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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일어난 사건입니다.

 

우리집 고양이 꺼뭉이의 밥 그릇에 식은 밥 한 숟갈 넣어서 생선 대가리를 팍팍 으깨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아침 상을 차리기 위해 부엌 일에 열중하는데 갑자기 앞 마당에 냉기가 휙 스치는가 싶더니 팽팽한 긴장이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부엌 문을 열고 내다봤더니 글쎄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꺼뭉이가 꼬랑지를 발딱 세워놓고 뒷발에 있는 힘을 다 주고는 임전태세로 식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앞에 진꼬랑 성꼬가 짝다리를 하고 두 손은 허리를 훨씬 지나 겨드랑이께에 갖다 붙이고는 고개짓을 해 가며 꺼뭉이 밥 그릇을 툭툭 차는 것이었습니다.  

 

진꼬 : 어? 그거 머냐?

꺼뭉이 : 나? 식사 하는 거야.

성꼬 : 그걸 누가 몰라 묻겠어? 그 밥 알 말이야.

꺼뭉이 : 또 왜 그러는데?

성꼬 : 밥 알 그거 말이야. 우리도 좋아 하는 음식이라는 거 너 몰라?

꺼뭉이 : 그런...데요?

 

진꼬 : 좀 비켜 줬으면 좋겠는데.

꺼뭉이 : 농주님이 이거 나 먹으라고 준건데......요.

성꼬 : 다시 말 하겠는데, 좀 비켜 줬으면 좋겠는데.

꺼뭉이 : 농주님이 이거 .......

진꼬 : 내 말을 못 알아듣나분데

꺼뭉이 : 우씨~

성꼬 : 이게 !

꺼뭉이 :  모야 진짜아~

 

 

고양이 :  농주 아찌이~~

농주 : 꺼뭉아 왜?

진꼬 : 꺼뭉이냐 너 이르면 죽어 !

농주 : 왜? 꺼뭉아.

꺼뭉이 : 농주님. 식사 잘 했습니다. 고맙다구요.

농주 : 그래그래. 많이 먹고 쥐나 잘 잡아라.

어머니 : 저기. 파리 보고도 놀래능기 잉가이 쥐 잡을라. 밥도 주지마 ! 달구새끼한테 밥그릇 뺏기는거 봐라. 어구.

 

 

진꼬 : 냠냠~~ 쩝쩝~~

성꼬 : 냠냠 . 생선가시 목에 걸릴라. 조심해.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http://cafe.naver.com/moboo)>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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