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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에도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두문불출 했다. 그의 러닝메이트인 임태희 정책위의장조차 "통화가 안 돼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고 했다.

 

짧았던 추석 연휴 사흘이 홍 원내대표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길었을 터다. 그는 지난 12일 새벽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했다.

 

홍 원내대표의 진퇴 여부는 16일 열릴 의원총회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에 의총을 소집해 놨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의원들의 의견에 따라 진퇴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의도다.

 

'친이(친 이명박) 직계'와 친이 소장파 등은 의총 전까지 따로 모임을 하거나 전화 연락을 해 자신들의 입장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계] "홍 원내대표, 이미 만신창이... 사퇴해야" 강경

 

당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범친이' 중에서도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홍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주장할 태세다.

 

청와대의 기류는 조금 다르다. 청와대에서는 "정기국회가 시작됐는데 그 중간에 수장을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사실상 홍 원내대표의 사퇴를 만류하고 나선 상태다. 홍 원내대표의 뒤를 이을 대안이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이재오계의 한 의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했는데 홍 원내대표가 책임지는 건 당연하다"며 "이번 일은 민주당을 탓할 수도 없는 명백한 자살골"이라고 개탄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의 태도에도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의원이 172명이나 되는 정당에서 원내대표 할 의원이 없겠느냐"며 "대안부재를 이유로 무한책임을 져야 할 중차대한 실수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역시 친이 소장파인 초선 김용태 의원도 지난 12일 공개적으로 홍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번 예결위 사태를 '홍준표 원내대표단이 빚은 구조적 참사'로 못박고 "후임 원내대표단이 신속하게 구성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이직계] "홍 원내대표 대체할 '장수' 있나"... '신중'

 

'친이 직계'는 신중한 태도다. 안국포럼 출신의 조해진 의원은 "이번 사태로 홍 원내대표가 리더십의 한계를 보였다"고 비판하면서도 "대안 없이 물러나게만 해서는 혼란만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의원은 "이미 정기국회가 시작된 상황에서 '바통'을 넘겨 받았을 때 빨리 대응할 수 있는 후임이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홍준표 체제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대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승규 의원도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상황"이라며 섣부른 판단을 자제했다. 강 의원은 "강력한 리더십을 위해 원내 지도부를 쇄신할 필요도 있지만 과연 그럴 만한 대안이 있는지, 이미 전쟁이 시작된 시점에서 장수를 바꾸는 게 과연 효율적인지 이모저모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리더십에 흠집... 사퇴 안해도 '험로'

 

홍 원내대표가 자리를 지킨다고 해도 순항할지 미지수다. 리더십에 금이 간 상태로 정기국회라는 커다란 파도를 무사히 넘을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한 친이 성향의 의원은 "만신창이가 된 지도부가 이대로 간다 한들 의원들에게 '령'이 서겠느냐"며 "현재 원내지도부의 권위는 벌써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라고 주장했다.

 

'친박' 쪽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터져나온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이번 사태로 원내 리더십이 약해진 상태에서 의원들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홍 원내대표 체제가 순항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홍준표 체제' 유임에 손을 들어준 청와대를 향해서도 "자충수를 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대야관계를 고려해봐도 차라리 새 원내대표가 새로이 협상을 시작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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