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희 기자]
새로운 전업주부 연봉 계산법이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원장 김태현)은 최근 홈페이지(www.kwdi.re.kr)를 통해 '전업주부 연봉을 찾아라'를 제목으로 주부 연봉 계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아이들 간식을 만들고, 동화책을 읽어주며, 남편 와이셔츠를 다림질하고, 시부모님 식사를 챙겨드리는 등 전업주부의 하루 일과를 총 37개 항목으로 만들어 노동시간 대비 월급을 계산해볼 수 있게 했다. <표참조> 초등학교 1학년 딸과 3살 된 아들을 키우는 37세 전업주부 이수경씨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자.
이씨는 ▲아침·점심·저녁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치우는 데 2시간 20분 ▲빨래하고 다림질하고 세탁소에 다녀오는 데 1시간10분 ▲아이들 책과 장난감을 정리하고 집안 곳곳을 청소하는 데 1시간 ▲집 앞 마트에서 반찬거리를 사고 인터넷 홈쇼핑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데 1시간 ▲은행이나 동사무소에서 업무를 보는 데 30분 ▲3살 아들을 돌보는 데 4시간 ▲초등학생 딸의 숙제를 도와주는 데 2시간 ▲남편의 출·퇴근을 돕는 데 40분 등 하루 평균 12시간을 꼬박 집안 살림에 매달린다.
연구원의 계산법에 따르면 이씨의 월급은 371만여 원이다. 연봉으로 따지면 4452만여 원이 된다. 이는 노동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06년도 전체 직종 임금’ 자료에 근거해 전체 직종 평균 시간당 임금인 1만172원을 적용한 결과다.
지금까지 제시된 전업주부 연봉 환산법은 주부 당사자에게 가상 연봉을 물어 평균을 내거나, 전업주부 교통사고 피해 보상금을 기준으로 환산해보는 정도였다.
CJ홈쇼핑은 2006년 주부 당사자 설문조사를 실시해 40대 전업주부 연봉을 3407만원이라고 발표했고, 지난해 5월 삼성증권은 서울남부지법이 전업주부 교통사고 보상금으로 최고액인 6만5000원(특수인부 일당)을 판결한 것을 적용해 2500만원이라고 추산했다.
미국의 개인재무 상담업체인 샐러리닷컴(www.salary.com)은 지난해 ‘어머니’라는 직업을 가정부, 보육교사, 요리사, 운전기사(자녀 등하교), 최고경영자, 심리상담사(자녀·남편 달래주기) 등 10개 직업을 합친 것으로 보고, 1억2900만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이들 조사 결과는 여성의 무임금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환산하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근거가 추상적이어서 설득력을 얻지는 못했다. 이번에 연구원이 개발한 프로그램은 가사노동 영역을 세분화해 평균 임금으로 계산한다는 점에서 이전 방법보다 구체적이다.
특히 교통사고 피해보상금 산정 시 일용직 노동자 일당인 5만원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전업주부의 노동가치를 현실화하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전업주부 연봉계산법 개발을 주도한 김태현 원장은 “전업주부도 당당한 직업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임금 계산 방법이 필요하다”며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보상방안에 대한 다양한 제안이 있지만 일시에 도입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일단 교통사고 피해보상 산정 기준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구원이 제시한 계산법은 보통 직장인이 하루 9시간 한 달에 22일간 일한 것으로 계산하는 것에 비해, 전업주부의 경우 하루 10시간 이상 한 달 30일 일하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직장인 연봉보다 금액이 많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루 14시간을 일하면 5194만8000여 원, 16시간을 일하면 5936만4000여 원으로 연봉이 늘게 된다.
김 원장은 “이번 프로그램 운영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활용해 향후 보완작업을 거쳐 제도화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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