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눈동자>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미국 국가비밀연구소 바노다인에서 두 마리의 물체가 탈출한다. 하나는 우수한 유전자 결합을 통해 태어난 골든 리트리버의 한 종류로서 고도의 지적훈련을 받은데다 사랑과 조화를 상징한다.
또 한 마리는 살인과 파괴욕구로 점철된 정체불명의 괴물 '아웃사이더'. 골든 리트리버는 소련 정부에 염탐용으로 보내어질 스파이용이며, 아웃사이더는 파괴와 전쟁, 살육을 위해 길러졌다.
연구소로부터 탈출한 골든 리트리버는 우연히 트레비스와 노라를 차례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고 그들과 지적, 감성적인 교류를 느끼고 사랑을 주고 받는다. 트레비스와 노라 역시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고립되어 살아온 사람들이다.
골든 리트리버는 트레비스로부터 '아인슈타인'이라는 이름도 얻게 된다. 한편 골든 리트리버를 죽이기 위해 뒤쫓아 탈출한 아웃사이더는 아인슈타인을 끈질기게 추적한다. 물론 없애기 위해서다.
'아인슈타인' 프로젝트를 알아낸 소련은 킬러를 통해 아인슈타인 프로젝트에 연루된 바노다인 연구소원을 모두 암살시키기에 이른다. 킬러 '빈센트'는 골든 리트리버에 연루된 엄청난 국가기밀을 눈치채고 추적하기 시작한다. 아인슈타인과 지적인 교감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대충 눈치챈 트레비스와 노라는 신분을 완전히 바꾸고 아인슈타인을 보호한다. 그러나 육감적으로 서로의 존재를 감지하는 아인슈타인과 아웃사이더는 마침내 마주할 운명을 타고 난 것이다.
두 존재는 서로를 강하게 거부하고 두려워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동종의식을 느끼고 있다. 판이하게 서로 다른 존재지만 샴 쌍둥이처럼 그 근원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슬픈 숙명이었다. 그러나 무의식 저 너머에는 서로에 대한 희미한 연민도 있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그래도 마음이 따뜻했던 것은 이러한 까닭이었으리라.
선과 악은 샴쌍둥이 같은 존재
무시무시할 정도로 잔인했던 아웃사이더가 마지막 트레비스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말하는 대목이나 아인슈타인을 완전히 죽일 수도 있었는데 일부러 살려준 여지를 암시하는 대목을 보면 알 수 있다. 작가는 이 무시무시한 아웃사이더에게 증오보다는 연민을, 공포보다는 동정을 더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아웃사이더도 아인슈타인도 모두 인간의 이기심과 문명의 이기가 빚어낸 산물이기 때문이다.
"<낯선눈동자>는 쿤츠가 집착했던 주요 주제들을 모두 담고 있다. 사랑과 우정의 치유력, 과거를 극복하고 현재를 변화시키려는 몸부림, 국가와 거대조직에 앞서는 개인들의 도덕성, 자연세계와 인간 정신의 가능성에 대한 경이, 인류와 신의 관계, 초월성, 그리고 세상의 모든 존재는 죽는다는 현실에 대면하여 희망을 유지하는 법 등 이 모두 말이다."(p.421)
이 소설은 1987년도 작품이지만 미래를 예측한 듯한 작가의 예리한 시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유전자 변형이라든지 소련의 붕괴, 인터넷의 예견 등 미래를 통찰하는 작가의 혜안이 돋보인다. 최근 작품이라고 해도 무리없을 정도로 시대 감각에 뒤떨어지지 않고 샤프하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아쉬움보다는 후련함이
저자 딘 쿤츠는 이 책을 쓸 때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고 했다. 그러나 미안한 일이지만 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즐겁진 않았던 것 같다. 사실은 좀 지루했다. 물론 읽는 동안 책장은 술술 넘어갔다. 박진감도 있다. 그런데 좀 따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판매량 3억 2천만부의 판매고를 자랑하고, 얼핏 엿본 네티즌들의 반응에서도 '최고다' '무척 재밌다'는 감상들이 지배적인데 난 어째서일까. 스티븐 킹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딘 쿤츠인데.
나는 이 소설이 아주 잘 만들어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보는 듯했다. 선과 악의 역할이 뚜렷하고 결말도 눈에 선하고 이야기 전개도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을 취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좀 '뻔하다'는 느낌이 들어 김이 샜다. 책장을 덮었을 때는 아쉬움보다는 후련함이 더 강하게 와 닿았다. 분량 압박도 만만찮다. 400페이지 두 권 분량이다.
괴물이나 적을 힘겹게 물리친 상처투성이 선남선녀 남녀주인공이 밝아오는 아침 햇살을 배경으로 자축의 키스를 진하게 나누고 있는 장면에 감동적인 주제가가 곁들어지면서 여기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장면을 보는 기분이랄까.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상상의 동물 등의 소재보다는 '인간'의 추악함에 더 관심이 많은 나의 취향 탓일까. 아니면 어느새 '반전의 묘미'에 길들여져버린 입맛 때문일까. 어디까지나 감상은 개인의 몫이다. 그나저나 딘 쿤츠의 다른 작품도 그럴까? 다시 도전해보리라.
따지지 말고 그저 재미나게 읽어주세요
작가는 후기에서 '나는 독자들이 이 소설의 주제를 찾아내 분석할 것이 아니라 그저 활기차고 재미나게 이야기를 읽어주길 바란다'고 했는데 책을 읽고 난 후 이것저것 따지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작은 기대를 해본다. 다음 그의 작품에서는 아주 재미나게 만날 수 있기를.
하나 더. <낯선눈동자>의 원제는 'Watchers'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원제가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더 잘 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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