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伊利), 멍뉴(蒙牛), 광밍(光明).
중국에 거주하면서 우유를 마시는 외국인들은 누구나가 선택하는 브랜드다. 유가공 기업을 넘어 브랜드 자체로도 중국 최고의 브랜드들이다. 이리는 베이징 올림픽 후원기업이고, 멍뉴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다. 광밍은 장쩌민이 봐주는 상하이 최대 기업 중 하나다. 이 외에 수백 종의 우유가 있지만 깔끔한 디자인에 거대기업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멍뉴나 이리의 우유나 발효유를 사 먹었다.
멜라민 사건이 일어났을 때 중국을 출장하다가 귀국했다. 중국쪽 상황을 살피니 이들 브랜드가 들어있다. 기자는 물론이고 7살난 아들, 그리고 2살된 딸도 중국에 살면서 중국산 유제품을 소비했다. 그리고 올 4월에 귀국했다.
아, 우리 가족은 얼마나 많은 양의 멜라민을 걸러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런 유제품에 노출되어 있는 지인의 가족을 생각해 봤다. 슬펐다. 음식들인데. 도대체 왜 이런 문제들이 계속되는 것일까.
이윤을 위해서라면 소비자들의 건강은 무시하는 중국 기업들의 비도덕적인 행태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였다. 그런데 너무 무시무시한 것은 대상이 된 기업들은 중국 내 최고 유가공업체들이라는 사실이다. 이 기업들을 믿을 수 없다면 중국 기업은 어디도 믿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 산둥성 타이안(泰安)에 있는 멍뉴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가장 빨리 성장하는 기업으로 각 거점을 가진 멍뉴의 공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다. 이런 공장이 15개성에 20여곳이 만들어져 있고, 종업원 3만명에 연 400만톤을 생산한다니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홍콩 증시까지 상장한 이런 회사에서 원료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쓴다는 것이 믿기 어려웠다.
수년 전 김치파동이 났을 때 산둥 쪽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 길에서 가장 부각된 것은 싼 값으로 중국산 제품을 수입하려는 수입업자들의 행태였다. 톤당 200불에 수입하는 김치와 1000불에 수입하는 김치는 근본부터 다를 수밖에 없었다. 고춧가루를 취재할 때는 파프리카라는 색소가 눈에 띄었다. 사실 파프리카에서 추출한 인공색소는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 물론 그렇다 해도 인공색소를 쓰지 못하게 한 우리 식품법을 무시한 것은 바르지 못한 처사였다. 어떻든 김치파동의 해결책으로 식약청 감독관의 산둥반도 파견이 나왔다. 뉴스를 들으니 유야무야된 것 같다. 수년 뒤에는 무슨 내용으로 이 소식을 다시 들을까.
사실 우리 식탁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다. 우리 냉장고에 들어있는 식품의 절반 이상은 중국의 흔적을 안고 있을 것이다. 7살난 큰 아이도 일어나자마자 "아빠, 카스타드하고 우유"를 외친다. 우유는 한국제지만 카스타드에는 중국에서 생산된 무엇인가가 들어가 있다.
라디오방송에서 들은 시골의사 박경철의 어느 발언이 생각난다.
"우리 몸은 수천년 동안 만들어진 DNA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런 몸에 갑작스럽게 그 동안 보지 못한 물질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때로는 축적하기도 하고 때론 싸우다가 암이 되기도 합니다."
맞는 말일 것이다. 나 역시 함부로 음식을 섭취하는 습관이 있는 만큼 내 몸에는 낯선 무엇인가가 쌓이고 있을 것이다. 또 갑작스럽게 내 주변 친지들에게서 늘어난 병들의 소식이 생각났다.
아무리 돈이 많다 할지라도 변형된 유전자를 가진 음식물과 이전에 접하지 못한 화학물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유기농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그것은 소수만이 선택할 수 있는 극히 제한된 부분일 뿐이다. 설사 멜라민이 아닐지라도 각종 신흥 화학 물질들은 우리 입 뿐만 아니라 피부를 통해 우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할까. 미국산, 중국산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이다. 지난 100년간 인간들은 너무 새로운 것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아마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이전 수천년의 시간보다 지난 100년이 휠씬 더 무서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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