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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 단맛에 중독

 

어릴 때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과자를 입에 달고 살았지요. 과자를 안 사주면 응석을 부리고 생떼를 피웠지요. 집의 어른들은 아이 달래는데 편하고 가공식품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과자들을 손쉽게 사주었지요. 어느새 밥도 잘 안 먹게 되고 라면에 과자만 먹게 되더군요. 가공식품으로 끼니를 때우고 과자와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를 했지요.

 

어릴 때야 단맛에 길들여져 있고 몸이 어떤지 정확한 느낌을 알지 못해 가공식품을 좋다고 먹었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먹고 나면 속이 안 좋다는 게 느껴졌어요. 방구도 자주 나오고 더부룩한 느낌도 있었지요. 과자의 단 맛에 중독된 것 같아 찝찝했고 ‘반드시 먹어야 했던 가공식품’에 대해 ‘왜 꼭 먹게끔 되었을까’ 물음표를 던지게 되었지요.

 

군인이었을 때, 스트레스를 풀어줄 유일한 비상구는 충성클럽(PX)이었어요. 과자와 초콜릿 가공품을 마구 먹게 되었지요. 잠시 단 맛에 취해 기분은 나아졌지만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도 아니고 가공식품 대량 섭취로 속이 불편해서 더 스트레스를 받더군요. 그래서 다시 단 것을 더 먹는 악순환 되었지요. 몸무게는 갑자기 10kg가 늘더군요.

 

연쇄살인범 거처에 쌓여있는 아이스크림 상자들

 

때마침 한 친구가 충격을 받고 읽었다며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국일미디어. 2006)을 추천하더군요. 먹고 돌아서면 배고프던 '쇠도 씹어 먹을 수 있는' 시기에 책을 읽는데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제가 지금까지 먹었던 가공식품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죠.

 

지은이 안병수는 과자로 대표되는 가공제품 모든 것이 해롭다고 주장을 하지요. 라면과 초코파이, 바나나 우유, 껌과 아이스크림, 콜라, 햄소시지 등 하나하나 따지며 유해성을 설명해요. 지금까지 먹었던 것들이 떠오르며 괜히 더 속이 안 좋아지더군요.

 

가공식품에 들어있는 성분들, 설탕을 비롯한 정제당, 쇼트닝과 같은 나쁜 지방, 수백 종에 달하는 식품첨가물의 문제를 지은이는 여러 연구 결과와 다양한 자료로 논증을 하기에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책은 가공식품들이 체내에서 어떻게 대사되어 어떤 생리 효과를 갖는지, 특히 사람의 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자세하게 알려주죠. 몇 년 전, 사회를 경악시켰던 연쇄 살인범 거처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아이스크림 포장지들의 의미를 설명하는데 뜨끔하더군요. 저 역시 ‘단맛’에 길들여져 있었고 정서가 많이 불안했으니까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좋은 과자

 

안 되겠다 싶었죠. 결단을 내렸죠. 앎은 실천할 때 의미가 있으니까요. 충성클럽을 끊었죠. 하지만 김유신의 말도 가던 길로 가듯이 울적했던 지난겨울의 어느 날, 충성클럽 문 앞에 와 있더군요.

 

"뒷면에 있는 성분 표시를 보고 '좋은 과자'를 먹는 거야."

 

이렇게 스스로 정당화를 하고 뒷면에 성분 표시들을 찬찬히 읽어나갔어요. 아니 이게 웬 걸, 트랜스지방은 언론에서 하도 지적을 해서 없다고 표시가 된 게 많았지만 여전히 트랜스지방이 포함된 과자들이 있더군요.

 

더욱이 백설탕, 쇼트닝, 합성착향료, 산도조절제, 유화제 등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이 과자마다 범벅이더군요. 작은 글씨로 써져있는 성분표시들을 읽으며 과자들을 집었다 내려났다 반복했지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좋은 과자'를 도저히 못 찾겠더군요.

 

마지막 과자가 된 ‘미사랑’

 

그러다 손에 든 게 바로 ‘미사랑’이었어요. 당시에는 멜라민이 뭔지도 몰랐고 깔끔한 포장과 먹음직스러운 모양새가 끌리더라고요. 표시성분을 보니 쇼트닝, 트랜스지방 없고 다른 과자에 비해 그나마 낫더군요. 커다란 한 봉지를 샀지요. 표시성분에는 1회 섭취 권장량이 표시된 것이었고 커다란 한 봉지는 4회분에 해당하는 양이었죠. 봉지를 열어서 먹다보니 맛도 괜찮았고 옛 버릇 못 버린다고 오랜만에 ‘인공단맛’을 음미하며 커다란 한 봉지를 다 먹게 되었지요.

 

문제는 그때부터였어요. 시간이 조금 지나자 속이 쓰라리더군요. 점점 속이 부대끼고 아파오더군요. 가공식품을 그동안 안 먹어서 몸이 예민해졌나 생각이 들었지요. 당시에는 이유야 정확히 몰랐지만 가공식품을 다시는 먹지 말아야지 후회를 하며 앓아누웠지요.

 

그렇게 ‘미사랑 카스타드’는 저의 마지막 과자가 되었지요. 값비싼 대가를 치른 뒤 가공식품을 입에도 대지 않았지요. 최근 멜라민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사랑 과자가 언론에서 언급되는 걸 보고 제가 앓아누웠던 까닭을 알게 되었지요. 멜라민들이 내 속에 들어와 난리를 쳤구나 생각이 들면서 중국의 아기들이 얼마나 아팠을까 느껴지더군요.

 

잘못된 먹거리가 질병 일으켜

 

사람들은 건강하게 살고 싶지요. 의료, 위생보건, 주거생활 등 놀라운 변화로 장수는 하게 되었지만 성인병이라고 부르는 다투는 암, 심장·뇌혈관 질환, 당뇨병은 갈수록 늘어나네요. 오늘날 사망률 1, 2위를 다투는 이러한 병은 잘못된 먹거리와 생활습관에서 오는 질병이라고 책 지은이는 주장하지요.

 

지금이야 흔하게 걸리는 병이라고 여기지만 이 3대 ‘현대문명 질환’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드믄 질병이었어요. 미국의 경우 20세기 초에는 당뇨병이 10만 명 가운데 1명꼴로 걸리는 희귀병이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그 발병률이 20명 가운데 1명에 달해요.

 

피부색과 사는 곳은 다 달라도 오늘날 문명국들은 똑같이 생활습관병을 겪고 있지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잘못된 식생활을 그 이유로 꼽아요. 잘못된 것을 먹어 병에 걸리는 것이죠. 먹거리에 대한 반성과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기에 이르렀네요.

 

먹는 문제를 넘어서 어떤 걸 먹을지 고민할 때

 

소비자는 왕이에요. 그러나 왕대접을 받으려면 책임이 따르지요. 임금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나라가 망하듯 소비자가 제품에 무관심하면 시장이 망해요. 지난 20세기에 식품 산업의 변화는 건강 측면에서는 재앙이었는데, 여기에는 소비자의 무관심이 큰 몫을 했어요.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먹거리 문제들은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고 식은땀을 나게 하지요. 영화야 허상이지만 먹거리는 이미 먹었거나 앞으로 먹을 수밖에 없는 실재니까요. 지금은 단지 ‘소고기’를 먹는 것보다 ‘어떤 소고기’를 먹는지 중요한 시대로 변했지요. 이제는 단지 식욕을 채우는 게 아니라 건강한 음식을 맛있게 먹으려 하죠. 싸다고 ‘불량 소고기’를 기꺼이 수입하는 정부는 시대의 흐름에 눈을 감고 있죠.

 

정부에 대한 믿음이 땅에 떨어져서 이제 시민들이 움직이네요. 소비자들이 바꾸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변화하니까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바꿀지"이죠. 유기농식품과 로컬푸드, 제철과일 등이 다시 각광받으면서 결국 자연에 가까운 식생활로 돌아가는 모습이에요. 반복되는 ‘먹거리 파문’이 언제쯤 그칠까요. 제발 편안하게 식탁에 앉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멜라민 때문에 생긴 일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2005)


태그:#멜라민, #가공식품, #과자, #쇼트닝, #트랜스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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