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금융구제를 위해 무려 7,000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지금까지 막대한 금융이익을 독차지해 오다가 잘못된 경영으로 위기를 자초한 '월스트리트 귀족'들을 국민의 혈세로 구제해준다는 비판이 팽배한 가운데 미국의 과학전문 사이트 <라이브 사이언스>가 최근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평범한 서민들로서는 '감'조차 잡히지 않는 7,000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과연 다른 용도와 비교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소개한 것이다. 과학전문 사이트답게 주로 과학 분야 예산과 비교했다.
NASA 1년 예산의 40배
전 세계 우주연구를 선도하며 최근 화성과 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09년 예산으로 176억 달러를 배정받았다. 금융구제 자금의 2.5%에 불과한 액수다. 최근 NASA가 예산이 부족해 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호소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는 대목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최근 오는 2020년 인간이 직접 달에 착륙하여 연구기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미국 언론들은 '지금의 NASA 예산으로는 이를 추진할 수 없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은 이보다 더 작은 연간 60억 달러의 예산으로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1,900개 대학의 기초과학 연구를 지원하고 있지만 역시 현실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이와 함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2,8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있는 최고의 스포츠 스타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무려 2,500년간이나 선수생활을 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부자 400명의 재산을 모은다면?
<라이브 사이언스>는 '미국 국민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금융구제를 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7,000억 달러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미국 전체인구가 1명당 2,300달러의 세금을 낸 것과 같은 엄청난 규모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지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이라크 전쟁에 쏟아 부은 6,060억 달러와 올해 미국의 전체 국방비로 지출된 4,810억 달러보다도 훨씬 많은 액수다.
그러나 <라이브 사이언스>는 수많은 비교 끝에 마침내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세계적인 부자들의 재산을 모으는 것이다.
<라이브 사이언스>는 '최근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최고의 부자 상위 400명의 재산을 모두 더하면 1조 7,500억에 이른다'며 '이 정도의 자금이라면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들이 재산을 내놓을 리는 없다.
이처럼 언론들의 냉소적인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행정부는 얼마 전 의회에서 부결된 금융구제 방안을 수정해 오는 1일(현지 시각) 이를 다시 상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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