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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전 고려대 교수(자료사진)
 최장집 전 고려대 교수(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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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 간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촛불'은 사그라들었지만, '촛불논쟁'은 여전하다.

진보성향 인터넷 일간지 <레디앙>에 따르면, 지난 6월 20일 정년 퇴임한 최장집 전 고려대 교수(현 민주주의교육연구센터 소장)가 17일 "촛불집회가 중요한 민주주의 발전의 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논쟁적 견해를 다시 제기했다. 

이러한 발언은 지난 17일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학생회가 주최한 초청강연에서 "(촛불집회가 열린) 2008년을 민주주의 역사의 전환점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최 전 교수는 지난 6월 한 토론회에서 "권위주의적 권력행사와 정책결정에 결정적 제약을 가했다"고 촛불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운동만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불충분하다"고 한계를 지적해 '촛불논쟁'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촛불이 만든 결과는 너무 허망하다"

최 전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촛불집회와 관련된 질문은 많은 궁금증을 부르는 주제"라며 "일각의 진보적 지식인 사이에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시작' '직접 민주주의' '촛불민주주의' 등 (촛불집회가) 의미있게 제시되고 있는데, 나는 이를 중요한 민주주의 발전의 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전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정책을 잘못했고 보수적 정책을 폈기 때문에 촛불집회가 여기에 대항하는 것이란 걸 부정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지나치게 의미를 크게 부여해 '촛불시위야말로 새로운 민주주의의 전환점'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진보적 지식인과 그룹들이 촛불집회를 '자율주의' '집단지성' '직접행동민주주의' 등으로 상찬하며, 대의제 민주주의에 심각한 불신을 드러냈던 당시 지적 풍토를 비판한 것.

더 나아가 최 전 교수는 이런 지적도 내놓았다.

"촛불집회에 참가 여부를 두고 '진보/보수' '민주/반민'주라는 단순도식적 이분법이 나타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촛불집회 찬성론자들은 민주주의를 도덕화·물신화해서 촛불집회를 반대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견해를 억압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어 최 전 교수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만들어졌다면, 즉 2007년 12월 대선이 더 경쟁적 분위기에서 이루어지고 2008년 총선이 제도화된 상황 속에서 치러졌으면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며 "촛불집회는 한가지 이슈가 나쁘게 전개된 것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대응이었다"고 분석했다.

촛불집회는 "2008년의 전환점이 아닌 '2008년은 안티 클라이맥스'의 마지막 국면에서 나타난 어쩔 수 없는 시민들의 몸부림"이라는 진단이다.

"진보파는 정치적 공급에 관한 관심이 적다"

최 전 교수는 "휴우증을 더 부정적으로 본다"며 "많은 에너지가 투여돼 굉장한 기대를 갖게 만들었는데 오늘의 시점에서 촛불이 만든 결과는 너무 허망하다"고 말했다.

즉 "오히려 (촛불집회 이후 이명박) 정부는 더 자신감을 갖고 강해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 전 교수는 시민운동의 전망과 관련 "제도화된 정치기구가 다루지 못하는 이슈를 정치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하지만 투자된 노력에 비해 많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주의 실천과정에서 3가지 오해가 있다"며 '첫 번째 오해'로 "촛불집회 과정에서 불거진 직접민주주의나 직접행동이 인민주권을 완벽하게 실현할 수 있는 체제로 상정되는 경향"을 제시했다. 

최 전 교수는 "정치적으로 대표되는 사람들은 중산층 이상으로, 노동자와 소외계층의 정치참여 채널은 드물다"며 "가장 허약한 시민들의 투표 한 장이 효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정치와 메커니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촛불보다 투표가 중요하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즉 촛불집회 활성화보다 제도화된 좋은 정당에 투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노동자와 소외계층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다른 오해'로 "민주주의를 시'위를 통한 직접행동과 참여'로 강조하고 있는 것"을 들었다.

최 전 교수는 "중요한 것은 진보세력이 집권세력으로서 정부운영 능력을 배양하는 정치적 공급 측면"이라며 "그러나 진보파들은 정치적 공급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 전 교수는 "민주화 이후 '국가'에 대한 이해와 정부 운영 능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집회를 열어도 선거를 통해 뽑은 정부는 굴러가는 만큼 이 국가를 어떻게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인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진보세력이라고 말하려면 그 스스로가 누군가를 대표하고, 그들의 삶에 현실적인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하려 해야 하며 그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전 교수는 '노동과 계급'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민주정치 하에서 노동과 사회소외세력들의 정치참여문제를 위해 한국 보수파의 친북 좌경 프레임에 의해 조성된 어려운 조건들을 벗어나기 위해 노동과 계급을 이해하는 방법을 마르크시즘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태그:#최장집, #촛불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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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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