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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계급사회> 겉그림
<부동산 계급사회> 겉그림 ⓒ 후마니타스
블로그를 운영하면 시사와 책, 일상에 관한 글을 자주 쓰게 된다. 오랫동안 기다린 책(<부동산 계급사회>)이 한 권 나와 세심히 읽고 나의 생활을 버무려 글을 올렸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작가와의 인터뷰가 성사됐다.

출판사는 물론 작가까지 글을 쓴 나를 무척 궁금해했다는 전언이었는데, 블로그의 글 하나가 만들어준 인연에 감사하며 손낙구씨 가족과 대화를 나눴다. 인터뷰는 9월 19일 점심께 후마니타스 출판사와 근처 식당에서 이루어졌고, 손낙구씨 외에도 책에 발가락 그림을 그리면서 데뷔한 딸 손해인 양과 책임편집을 맡은 박미경씨, 리더스가이드의 일반 독자회원이 가세하면서 자연스럽게 '팀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부동산 계급사회>의 저자 손낙구씨는 사실 부동산보다 '노동' 분야의 전문가다. 꼬박 19년 동안 노동자들과 함께 일했고, 5년간은 민주노총 대변인으로 일했다. 그가 '부동산'에 올인하게 된 이유는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는 '부동산'과 '노동'이라는 두 개의 먹이사슬이 서민들에게 두 배의 고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토지공개념에 대한 공감대 기득권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있는 지금 기회에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을 '출간의 변'으로 내놓았다.

'우리'는 책이 주는 진지한 이야기 외에도 세입자로 살아가는 일반 소시민의 이야기와 책을 만드는 에피소드 등 시종일관 '잡담 같은 인터뷰'를 유지했다. 삐딱한 출판사(후마니타스)와 삐딱한 작가, 삐딱한 독자가 만나니 당연히 삐딱한 인터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 요약 없이 바로 전문을 싣는다.

사기와 거짓으로 점철된 '부동산 관련기사'

 필자는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담고 싶은 욕망이 있고, 편집자는 많이 읽히고 싶은 욕망이 있기 마련인데, 밑바닥에서 19년 동안이나 서민들을 접한 손낙구 씨는 서민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다툴 일이 없었다고 한다. 왼쪽은 <부동산 계급사회>의 저자 손낙구 씨, 오른쪽은 후마니타스 책임편집 박미경씨
필자는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담고 싶은 욕망이 있고, 편집자는 많이 읽히고 싶은 욕망이 있기 마련인데, 밑바닥에서 19년 동안이나 서민들을 접한 손낙구 씨는 서민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다툴 일이 없었다고 한다. 왼쪽은 <부동산 계급사회>의 저자 손낙구 씨, 오른쪽은 후마니타스 책임편집 박미경씨 ⓒ 오승주

- 나는 가장 거짓말이 많이 들어가는 장르가 외신 번역과 '통계'라고 생각한다. 동의하는가?
"물론이다. 통계만큼 거짓말이 많이 들어간 자료는 없다. 통계는 숫자와 그래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어떤 문자보다 설득력이 강하다. 실제로 통계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기'가 이루어졌다."

옆에 앉아 있던 박상훈 대표는 영국의 유명한 수상 벤자민 디즈레일리가 남긴 '거짓말'을 환기해 주었다. '거짓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There are three kinds of lies: lies, damned lies, and statistics.)   

- 말이 나온 김에 건설 관련 기사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다. 나도 시민기자를 하고 있지만, 신문사는 이미 장사치가 다 됐다고 생각한다. 기사의 반 이상이 광고성 글이며, 부동산 가격과 주식시세를 교란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한 기사를 보면 화가 나기까지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부동산 기사가 아닌가? 이런 기사를 보며 독자가 주의할 사항이 있다면.
"기자들의 좋아하는 기사는 '섹시하냐' 그렇지 않느냐 아닌가. 자극적으로 써야 잘 팔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동향에 비해 과도하거나 모나게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독자는 이런 점을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 하지만 어찌 기자들만 탓할 수 있겠는가. 구조적인 문제인걸. 정보의 원천은 주로 정부기관이나 건설자본 연구소, 그것도 아니면 건설광고주에게서 나온다. 이런 기사가 약 80% 정도는 된다고 본다. 이런 기사는 정말 잘 봐야 한다."

- 언론에서는 그린벨트 해제나 공급확대 등으로 무주택자를 없앤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부동산 계급사회>에서는 언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 동굴이나 움막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가 무려 11만명이나 된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2006년 국정감사 때인 9월 말에 '판잣집·움막·동굴에 11만 명이 산다'는 요지의 통계를 발표하자 파란이 일었다. 베이징원인도 아니고 21세기의 동굴이라니 믿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관심을 갖지 않을 뿐 명백한 사실이다. 뉴스도 문명도 이들을 비껴간다. 좌파 척결이니 하며 무서운 표정을 짓는 보수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온정이 있는 보수주의자라면 이 사람들을 가만히 방치하지는 못할 것이다.(<부동산 계급사회>에서는 '부산일보' 탐사팀의 끈질긴 탐사취재로 동굴·토굴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8차례나 보도된 이야기가 담겨 있다(220쪽))

경기장을 넓게 쓰지 않으면 좌파는 살아남지 못할 것

 손낙구 씨는 우파 집권세력에게 수난받는 좌파에 대해 "경기장을 넓게 쓰지 않으면 좌파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연히 1주택자들도 포옹해서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손낙구 씨는 우파 집권세력에게 수난받는 좌파에 대해 "경기장을 넓게 쓰지 않으면 좌파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연히 1주택자들도 포옹해서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 오승주
- 우리나라도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다른 자본주의 국가에 비해서 '부동산'의 비중이 너무 큰 거 아닌가?
"자본주의의 역사적인 연원을 말하자면, 땅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던 봉건주의에 대한 일종의 자유 선언이었다. 땅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자는 사회가 자본주의인데, 우리나라를 보면 아직도 봉건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회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형식적으로는 토지개혁을 통해 봉건제를 철폐했지만 자본가가 지주를 대신해 토지를 다시 사들이면서 역사의 바퀴를 되돌리고 있다."

- 그러면 한국의 자본주의는 '부동산 자본주의'라고 불러야겠다.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체제다.
"부동산으로 계급을 나누는 것은 마르크스에서도 나오기 어려운 개념이다. 자본주의의 본질이 '노동'을 상대하는 개념 아닌가. 그런데 한국 사회는 노동과 부동산, 이 두 개의 먹이사슬이 함께 돌아간다. 그래서 두 배로 더 고통스럽다. 문제는 이 부동산이 인간의 전 인생을 통제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평생 일을 해서 3억원을 모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1억5천만원으로는 집을 얻고, 나머지 1억5천만원을 가지고 여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집값이 3억원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에게 남은 돈은 하나도 없게 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사람들은 '투기를 행복과 교환'한 셈이다."

- 하지만 상속세에 대해서는 비판 여론이 더 거세지 않은가. 상속세가 무엇인가? 대체로 부동산 재산에 대한 세금이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이 지난 4월 상속세 폐지와 경감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을 때 세율을 내려야 한다는 응답이 67.9%였는데, 오히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상속세 폐지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결국 현실은 이 책이 주장하는 바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우리의 현대사, 아니 역사를 통틀어서 세금이 복지수단이 된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당연히 세금에 대해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집권세력들은 기회주의자답게 세금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을 악용하는 정책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 하지만 좌파도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라도 있나? 대체로 우파들은 욕망을 중심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좌파는 당위를 중심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서민들의 삶에 설득력을 주는 것은 대체로 우파적인 대안이다. 최근의 감세 논쟁에서도 '복지'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인기도 좋지 않기 때문에 야당조차도 감세 맞불작전을 펼치는 형국이다. 즉 '세금'의 본래 취지는 뉴스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좌파'나 '진보'라는 사람들이 예전과 다름 없이 '구닥다리' 수법으로 투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동운동을 오랫동안 한 사람으로서 그 점에 대해서 고민을 했으며 인정한다. 나는 현실의 좌파와 이론의 좌파로 구분하고자 한다. 당신이 말하는 '좌파'는 '이론의 좌파'라고 할 수 있겠다. 좌파의 행동반경이 여기서 문제가 되는데, 나는 '경기장을 넓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대변해야 할 사람들은 무주택자가 아니라 집을 1채 가진 사람들을 포함해야 한다.

집을 소유하게 되면 당연히 보수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보수화가 아니라 집 때문에 고통을 덜 받게 하는 것이다. 23년 운동을 하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는데, '성선설' 가지고는 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성선설'과 '성악설'을 적절히 버무려야 제대로 된 그림이 그려진다. 좌파든 우파든 정치가 아닌 것과 정치인 것의 구분을 없애야 한다. 정치의 사각지대, 언론의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뉴타운 폭탄이 떨어진 서울에서는 1주택자나 무주택자 할 것 없이 도태되어 가고 있다)

필자를 착취하기로 유명하다는 그 출판사

 손낙구씨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딸(손해인)과의 공동작업이었기 때문에 해인이를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손낙구씨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딸(손해인)과의 공동작업이었기 때문에 해인이를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 오승주

- 책의 머리말을 읽어 보니 집필 과정의 애환이 서려 있었다. 특히 이 출판사는 필자를 착취하기로 유명한 곳이 아닌가. (손낙구 씨는 <부동산 계급사회>를 집필하며 3개월간 출판사에 출퇴근하면서 라면을 함께 끓여먹었다. 그 전에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쓴 장화식 씨는 2개월간 이와 같은 생활을 했다고 전해진다.) 책을 만들다 보면 필자와 편집자가 많이 다투기도 한다는 데 에피소드는 없었나?
편집자 : "필자는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담고 싶은 욕망이 있고, 편집자는 많이 읽히고 싶은 욕망이 있다. 서로 이러한 생각이 앞서가다 보면 다툼이 벌어진다. 하지만 손낙구 선생님은 19년의 '현장경험'이 있고 대중과 호흡하는 법을 출판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번 출판작업 전체를 지휘하게 되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출판사에서 요청한 사항을 하루 만에 만들어오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손낙구씨는 편집자의 말을 들으며 "그게 옳은 주장이니까"라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 출판사보다 책을 잘 만드는 필자라. 참 재밌다. 이 책의 딜레마는 역시 통계가 아닐까 한다. 우석훈씨는 통계와 책 판매에 정비례 관계가 있다며 통계자료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부동산 계급사회>에 있는 '통계 처리'는 어떻게 했나?
"정말 그렇다. 이 책에서 통계는 사실상 시작과 끝이다. 삽화, 퀴즈, 요약자료 등등의 조미료를 등장시킨 것도 통계 때문이다. 통계의 원소인 숫자가 독자를 괴롭힌 것은 사실인데, 그렇다고 통계를 빼게 되면 이 책의 힘이 쫙 빠져버린다. 하지만 정공법으로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 취지는 알겠지만, 중요한 것은 시장의 반응이 아니겠나? 사실 통계도 통계지만 <부동산 계급사회>라는 제목도 굉장히 위험한 발상 아닌가?
편집자 : "제목은 4월에 처음으로 제기되었는데 장고 끝에 원 제목을 그대로 갔다. 그야말로 정공법이다. 책이 나온 후에 지인들이 나더러 '책 파는 거 포기했구나'하며 비아냥거렸다. 책을 팔기보다 이 책의 존재를 너무나 알리고 싶었다. 책에서 담은 문제의식이 너무나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걱정했던 것보다는 통계와 숫자가 잘 받아들여졌다. 나오기 직전까지도 팔릴까 걱정을 했는데, 2주 만에 3천부가 나가 재판까지 찍게 됐다."

- 축하한다. 이 책은 그림을 잘 그린다는 따님의 '데뷔작'이기도 하지 않은가?
"해인이(발바닥 그림을 그린 손낙구씨 딸)를 등장시킨 것 역시 일종의 전략적 선택이다. 책을 읽히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이해를 해야 하는데, 중3이 알아볼 수 있게 쓰자는 것이 대원칙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통계자료와 그래프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필요해서 해인이를 작업에 동참시켰다. 3개월 정도 그림 작업을 했는데, 데이터와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러면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책 표지그림은 '퀴즈' 형식으로 돼 있는데, 원래는 대한민국 지도에 발바닥 인간 100명이 아등바등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각 계층의 표정을 일일이 넣어가며 갖은 고생을 다 했는데, 막판에 '그림작가'가 그림을 빼라고 하니 출판사 디자인팀과 필자가 허탈해할 수밖에 없었다."

손낙구씨는 <부동산 계급사회>의 집필계기를 설명하며 '지식인들의 패배주의'를 경계했다. 동굴에 서식하는 인구가 11만명이 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자료가 마음에 와닿지 않았는데, 한 목사님이 찾아와서 손을 붙잡으면서 '이건희씨한테라도 말해서 그들을 구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하며 간절히 부탁하는 모습을 보고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대통령이나 서울시장, 경기도지사가 조금만 협력하면 이들은 당장이라도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흔히 "경제는 심리다"라고 하는데, 손낙구씨와 인터뷰를 하면서 부동산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생각이 떠올랐다.

'부동산은 관심이다.'

 손낙구 씨의 가족, 기자, 도서포털 리더스가이드의 일반 독자, 출판사 편집자는 점심을 곁들이며 3시간 동안 책과 일상에 대해서 '까칠한 잡담'을 이어갔다. 후마니타스 출판사에서 찍은 기념사진.
손낙구 씨의 가족, 기자, 도서포털 리더스가이드의 일반 독자, 출판사 편집자는 점심을 곁들이며 3시간 동안 책과 일상에 대해서 '까칠한 잡담'을 이어갔다. 후마니타스 출판사에서 찍은 기념사진. ⓒ 오승주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올렸습니다.



#부동산 계급사회#손낙구#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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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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