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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역대 원내대표 치고는 얘기가 통하는 사람 아니었나?"

"여당 원내사령탑이 야당에 그 정도 해주는 건 당연하다. 우리도 여당 할 때 그랬다."

 

17일 오전 10시 여야 원내대표들의 추경안 '담판'을 몇 분 앞두고 민주당사에서 당직자들끼리 나눈 대화의 일부다. 남의 당 얘기라서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꺼리지만,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는 민주당 의원들이 많아졌다.

 

추경안 협상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172석을 가진 거대여당의 사령탑이 정기국회 도중에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 원내대표의 성격에 대응해서 대여 투쟁전략을 짜야하기 때문에 홍 원내대표의 거취는 민주당으로서도 중대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조건부 유임' 결정 이후 여당 내에 '홍준표 퇴진론' 확산

 

전날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 원내대표가 '조건부 유임' 처분을 받은 후 그의 유임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퇴진을 주장하는 이명박계 소장파 의원들은 16일 밤 모임에서 '당내 분열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해 논의했다. 중립 성향의 원희룡 의원은 17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인터뷰에서 "당 내부에서부터 수많은 문제 제기와 신뢰의 손상이 있었기 때문에 홍 원내대표가 원래대로 임기를 다 마치기는 불가능해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홍준표의 대안으로 4선 정의화·김무성 의원, 3선 정병국·권영세 의원 등이 거론되는 등 그의 낙마에 대비한 정지작업이 조심스럽게 진행되는 느낌이다.

 

11일 예결위에서 국회법을 위반한 한나라당의 실수를 찾아내 여당 원내 지도부에 일격을 가했던 민주당도 예상 외의 상황 전개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여야가 격돌하는 와중에 적장이 바뀌면 자신들의 정치적 승리로 간주했던 과거 야당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11일 추경안 처리가 무산된 후 홍준표 대신 애꿎은(?) 이한구 예결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홍 원내대표를 거론하는 논평을 자제한 것도 그에 대한 민주당의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홍 원내대표에 대한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평가도 꽤 호의적이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홍 원내대표를 구하기 위해 추경안 협상에서 통큰 양보를 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대여 강경파'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적어도 청와대 눈치만 살피는 여당은 안 만들려는 것 같다"고 후한 점수를 줄 정도이다.

 

민주당 원내대표실의 한 관계자는 "홍 원내대표가 물러나면 말 그대로 청와대의 원격조정을 받는 인물이 후임자로 올 텐데, 여당은 국회에서 힘으로 밀어붙이고 야당은 장외로 나가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홍준표 후임은 청와대 원격조정 받는 인물될 것"

 

그러나 협상 파트너의 어려움을 살피려고 한나라당에 추경안을 양보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대다수 당직자들이 고개를 저었다.

 

18대 국회가 출범한 뒤 여야 첫 협상에서 여당의 읍소 전략에 말려들면 4년 내내 여당의 페이스에 말려들 것이라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다음과 같이 여당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저쪽은 자꾸 애처로운 사정을 얘기하는데, 한나라당 '청년적위대(친이 소장파)'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예산 문제를 무원칙하게 처리할 수는 없다. 우리도 과반수 여당이었던 17대 국회에서 '원내지도부가 이렇게 무력할 수 있느냐'고 분개했는데, 이런 피해의식이 만악의 근원이다. 17대 초반의 천정배-이종걸 라인은 원래 무능력해서 한나라당에 법사위를 넘겨줬겠나? 그렇게 양보하면서 국회를 운영하는 게 여당이다."

 

- 만약 홍 원내대표가 물러난 후에 '돌격형'이 새 협상파트너가 되면 어떨까?

"우리에게는 나쁠 게 없다. 야당으로서야 힘으로 몰아붙이는 여당과 싸우는 구도가 나쁘지 않다. 야당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닌가?"

 

한 당직자도 "한나라당에 덕장이 등장해서 '사사건건 발목잡는 민주당' 이미지가 굳어지는 게 우리로서는 가장 걱정되는 일인데, 홍 원내대표는 덕장의 풍모를 갖춘 인물은 아니었다"며 "홍준표 이상의 강경파가 여당 원내대표를 맡더라도 한나라당은 결국 자충수를 두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그:#홍준표, #서갑원, #원혜영,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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