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 전쟁 중인 YTN 사측이 허를 찔렸다. 그것도 생방송으로 말이다.
구본홍 사장을 반대하는 YTN 노동조합(위원장 노종면)의 '리얼 퍼포먼스'로 YTN 사측이 대형 방송사고를 당한 셈이다.
YTN 노동조합은 16일 오후 1시 YTN <뉴스의 현장>이 생방송 될 때 앵커 뒤쪽에서 "YTN 접수기도 낙하산은 물러가라" "공정방송" 등이 적힌 피켓 시위를 벌였다. 구본홍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 문구와 시위 모습이 날 것으로 노출됐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생방송 시위'는 서울 남대문 YTN 본사 20층 메인 스튜디오에서 약 10분간 진행됐다. <뉴스의 현장>은 앵커가 뉴스를 진행할 때 뒷배경으로 스튜디오가 공개되는 이른바 '오픈 스튜디오' 방식으로 방송되기 때문에 노조는 이 시간을 시위중계로 활용한 것.
생방송 시위에는 노종면 위원장을 비롯 현덕수 전 위원장 등 약 10여 명의 노조원이 참여했다. 특히 노 위원장은 낙하산 반대를 뜻하는 그림과 함께 "공정방송"이라 적힌 피켓을 직접 들었다.
"방송 갖고 뭐하는 짓이야, 화면 내려!"시위 모습이 생방송으로 그대로 노출되자 약 5분 뒤 정영근 편집부국장이 부랴부랴 20층으로 뛰어 올라왔다.
정 부국장은 노조원들에게 "방송 갖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20층 메인 스튜디오 근무자들에게 "화면 당장 내려!"라고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근무자들은 정 부국장의 명령 대신 노조의 지침을 따랐다.
정 부국장은 노종면 위원장에게 다가가 "종면아, (피켓) 빨리 내려! 방송 갖고 이러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 위원장은 "방송 사장 자리 갖고도 그러는 것 아닙니다"라며 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시위가 계속 되자 이번에는 이홍렬 보도국장 직무대행이 나타났다. 그는 "야, 뭐하는 짓이야! 이러지 마! 빨리 피켓 안 내려?" 등을 외치며 노조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또 문종선 방송심의위원도 나타나 노조원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YTN 메인 스튜디오는 순식간에 고성으로 가득찼다.
그러나 노조원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노조원들은 "우리에게 이러지 말라고 말하기 전에 사측에 '후배들 고소하지 말라'고 외친 적 있느냐, 후배들이 벌써 12명이나 고소를 당하는 동안 뭐 했느냐"며 "방송 선배로서 자기 역할을 다 해달라, 공정방송이 더 중요하지 않느냐"고 외쳤다.
이런 소란은 오후 1시 15분께 노조원들이 시위를 마무리하면서 정리됐다.
"사장 자리 갖고 그러는 것 아닙니다, 못 내립니다"생방송 시위는 노조 집행부 차원에서 오래 전부터 논의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사측은 노조의 행동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YTN 노조는 "일부에서는 방송 사고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날 시위는 공정방송을 지키겠다는 노조원들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17일부터 기자들이 '낙하산 반대' 배지와 리본을 달고 방송을 시작하는데, 오늘 행동은 그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YTN 노조는 17일부터 기자들을 시작으로 '공정방송' 리본과 '낙하산 사장 반대' 배지를 착용한 화면을 5초 이상 뉴스 리포트 시간에 삽입해 방송하기로 했다. 이어 노조는 상황에 따라 리본·배지착용을 뉴스 진행 앵커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사측은 지금까지 구본홍 사장 출근 저지 등의 투쟁에 참여했던 임장혁 <YTN 돌발영상> 팀장을 비롯해 노조원 1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구본홍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은 16일 현재까지 61일째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