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정상회담에서 남북한 두 정상은 한반도의 통일은 베트남식 전쟁 통일이거나 독일식 흡수통일이 아니라 평화적으로 이룩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다.
통일은 목표인 동시에 과정으로써 통일에 이르기까지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으며 따라서 남북이 왕래하고 교류협력하면서 평화와 공동번영을 통해 통일을 지향해나가야 한다는 데 합의하게 된다.
이로써 통일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정당하며 지체없이 통일해야 한다는 통일지상주의와 통일 조급증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북한의) '고려연방제통일방안'은, 평양의 최고당국자가 말했듯이 냉전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렸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19일 세교연구소 주최로 열린 '기울어진 분단체제, 대안을 만들 때다 - 남북연합과 한반도 선진사회 건설'이라는 제목의 토론회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임 장관의 이날 기조강연 제목은 '남북연합 구상의 역사와 전망'이었던 만큼 남북연합이 제기됐던 배경과 과정을 설명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로 '북한 급변 사태=한반도 통일'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의 설명은 눈길을 끌었다.
통일문제에 대한 진보와 보수 쪽의 엇갈림은 너무나 크다.
평소 통일을 강조하던 진보진영은 이른바 북한의 급변 사태가 한반도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급변 사태론'을 언급하기 꺼려하는데 비해, 평소 "통일은 필요없는데 왜 남북교류하냐?"는 식이던 일부 보수인사들은 갑자기 전쟁 불사론을 내세우며 북한 급변사태는 남한 주도의 흡수 통일 기회라고 주장하고 있다.
'통일 무관심론자'에서 '벼락치기 통일론자'로 변신한 사람들이 많다.
임 장관은 "지난 1989년 9월 여야의 제안을 종합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만들어졌다"며 "당시 여야 모두 통일은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상당 기간에 걸쳐 사회·문화·정치·경제 등의 교류협력을 통해 정치·군사 통합도 가능할 수 있다는 기능주의적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자주·평화·민주를 통일의 3원칙으로 제시하고, 통일은 '선 민족사회통합, 후 국가통일' 방식으로 점진적·단계적으로 이룩하며, '과도적 통일체'인 남북연합을 거쳐 이룩하자는 게 뼈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 연합은 중앙정부가 없으며, 국제법상의 주체도 아니다"라면서 "미국(1781~1987), 독일(1815~1866), 유럽연합(1992~) 등의 사례는 국가연합이 연방제 통일국가로 발전하는 과도적 단계임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1992년 2월 남북기본합의서가 발효됐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한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관계'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상호 인정 존중·불가침·군비통제·정전상태의 평화상태로의 전환 등의 내용을 담고있다.
남북관계에 있어 전환기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남북기본합의서는 전혀 실천되지 못했다. 그리고 남북연합 개념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연합은 부상했고 6·15 선언 2항에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여기서 언급한 공통성에 대해 임 전 장관은 ▲남과 북이 각기 상이한 체제와 외교·국방권을 보유한 주권 국가임을 인정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를 유지하며 ▲통일을 과정으로 인식하고 자주와 평화의 원칙에 따라 점진적·단계적으로 추진 등이라고 설명했다.
임 전 장관은 "남북연합을 형성해 공존공영하며 서로 왕래하고 교류협력하는 것은 통일된 것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 상황'부터 실현해 완전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한반도 특유의 코리아 통일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캐치프레이즈가 '상생공영'인데, 앞에서 말한 '공존공영'과 다를 바 없다"며 "'사실상의 통일상황'은 남북연합의 형성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남북연합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연합헌장'(가칭)을 채택함으로써 출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년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6·15 선언 등 2번의 큰 기회가 있었다"며 "현재 북미 관계 개선이 추진되고 6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당사국 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이 기회를 활용해 세번째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결코 호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세번째의 평화만들기 노력은 남북연합 형성과 '사실상의 통일상황' 실현으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나 남한 보수층은 남북 연합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6·15 선언 2항은 북한의 연방제 통일 방안에 남한이 동의한 것이라며 6·15 선언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