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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의 주요 의제는 아주 달랐다.

 

한나라당·민주당·자유선진당 등이 멜라민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안을 고민하고 있을 때, 민주노동당과 진보정당은 각각 남북공동선언실천본부 압수수색건(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의)과 제2창당 로드맵(진보신당 대표단회의)을 논의하고 있었다.

 

또다른 생활이슈인 멜라민 사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민노당, 강기갑 대표 활약만 부각돼

 

멜라민 사태가 여론을 빠르게 장악해가고 있지만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이른바 '진보정당들'의 대응은 속도나 내용 면에서 무기력하기만 하다.

 

두어달 간의 촛불시위를 만들어낸 미국산 쇠고기건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중요한 사안인 멜라민 사태에 한나라당·민주당이 한목소리로 '식품집단소송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진보정당들은 여전히 '총론적 비판'과 '원론적 대안 제시'에 그치고 있다.

 

이를 두고 "진보정당들이 이데올로기 전선에는 강하지만 여전히 생활이슈에는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5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생명권에 심각한 위협을 안겨줬다"고 정부의 늑장대응을 비판하며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식품관리체계·검역체계 강화' 등 '원론적 대안'만 내놓았을 뿐 구체적 대안 제시는 없었다.

 

이렇게 당이 무력한 가운데 대표의 활약만 부각되고 있다. 강기갑 대표는 정부자료를 근거로 지난 19일 "멜라민에 오염된 중국산 저질분유가 국내에도 반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 26일에는 "이명박 정부가 중국과의 수산물 위생약정을 대폭 완화해주었다"고 폭로해 주목을 받았다.

 

강 대표와 함께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소속의 곽정숙 의원도 해당 상임위에서 "식약청이 지난해 중국과 중대한 식품 안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수입 잠정중단 조치를 취하기로 약정을 맺었다"며 중국산 유제품과 유제품 함유 식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수입식품 사전확인등록제'을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이정희 정책위의장은 2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미국 쇠고기 수입문제 때부터 멜라민사태까지 식품안전문제를 계속 주시해오고 있다"며 "그런데 국가보안법, 인권탄압 문제 등도 소홀히 할 수 없어서 이걸 먼저 논의하다 보니까 멜라민 사태 대응 움직임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의장은 "먼저 어떤 품목에 문제가 있는지 국민에게 알리고 빨리 회수해서 위험한 식품을 섭취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며 "원산지 표시 강화제나 식품집단소송제 등도 차분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멜라민 사태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그런 점에서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것보다 위험한 식품들을 빨리 회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진보신당 "원외정당 처지에서 차별화된 대응이 어렵다"

 

민주노동당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진보신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5일 멜라민 사태가 터진 직후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정부의 늑장대응을 비판하며 '수입식품 검역안전기준 강화'와 '식품위기상황 대응시스템 마련'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지난 28일 논평에서는 멜라민 사태를 "제2의 광우병 사태"로 규정했지만, 대안은 앞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나온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나마 정치권에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수입식품 전면 표시제와 식품집단소송제 도입 등도 "사후약방문 대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진보신당이 원외정당의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더라도 생활정치공간이었던 지난 촛불시위에서 보여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못하고 있는 데 "아쉬움이 크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당 안에서도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장석준 정책팀장은 "당이 현재 다른 당과 평면적으로 경쟁하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사전에 주도권을 쥘 수 없는 사안이라 사후에 차별화된 대응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강은주 정책연구위원은 식품집단소송 도입과 관련 "소송 남발, 경로 추적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집단소송제의 효력이나 실효성이 의문이긴 하지만 환경성 질환 등의 경우 직접 피해가 입증된 분들에 한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우리가 식품집단소송제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태그:#멜라민사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식품집단소송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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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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