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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또다시 국민건강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

 

중국산 민물고기 사료에서 독성물질인 멜라민이 검출돼 '멜라민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가 중국과의 수산물 위생약정을 대폭 완화해 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지난달 25일 한국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서명한 '한중 수산물 수출입 위생약정' 개정안이 기존 내용보다 대폭 후퇴했다는 것. 이산화황, 콜레라 등 유해물질이 수출국의 수산물 검사항목에서 아예 삭제됐다.

 

이같은 사실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아 26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났다. 강 의원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서명한 '한중 수출입수산물 위생관리에 관한 약정' 개정안이 기존의 약정내용보다 대폭 후퇴한 것으로 밝혀져 이명박 정부의 식품안전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또다시 국민들의 식생활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산 민물고기 사료서 멜라민 검출... 국민건강 또 정치적 이용?"

 

이날 강기갑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당시 한중 정상회담 기간에 정부가 "양국의 수출입 수산물 검사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힌 내용과 전면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당초 한중 수산물 위생관리 약정에는 "양국이 상대국으로부터 수입된 수산물에 위생 및 안전에 관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수입을 잠정 중단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서명한 위생약정 개정안은 "1년에 2회 이상 중대한 위해요인에 의한 부적합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15일 이내로 수출중단을 해제"하도록 바꾼 것으로 밝혀졌다.

 

"위생안전문제가 발생할 경우 위반 사항의 경중 없이 해당상품의 수입을 전면 중단"하던 것을 "심각한 위반사항만 아니면 중국의 개선조치에 대한 통보만으로 15일 이내에 수출중단을 해제"하도록 함으로써 위해한 중국 수산물에 대한 국내 수입규제를 대폭 완화해 준 것이다.

 

강 의원은 "이로써 국내 수입 수산물의 40%를 차지하고 연간 50만톤 규모로 수입되는 중국산 수산물의 국내 반입 물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문제는 중국과의 위생약정을 완화할 만큼 중국수산물의 위해요소가 해소되지 않았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 외국으로부터 수입된 수산물 중 부적합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산이 30%로 부적합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중국에서 국내로 수입되는 모든 수산물은 중국 당국이 '위해하지 않다'고 보증하는 위생증명서가 첨부되어 있지만 여전히 많은 중국산 수산물이 우리 검역과정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고 있다"며 "이는 중국 검역당국의 위생증명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5년 중국산 수산물에서 검출되어 문제가 된 말라카이트그린은 현재까지 계속해서 검출되고 있고, 최근에는 중국산 민물고기 사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돼 문제가 됐다. 강 의원은 "이런 가운데 중국과의 위생약정을 대폭 완화해 준 것은 이명박 정부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또다시 국민건강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위생약정 개정안에서는 그동안 중국이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수산물 검사항목에 포함되어 있던 '이산화황'과 '콜레라' 항목을 아예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산화황의 경우 '06년도에 6건, '07년도에 2건이 중국산 마른새우에서 검출돼 부적합 폐기된 사례가 있으며, 이를 이유로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특별관리대상품목으로 지정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검사항목에서 삭제하고 특별관리대상품목에서도 해제시켰다고 한다.

 

콜레라 역시 한국이 수입을 주로 하는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의 수산물에서 검사를 하고 있지만 중국 수산물에 대해서 만큼은 검사항목에서 제외시켜 논란이 예상된다. 검사항목이 삭제됨에 따라 이들 위해요소를 가진 중국수산물이 국내로 반입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위생약정 개정안은 지난 9월 2일 장관고시 되어 현재 발효 중이다.

 

강기갑 의원은 "최근 중국산 저질분유 문제로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안전성에 문제가 많은 중국산 수산물의 수입이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 우려된다"며 "이명박 정부가 국민건강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또 다시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명백한 책임을 국정감사를 통해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졸속 협상을 타결했다가,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심각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갑자기 왔다"... 이 대통령, 식약청 기습 방문한 까닭은?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중국산 멜라민 사태를 점검하기 위해 예고 없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을 방문했다. 국민을 공포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멜라민 사태에 늑장 대응한 식약청의 태만한 업무처리를 질책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앞서 농림수산식품부와 식약청은 지난 11일 중국에서 멜라민 환자가 사망하자 "해당 분유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멜라민을 함유한 분유를 가공한 식품이 수입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식약청은 17일에야 가공 수입식품에 대한 멜라민 함유 검사에 나서는 등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식약청을 방문, 윤여표 식약청장에게 "갑자기 왔다. 피해는 없냐"고 물으며 청사로 들어섰다.

 

이 대통령은 다시 "공문 같은 거 만들 필요 없고, 이야기 좀 하라"며 멜라민 검출 과정과 현황 등을 보고받았다. 의식품목 428개가 중국으로부터 수입됐다는 보고에 대해 이 대통령은 "검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통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신속히 회수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우리나라는 식품, 마약 관련 처벌규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하다"며 "이 때문에 관련 사범들이 적발되고도 재차 범죄를 저지른다"며 철저한 관리와 후속대응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일산에서 어린이 성폭행 미수 사건이 있었을 때도 일산경찰서를 전격적으로 방문한 바 있다.


태그:#멜라민 공포, #중국산 수산물, #한중 정상회담,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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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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