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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예산 편성을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참여예산제도'. 정부 권장에 따라 많은 자치단체가 참여예산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실제 참여의 규모나 수준은 높지 않다. 천안시도 몇년 전부터 해마다 예산편성 설문조사와 주민 공청회를 열고 있지만 구체성과 효용성이 부족, 연례적인 행사에 치우치고 있다.

 

참여예산제도의 정신은 오히려 자치단체 울타리 밖에서 온전히 구현되고 있다.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을 비롯해 천안지역 18개 사회복지기관․단체로 구성된 참여예산복지네트워크는 2005년부터 매년 가을마다 사회복지 예산제안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말만 무성한 토론회가 아니다. 그해의 천안시 사회복지예산을 반년이 넘도록 치밀히 분석, 방대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천안시 복지예산의 각 영역별 문제점과 필요 사업들을 제안한다. 지난해의 경우 6건(32억원)의 사업을 제안해 2008년 천안시 예산에 4건(17억원)이 반영되는 성과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 25일 오후 2시 대한적십자사 천안봉사관 3층 강당에서 '2009 천안시 사회복지 예산제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올해 토론회에선 새로운 시도가 이뤄졌다. 종전의 각 복지영역별 예산 분석 뿐만 아니라 7대 권리에 따른 예산 분포도 분석됐다. 기초생활보장권, 보호받을 권리, 교육권, 건강권, 직업권, 문화권, 편의증진권 등 7대 권리에 따른 예산 분석을 수행하느라 참여예산복지네트워크 참여단체 실무자들은 1월부터 9월까지 무려 15차례나 회의를 가졌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천안시 사회복지 예산의 문제점과 제안 사업들을 정리했다.

 

토론회에서는 이상희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간사가 천안시 사회복지예산 총괄분석을 발제했다. 김영미 미래를 여는 아이들 간사와 임상빈 충남장애인부모회 천안지회 사무국장은 7대 권리로 살펴보는 천안시 복지현황, 2009년 천안시 복지정책제안을 각각 발제했다. 김희순 천안시 주민생활지원과장, 전종배 천안시의회 총무복지위원장, 김승용 백석대 교수는 토론자로 참여했다.

 

영역별, 권리별 복지예산 불균형, 복지예산 시비 부담률 감소

 

2008년 1차 추경을 포함해 올해 천안시 사회복지예산을 아동, 보육, 청소년, 여성 등 9개 범주 영역으로 분석한 결과 총액은 1452억원으로 나타났다. 일반회계 대비 22.2%의 예산에 해당, 지난해 사회복지예산 편성비율 19%와 비교해 3.2% 증가했다.

 

참여예산복지네트워크는 복지예산 편성 비중의 증가를 기초노령연금 및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비용 증가 등 중앙정부 정책사업의 반영에 따른 변화로 풀이했다.

 

범주 예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영역은 노인 25%(363억원)으로 나타났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과 자활사업이 포함된 저소득 영역이 24.1%(350억원), 보육 영역이 19.1%(277억원)로 조사됐다. 지역복지와 보건은 각각 9.4%(136억원), 8.2%(118억원)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영역의 비중은 6.9%(100억원)로 집계됐다.

 

매년 문제점으로 도출된 복지영역별 불균형은 여전했다. 노인과 저소득 영역의 복지예산 비중이 49.1%를 보이는 가운데 아동과 여성, 청소년 영역의 복지예산 비중은 각각 5%를 밑돌았다. 청소년 영역의 복지예산 비중이 0.6%(8억원)로 가장 낮았으며 아동 3.5%(51억원), 여성 3.2%(46) 순으로 나타났다.

 

복지예산 비중이 가장 낮은 청소년 영역은 청소년 관련 인프라 지원예산이 책정되어 지난해는 16억원의 규모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예산규모가 축소되며 8억원에 머물렀다.

 

복지예산에서 시비가 차지하는 부담은 최근 3년 동안 조금씩 감소했다. 2007년과 비교해 보조금이 45.6% 상승될 때 시비 부담비는 2.1%만이 늘어 지역의 자체복지사업 개발과 시행의 필요성을 드러냈다.

 

복지예산은 영역별 뿐만 아니라 7대 권리에 따른 분석에서도 불균형을 보였다. 기초생활보장권(37.3%)과 보호받을 권리(30.1%), 교육권(14.6%) 등 3대 권리의 예산비중이 무려 82%를 차지했다. 건강권(9%), 직업권(4%), 문화권(4.3%), 편의증진권(0.7%) 등 4대 권리는 예산비중이 모두 10% 미만을 기록했다.

 

지역따라 지역아동센터 분포 격차, 청소년 전용 지역아동센터도 부족

 

참여예산복지네트워크의 분석 결과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에 따라 수가 크게 달라 접근권에 대한 문제를 노출했다. 또한 청소년 전용 지역아동센터도 수요에 비해 수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현재 저소득 가정의 아동들에게 학습과 정서, 급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아동센터의 수는 총 39개소. 지난해 27개소 보다 올해만 12개 센터가 새로 문을 열었다.

 

지역별 지역아동센터 분포와 저소득 아동 수를 교차 분석한 결과 동남구의 경우 광덕면, 성남면, 일봉동은 저소득 아동 대비 지역아동센터 인원이 1백%를 상회했다. 반면 중앙동, 봉명동, 신안동, 목천읍은 지역아동센터가 1개소도 없거나 수요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북구는 쌍용2동, 백석동, 부성동, 성환읍, 직산읍, 입장면 등의 지역은 지역아동센터 분포가 저소득 아동 수를 상회했다. 쌍용1동, 성정1동, 쌍용3동, 성정2동은 수요에 비해 지역아동센터가 부족했다.

 

청소년 전용 지역아동센터도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도 상반기 기준 학교에서 중식을 지원받는 저소득층 중학생 청소년은 1845명. 그러나 전체 지역아동센터 39개소 가운데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청소년 전용 지역아동센터는 2개에 불과하다. 일부 지역아동센터는 부분적으로 청소년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청소년 전담 인력의 부족으로 청소년 이용은 많지 않았다.

 

저소득층 아동 급식비 현실화 의견 압도적 많아

 

참여예산복지네트워크는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급식을 지원하는 지역아동센터 가운데 24곳을 선정해 지난 8월25일부터 9월5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지역아동센터 시설장들은 저소득층 아동 급식비로 책정된 1끼니당 3천원에 대해 75%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이 16.7%를 차지해 적절하다는 응답은 단 한명도 없었다.

 

현실성을 반영한 적절한 급식비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평균 금액이 3854원으로 조사됐다. 2005년부터 3년째 유지되고 있는 현재의 저소득층 아동 급식비 3천원에 비해 1백28% 인상이 필요한 수준. 설문조사에 참여한 지역아동센터 시설장의 95.8%는 급식비가 오르면 급식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역아동센터 시설장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지역아동센터 실무자의 교육욕구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예산복지네트워크는 지난 8월25일부터 9월5일까지 28개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실무자 교육욕구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전체 응답자의 92.8%가 실무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희망하는 교육 내용은 사례관리 22%, 재정교육 16%, 가정지원 14% 순으로 나타났다. 실무자 교육 일정은 1일 워크샵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실무자 교육 참석시 어려움으로는 46.4%가 지역아동센터 대체인력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저소득층 건강 보험료 지원범위 확대 필요성 제기

 

천안시는 의원발의로 지난 7월 저소득층 국민건강보험료 지원 조례가 제정됐다. 조례에 따르면 2009년 1월부터 건강보험료 월 부과금액 1만원 미만세대 중 65새 이상 노인세대, 세대주가 장애인인 세대, 한부모가족 세대에 대해 보험료가 지원된다.

 

조례에 의해 지원받는 65세 이상 노인세대, 세대주가 장애인인 세대, 한부모 세대는 1만원 미만 건강 보험료 부과자 5천7백53세대 중 1천6백30세대로 부과금액으로 따지면 전체 1만원 미만 세대 중 24.4%를 차지한다.

 

참여예산복지네트워크는 지원 조례를 개정해 건강 보험료 지원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 보험료 1만원 미만 세대는 실질적 저소득층으로 전체 대상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체납현황과 체납자 소득현황으로 봤을 때 건강보험료 1~2만원 부과 세대도 잠재적인 위험을 안고 있는 저소득층인만큼 지원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서대문구는 국민건강보험료 지원 대상을 부과금액이 '월 1만2000원 미만인 자'로 정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월 1만2000원 미만 세대를 모두 포함했다. 서울시 중랑구는 월 1만원 미만의 다양한 저소득 대상 뿐만 아니라 '기타 보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서울시 중랑구청장이 인정한 세대'라는 기준을 두어 그 외의 소외계층까지 포함했다.

 

13개 사업 30억원 복지사업 제안

아동급식비 3500원으로 인상, 교통약자이동편의조례 제정 포함

'2009 천안시 사회복지 예산제안 토론회'에서 참여예산복지네트워크는 총 사업비 30억 규모의 13개 사업을 제안했다.

 

저소득층 아동급식비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1인당 3천원에서 3천5백원으로 인상을 제안했다. 지역아동센터의 지역별 안배를 위해선 중앙동, 봉명동, 신안동, 성정1동, 쌍용1동, 쌍용3동 등 6개 지역의 지역아동센터 신규 운영비 1억4400만원을 산정했다. 2개소의 청소년 전용 지역아동센터 신설에 따른 운영비 지원, 청소년 담당 인력지원비, 청소년 프로그램 지원비 등 3억3600만원도 제안사업에 포함됐다.

 

성폭력피해자의료비 지원예산과 지역아동센터 아동복지교사 파견, 실무자 재교육, 결혼이주민 직업훈련 과정, 다문화체계 기반구축, 소외계층 취업지원 확대,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지원 확대도 제안했다.

 

편의증진권 증진을 위해서는 비예산 사업으로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 이용만족도 정기실태조사, 천안시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 조례 제정, 이동지원센터 설립, 교통약자 관련 업무 일원화를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전종배 시의회 총무복지위원장은 "의회에는 예산 편성권이 없다"며 "제안사업이 편성안에 반영되도록 복지기관 및 단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전 의원은 "의회차원에서도 제안 사업들의 편성에 적극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97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참여예산복지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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