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그것이 개인 투자자가 되었든 아니면 펀드 투자자가 되었든 모든 투자는 투자자 개인이 스스로 하는 것이다. 비록 펀드 투자는 전문가가 투자자를 대신해서 해준다고 하지만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큰 파동을 만들어내는 시기에는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이를 잘 흡수하기가 어렵다.

투자는 저축과 다르다

투자가 되었든 그 무엇이 되었든 알고 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소중한 돈을 자신이 전혀 모르는 분야에 1억~2억원씩 그냥 펀드 상품에 집어넣는다. 과연 우리는 중국에 대해서 인도, 러시아, 북유럽 지역에 대해서, 또는 남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래도 진정으로 이들 지역에 투자를 하고 싶다면 자신이 정말 믿을 수 있는 펀드 매니저가 운용하는 상품을 사야 한다.

잘 알다시피 투자는 저축과 다르다. 주가가 심하게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므로 돈을 쉽게 벌수도 있지만 반대로 어렵게 마련한 돈을 쉽게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주식 관련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변동성은 낮지만 영업실적이 꾸준히 좋아지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주가가 세계적으로 장기로 큰 하락을 보이면 기업의 실적과 주가 사이에 거리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좋은 회사를 싸게 사두면 주가가 조금 떨어져도 손실이 잘 나지 않고, 비록 났다고 해도 그렇게 불안하지 않다.

주가의 심한 변동에서 오는 손실을 막기 위한 이런 보완장치 또는 투자 철학을 갖추지 않은 채 단기 실적을 좇아다니는 것은 결과로 보면 오히려 저축만도 못한 경우가 자주 있다. 투자를 하여 언제나 저축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는다면 도대체 누가 저축을 하겠는가?

지금 미국의 주식시장은 매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다. 미국 3위와 4위의 대형 금융회사가 하나는 다른 금융회사에 팔렸고, 다른 하나는 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 파산선고를 했다. 미국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정도의 문제일 뿐 위의 두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위의 두 회사를 뒤따라갈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회사들도 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회사들이 팔리거나 파산을 신청하는 것으로 금융시장의 위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3월의 베어스턴즈 정부 구제 그리고 최근의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의 정부 구제까지 합쳐서 그 영향이 전체 금융시장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비록 돈을 풀어도 이것이 금융시장 전체로 잘 퍼져나가지 않고 있다. 미국중앙은행의 돈을 받는 일차 통로의 금융기관들이 그 돈을 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현금을 그냥 끌어안고 있다.  

그린스펀의 경제실험은 한계에 왔다

미국 상업은행의 신용 증감률
 미국 상업은행의 신용 증감률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위의 그림은 미국 상업은행들의 신용(대출금) 증감률이다. 물론 과거에도 이것보다 더 장기로 그리고 가파르게 증가율의 하락이 있었다. 그러나 그냥 눈으로 보면 이번에 증가율의 하락이 훨씬 더 가파르다. 기본적으로 상업은행의 신용 증감률에 변동이 크고 잦다는 것은 그 나라의 금융체제가 불안하다는 말이다.

미국은 그 동안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바뀌었다. 무역적자는 자꾸만 늘어났고, 전쟁으로 사람과 돈이 죽어나갔다. 이 적자를 메우는 방법 중의 하나가 소비를 줄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비를 줄이기는 쉽지 않았고 미국 가계의 저축률은 거의 제로 상태였다. 무역적자로 미국 밖으로 빠져나간 달러가 자본수지 흑자로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미국은 각종 자산, 특히 금융자산의 가격을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산의 가격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돈이 풀려야 한다. 중앙은행이 지폐를 찍어내지 않더라도 은행들이 신용창조를 해서 또는 신용창조가 이미 상품 속에 들어가 있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경제실험을 계속했다. 그리고 때마침 저임금 국가의 등장으로 신용이 늘어나도 발표되는 물가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신용창조를 통한 자산가격 상승이라는 그린스펀의 경제실험이 자기 한계에 이른 것 같다. 그 한계가 바로 신용창조의 주역들이 넘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 진통제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수술을 해야 할 단계에 온 것 같은데 재무부와 연방 중앙은행은 아직 이런 입장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가끔 정부의 금융 관련 정책자들 중에서 한국의 금융시장이 선진화되려면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의 비중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 말은 틀린 말이다. 인구의 다수가 주식투자를 한다고 한국이 금융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투자의 기본원리를 알게 되어 투자를 통해 좋은 회사와 나쁜 회사를 구별해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관리의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투자에서 손실을 보면서 금융선진국으로 가는 무엇인가를 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의문은 계속 남는다.

덧붙이는 글 | 하상주 기자는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현재는 바람직한 투자문화 확산에 힘쓰는 가치투자교실 대표로 있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class.com으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



태그:#리먼브라더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