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6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과거사를 반성한다고 한 부분에 대하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국민의 사법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천명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행위와 원인에 대한 언급이 부족해서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 사법부의 과거사 반성을 보면서 과거 사법부와 함께 부끄러운 법정의 공범이었던 검찰로 시선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사법부 못지않게 통렬한 반성과 과거와의 단절을 분명히 선언해야 할 검찰은 왜 일언반구도 없는가?
사법부 수장의 과거사 반성은 정치권력에 종속되었고 무오류를 강변하던 권위주의적 사법부에서 국민의 사법부로 가는 과정의 계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과를 과거 문제를 일단락하는 통과점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완전한 과거사 청산의 시작점으로 삼아 뼈 깎는 자기 반성과 함께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사법 부정의의 문제를 즉각 교정하며 지속적인 사법개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을 주문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문제되는 과거 재판에 대해 당시 재판관이 현직에 재직한다는 등 엉뚱한 문제에 구애받지 말고 더욱 공정하고 신속한 재심 결정을 통해 그 피해자들의 찢어진 명예를 회복해주어야 할 것이다.
또 법원이 반성한다는 개별 사건들을 비롯하여 그간 대법원이 진행해 왔던 과거사청산의 결과들은 연말 발간 예정인 법원 60년사에 꼭 적시하여 기록해, 사실상의 사법살인 등 어두웠던 과거사들을 반성하고 그로 인해 고인이 된 분들을 비롯한 모든 피해자들에게 참회의 뜻을 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법원장이 과거를 반성하면서 그 구체적 원인과 배경, 그리고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구체적 노력에 대해 분명히 언급하지 않았던 점은 매우 아쉽다. 이 부분도 진전이 있길 기대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만큼이라도 사법부의 수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는 것에 비해 아무런 반성도 사과도 없는 검찰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의혹과 논란의 대상의 수준을 넘어, 함주명씨의 재심 무죄판결을 필두로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들, 태영호 납북어부사건 피해자들, 위도 계모임 간첩단 사건 피해자들, 차풍길씨, 민족일보 고 조용수씨, 강희철씨 등 과거 조작간첩사건 등의 피해자들이 지난 해와 올해 재심에서 줄줄이 무죄판결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 사건들이 법원의 잘못된 판결로 마무리된 사건이지만, 그 실질에 있어서는 수사지휘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이 그 사건들의 조작과 법왜곡을 주도했던 사건이라는 점에 있다.
과거 이런 공안수사는 중앙정보부, 보안사 등의 정보기관의 주도 아래 진행되었다는 항변은 무의미하다. 검찰 스스로 자신의 직무유기에 의한 공범이 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검찰의 존재의미 자체를 스스로 부인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당시 검찰은 자신의 기소권을 행사하는 과정을 통해 이런 국가폭력을 법률적으로 포장하고 증폭하는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요컨대 사법부의 과거사관련 사과에 앞서 검찰의 책임은 무엇보다 먼저 추궁되어야 할 선결사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과거사 반성은 단순히 불행한 과거를 반성한다는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검찰이 어두운 과거를 반성하고 단절한다는 것은, 정치검찰로서의 역사를 반성한다는 것이고 정치검찰이 되지 않겠다는 것을 국민에게 약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검찰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다시 나타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검찰의 과거사 반성이 절실하다. 이 때문에 우리는 검찰의 과거사 반성, 정치검찰의 역사와 단절을 촉구할 수밖에 없다.
법원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검찰의 과거사에 대한 진심어린 참회와 반성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아울러 국회는 10월 6일부터 시작될 국정감사에서 과거사 반성없는 검찰을 질책하고 구체적 계획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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