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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영산  바위봉우리와 바다가 어우러진 산
▲ 팔영산 바위봉우리와 바다가 어우러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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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절집 능가사

육지이면서 섬 같은 곳. 고흥반도를 달리다 점암면으로 빠져나오면 얼마가지 않아 팔영산 입구에 도착한다. 도립공원이라는데 입구는 너무나 밋밋하다. 길가로 요란한 건물도 없고 시골집이 몇 채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다. 담장너머로 기웃거리니 사람의 흔적이 떠난 지 오래된 집들도 있다.

등산채비를 하고 길에 서니 능가사(楞伽寺) 천왕문 사이로 대웅전이 보인다. 스르르 빨려 들어가듯 천왕문을 넘어 들어간다. 사천왕상이 눈알을 부라리며 '웬일이냐?'고 묻는 듯하다. '잠깐 구경 좀 하려고요.' 조심스럽게 예를 갖추니 들어오라고 한다.

능가사 넓은 마당에 대웅전이 지키고 있다.
▲ 능가사 넓은 마당에 대웅전이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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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러운 절이다. 대웅전 주변으로 아무런 전각도 배치하지 않은 배포가 대단한 절이다. 요즘 절들이 웅장한 복원불사를 벌이는 것과는 대조가 된다. 대웅전 지붕 너머로 팔영산이 기웃거리듯 내려다보고 있다.

대웅전 뒤로 돌아드니 요사채가 있고 넓은 마당 끝에 명부전이 있다. 이 큰 절터에 절집은 이게 전부다. 무척 여유로운 절이다. 아니면 공간의 미학을 보여주는지. 하지만 조금은 아쉬웠을까? 절 마당 한가운데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서는 복원불사 기와 접수를 받고 있다.

초라해서 더욱 마음에 다가오는 부도탑

물을 한 바가지 들이키고는 명부전으로 향한다. 명부전 뒤로 부도가 보인다. '와! 특이하다.' 많이 훼손된 부도를 보니 무언가 모를 미묘한 감정이 생겨난다. 부도의 일반적인 형태인 팔각형 부도인데 옥개석 지붕을 낮게 덮어 편안한 안정감을 주고 있다. 아래 받침 기둥에는 면마다 꽃을 조각해 놓았다. 보주는 옥개석 위에 세울 수 없었는지 옆에 따로 두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주변 정리도 되지 않고 너무 방치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못생기고 균형미가 없는 부도일지라도 오래되고 안정적인 모습에서 독특한 매력을 주고 있다. 정감이 넘치는 부도다.

부도탑과 중수비 많이 훼손된 부도탑과 달리 중수비는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 부도탑과 중수비 많이 훼손된 부도탑과 달리 중수비는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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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귀부와 이수를 잘 보존하고 있는 비가 서 있다. 비문 머리에는 흥양팔영산능가시중수비(興陽八影山楞伽寺事蹟碑)라고 쓰여 있다. 이 비는 조선 숙종 16년(1690)에 세워진 것이며, 홍문과 부제학인 오수채가 찬하고, 사헌부 대사헌 조명이 썼다고 한다. 비문에 의하면 능가사는 신라 눌지왕 때 아도화상이 보현사(普賢寺)를 창건하였으며, 임란 후 절이 폐찰된 것을 1644년(인조 22)에 벽천(碧川)이 중창하고 능가사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중수비 옆에 작은 비가 또 하나 있는데 만경암중수기념비(萬景庵重修紀念碑)라고 쓰여 있다. 비에는 전라남도 고흥군 점암면 팔영산 능가사라고 쓰여 있는 걸로 봐서 그리 오래되지 않은 비로 보인다.

징검다리처럼 떠있는 섬들

바위 암벽 1봉부터 8봉까지 모두 이런 길을 올라갔다 내려와야 한다.
▲ 바위 암벽 1봉부터 8봉까지 모두 이런 길을 올라갔다 내려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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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옆으로 빠져 나오니 부도전이 있고 산으로 가는 길이다. 들어가는 길은 잘 포장되어 산 밑자락까지 간다. 산행은 등산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원점회귀형이다. 1봉부터 넘어 정상인 깃대봉까지 갔다가 오기로 했다. 숲속으로 들어서니 계곡에는 물이 말랐다. 비가 온 지 꽤  오래됐다.

산 아래는 바위산이지만 산으로 들어서니 숲이 깊다. 하늘을 덮은 나무들로 산행하기에 좋다. 얼마가지 않아 흔들바위에 도착하고 1봉으로 길을 잡고 올라섰다. 앞에 걸어가는 연인이 손을 꽉 잡고 다정스럽게 걸어간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산에서 저런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게 부럽다. 사랑이 넘쳐나는 것 같다.

나무숲을 벗어나니 바로 바위 암벽이다. 쇠줄을 잡고 바위벽에 설치된 철구조물을 의지해서 올라야 한다. 군데군데 쇠고리를 만들어 놓아 잡고 오를 수 있도록 배려를 해 놓았다. 등산객들도 서로를 배려하고 있다. 젊지 않은 남녀가 바위 절벽 앞에서 서로 먼저 올라가라고 권한다. 힘들어 하면 엉덩이라도 밀어주려는 걸까?

철 난간에 의지하고 쇠줄을 타고서 올라선 첫 번째 봉우리는 힘든 만큼 큰 선물을 준다.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바다. 작은 섬들이 떠있고 육지가 건너다 보여 더욱 운치가 있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고돌산반도와 고흥반도를 사이에 두고 적금도, 둔병도, 조발도, 낭도가 징검다리처럼 바다 위에 떠 있다.

순천만쪽 바다 작은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바다위에 떠 있다.
▲ 순천만쪽 바다 작은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바다위에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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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 온 봉우리들 하얀 암봉과 파란하늘, 그리고 바다가 어울린 멋잇는 산
▲ 넘어 온 봉우리들 하얀 암봉과 파란하늘, 그리고 바다가 어울린 멋잇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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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 봉우리를 넘어 볼까?

1봉에서 건너다보이는 2봉은 더욱 높게 보인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지만 앞으로 가야할 봉우리가 많이 남았다. 2봉으로 향한다. 또 다시 난간과 쇠줄을 타고 바위암벽을 타고 다닌다. 2봉을 넘고, 다시 3봉으로. 그렇게 넘은 봉우리는 봉우리마다 이름표를 달고 있다.

이름도 재미있다. 선비의 그림자를 닮았다는 유영봉(儒影峰, 491m), 팔영산 주인이라는 성주봉(聖主峰, 538m), 대나무통 관악기인 생황을 닮은 생황봉(笙簧峰, 564m), 사자모양 사자봉(獅子峰, 578m), 다섯명의 늙은 신선의 놀이터 오로봉(五老峰, 579m), 건곤이 맞닿은 곳 하늘문인 두류봉(頭流峰, 596m), 일곱 개 별자리를 돌고도는 칠성봉(七星峰, 598m), 푸르름이 겹쳐 쌓인 적취봉(積翠峰, 591m)

봉우리마다 등산객들은 경치를 감상하느라 오래도록 머문다.
▲ 봉우리마다 등산객들은 경치를 감상하느라 오래도록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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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를 넘으면서 이름에 맞춰 경치를 감상하니 주위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하늘과 맞닿은 곳 두류봉이 여덟 개 봉우리중에서 제일 높다. 하지만 뒤에서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는 봉우리가 있으니 8봉에 들지 않지만 팔영산의 주봉인 깃대봉(608.6m)이다.

깃대봉에서 바라본 섬들의 군무

깃대봉 정상 팔영산 정상이지만 여덟개의 봉우리에는 들지 못한다.
▲ 깃대봉 정상 팔영산 정상이지만 여덟개의 봉우리에는 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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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봉을 내려서면 깃대봉까지는 다시 숲길을 따라간다. 깃대봉에는 정상 표지가 두 군데 있다. 하나는 경찰초소 앞에 있고, 경찰초소를 지나면 봉화대 터였음직한 기단 위에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또 하나 있다. 정상을 알리는 노란 표지판이 강하게 다가온다. 

깃대봉에 서니 빙 둘러 바다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나로도 다리가 건너가고 고흥 앞바다 많은 섬들이 춤을 추듯 출렁거린다. 왼쪽으로는 백야대교가 보이며 여수의 크고 작은 섬들로 바다를 다 메울 듯 떠 있다. 산에서 바라본 바다는 섬들이 바다를 튀어 올라오듯 춤을 추고 있다.

한참을 있어도 찾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등산객들은 팔봉에서 아래로 내려갔는가 보다. 내려오는 길은 임도와 숲길을 번갈아 가면서 내려간다. 산을 내려오니 나무로 된 안내판이 보인다.

'수고하셨습니다. 출발지점에서 여기까지 약 7.4㎞ 230분소요, 약 1501㎉의 열량이 소모되었습니다.'

요즘 건강에 관심이 많다보니 안내판도 웰빙(Well-being) 바람인가보다. 오늘 산행은 건강도 좋지만 봉우리를 넘어 다니면서 신선이 된 듯 하늘과 바다를 마음껏 날아다닌 기분이다. 깊어가는 가을. 남해바다 작은 섬들의 군무(群舞)를 보려면 팔영산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고흥 나로도 쪽 바다에 섬들이 가득하다.
▲ 고흥 나로도 쪽 바다에 섬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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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방향 섬들 낭도를 비롯하여 크고 작은 섬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 여수방향 섬들 낭도를 비롯하여 크고 작은 섬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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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산행시간은 점심포함해서 5시간 소요되었습니다.



#팔영산#능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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