 가거든 맨 먼저 그 나라의 찻집을 먼저 들러보라고 권한다.

세계 공통적인 찻잎 하나로 시작된 각 나라의 독특한 차에는 그 나라만의 문화와 가치관, 역사와 철학, 국민성과 지리적 특성까지 세세하게 개입, 녹아있기 때문이란다. 저자들이 이 책을 쓴 목적이다. 차 한 잔과 함께 떠난 세계 여행, 좋은 차를 앞에 두고 좋은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것만큼이나 향기롭고 그윽했다. 또 어떤 차들을 만날 수 있을까?

▲중국 기낙족의 차 샐러드 냉반차와 티베트인들의 생활 음료, 버터차 ▲차에 생존을 건 일본 약국업체 ▲마시기 전에 지쳐버리는 대만 객가족의 뢰차와 체 체 체 ▲눈을 뜨자마자 마시는 몽골인의 동반차 수테차, 맛없는 음식보다 훨씬 낫다 ▲베트남-사람이 모인 곳애는 반드시 관늑차가 있다! ▲라오스-오른손에는 소주, 왼손에는 녹차? ▲태국에서 찻주전자를 사용해 차를 우리는 사람은 회교뿐이다 ▲동서양의 음식과 차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싱가포르 ▲홍차 제다법을 훔쳐낸 영국 스파이와 다즐링 홍차, 다즐링에는 티백 홍차가 없다?▲이란-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는 차이와 함께 ▲길거리 음료의 천국, 이집트의 샤이와 커피 ▲터키인들의 2단 차주전자 '차이 단룩'의 지혜 ▲커피숍에서 대마초를 피울 수 있는 나라 네덜란드 ▲결혼식에서 대활약을 하는 우즈베키스탄의 차 사모바르

덧붙이는 글 | <차 한 잔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정은희.오사다 사치코 공저/이른아침 펴냄/2008.7.25/18,000)



차 한 잔으로 떠나는 세계 여행 - 홍차에서 차이까지, 세계의 모든 차 이야기

정은희.오사다 사치코 지음, 이른아침(2008)


#차(茶)#차문화#다도#홍차#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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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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