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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추가경정예산안 불발 사태로 거대여당의 앞길에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당장 한나라당으로서는 홍준표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진정시키는 게 당면 과제이지만, 대선 국면부터 지속된 친박 대 친이의 계파 구도가 다시 분출될 조짐을 보이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큰 악재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추석연휴 내내 12일 밤 국회 예결특위에 불참한 의원 7명에 대한 징계 문제가 논란이 됐다. 특히 7명 중 5명(유승민·유기준·이계진·이진복·조원진)이 박근혜 전 대표를 따르는 친박 의원들이라는 점을 놓고 갖가지 해석이 이어졌다.

 

이들 대부분은 "예결특위가 열릴 줄 몰라서 지역구에 내려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청와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정치적 입지가 개별 의원의 '판단 미스'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예결위 불참' 여당의원 7명 중 5명이 친박... 당내 반란의 신호탄?

 

유승민 의원은 "정부의 추경예산안에 찬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결특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소신을 밝혔으나, 유기준·이진복·조원진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을 물리치고 국회에 입성한 인물들이다. 이명박 정부의 운명과 자신의 정치생명을 동일시하는 친이 의원들과 달리 친박 의원들은 현 정부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적 지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뭉치면 이번 건과 유사한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친박 의원들의 단체 행동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친박의 반란'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한나라당 손범규·이정현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친박 의원들은 여당 지도부의 지침에 따라 예결위에 참석했고, 정부 추경안을 지지하는 친박의원의 수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친박진영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예결위 불참의원에 대한 징계론이 불거져 나오면서 당내 분란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친이 성향의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자기 소신을 가진 의원이라도 당론에 저항할 때는 문책·견책을 받는 것이 조직원의 예의"라며 징계론을 거두지 않는 것도 친박을 미더워하지않는 친이 진영의 시각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 '친이' 지도부가 16일 홍준표 원내대표를 재신임하기로 한 것도 역설적으로 여권 주류가 친박의 득세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홍 원내대표가 물러날 경우 4선 의원들 중 한 명이 그의 바통을 물려받아야 하는데, 과거 원내대표를 지내지 않았거나 국회직을 맡지 않은 여당 의원은 김무성·박근혜·박종근·이경재·이해봉·남경필·정의화·황우여(이상 4선) 등 8명에 불과하다.

 

속앓이하는 친이 "홍준표 물러나면 친박이 원내대표 맡을 수도..."

 

당 대표를 지낸 박근혜 의원을 빼면 7명 중 4명이 친박 의원인데, 만약 이들 중 한 명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당정청의 호흡이 오히려 홍 원내대표 때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친이 진영으로 분류되는 남경필·정의화·황우여 의원은 '돌파형'보다는 '화합형'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어서 홍 원내대표와 같은 추진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친이진영 일각에서는 "4선에서 없으면 3선에서라도 (원내대표를) 끌어 올리자"는 강경론이 나오고 있지만, 원내대표를 무리하게 교체할 경우 40명이 넘는 친박 의원들의 협조를 온전히 끌어낼 수 있을 지가 문제다.

 

일부 친박 의원들은 "정기국회를 열어놓은 상태에서 원내대표를 갑자기 교체하면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며 16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 대안부재론'을 제기하는 등 친이진영과의 정면대결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원내대표의 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친이 대 친박의 재대결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보수성향 지지층을 겨냥한 법안을 처리할 때는 양 계파의 충돌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대운하나 추경안처럼 성격이 모호한 사안들은 얘기가 달라진다"며 "지금 여당에서 의원 40명이 빠지면 아무것도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힘이 빠져가는 경향이 뚜렷해질수록 친박진영의 차별화 행보는 더욱 공공연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그:#홍준표, #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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