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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 야옹!"

"어! 고양이잖아! 나비야 이리 온"

 

우리들이 쉬고 있던 탁자 밑에 조그만 고양이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녀석은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지요. 녀석의 야옹 거리는 소리를 듣고 내려다보니 탁자 아래 발밑에 녀석이 와있었으니까요.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 있는 윤관 장군 묘역을 둘러보고 근처의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쉼터에서 쉬고 있을 때였습니다. 집에서 준비해 간 밤과 포도를 나눠먹고 있는데 녀석이 나타난 겁니다. 처음엔 먹을 걸 달라는 줄 알았지요.

 

그러나 녀석에게 먹이로 나눠줄 만한 먹이가 우리들에겐 없었지요. 포도와 삶은 밤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포도알과 밤을 녀석에게 줘보았지만 녀석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곤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발밑에서 뒹굴거나 장난을 치면서 야옹거리기만 했지요.

 

"나비야 이리 온!"하고 부르면 말귀를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가까이 다가와 동그란 눈으로 빤히 올려다보는 모습이 여간 귀여운 녀석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몸을 만질 수 있도록 더 가까이 접근하지는 않았습니다.

 

역시 처음 만난 사이라 조금은 경계를 하는 눈치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녀석은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 자리 위로 슬쩍 뛰어 올라 다시 나를 바라보며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은 표정이었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빤히 쳐다보며 야옹거리는 모습이 꼭 그런 표정으로 보였지요.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香氣)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生氣)가 뛰놀아라 

 

-이장희 시,<봄은 고양이로다>-

 

 

1920년대의 요절 시인 이장희의 시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전문입니다. 봄이라는 계절의 이미지와 고양이의 모습을 절묘하게 비유하여 표현한 작품이지요,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과 봄의 향기, 강아지의 눈처럼 순박하지 않고 강렬한 빛을 발산하는 고양이의 눈을 새로운 생명의 계절을 여는 봄의 불길에 비유한 것입니다.

 

고양이의 입술과 수염은 나른하게 졸리는 봄철의 졸음과 만물이 소생하는 봄철의 생기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섬세한 관찰력과 표현이 아주 감각적이고 신선한 시입니다.

 

그러나 이날 우연히 만난 초가을의 고양이 모습에서는 특유의 앙큼함이 돋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낯선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같이 놀아주기를 바라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여 자신을 지키려는 앙큼함 말입니다.

 

 

금방 사람들과 친해지고 안기는 강아지들의 순박한 모습과는 대조되는 앙큼한 모습이지요. 녀석은 우리들에게 접근하여 몇 번인가 재롱을 부리다가 우리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승용차까지 뒤따라오며 아쉬운 표정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상 파주 윤관 장군 묘역에서 만난 앙큼하면서도 귀여운 고양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승철, #고양이, #앙큼한, #강아지, #순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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