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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사망사건'을 보도한 <중앙일보> 2일자 인터넷판 기사.
 '최진실 사망사건'을 보도한 <중앙일보> 2일자 인터넷판 기사.
ⓒ 오마이뉴스 김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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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최진실 사망사건'이 알려지면서 언론이 앞다퉈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은 고인의 명예나 일반 국민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정적인 기사를 내보내는 중이다. 이른바 특종 터뜨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중앙일보>는 2일자 인터넷판 기사에서 "자택 욕실 샤워부스에서 압박붕대로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됨"이라고 구체적인 자살 사망 방법을 묘사했다. <중앙일보>는 한 발 더 나가 "압박 붕대는 일반 시중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며 "3m 짜리가 4만~7만원 정도"라고 '사망도구'의 구입 방법까지 친절하게 안내했다.

지난해부터 언론의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마련해 자살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희주(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국장은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정말 잘못된 보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언론이 자살 사망의 방법을 세밀히 알려줌으로써 제2, 제3의 자살 사고를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짧은 인터뷰 내내 언론이 '금도'를 지킬 것을 주문했다.

'지하철 자살 사망' 줄인 오스트리아 배워야

김 사무국장은 "사망한 최진실씨가 목을 매 숨졌다거나, 압박붕대를 사용했다거나 하는 얘기는 보도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분명히 유사 사례가 또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반드시 한 번에 사망하는 방법을 택하게 돼 있다"면서 "언론을 통해 유명 연예인들이 자살한 방법이 보도되면 대부분 따라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가 이어진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9월 8일 탤런트 고 안재환씨가 연탄가스로 자살 사망한 사건이 언론에 자세히 보도된 뒤 유사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 9월 13일 부산 온천동 한 호텔 객실에서 고교생 이아무개(18) 군이 고 안재환씨를 모방해 자살 사망한 뒤 지금까지 모두 5건의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김 사무국장은 "지난 2004년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이 반포대교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이후 많은 한강다리 중 유독 반포대교에서만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그는 "충분하지 않은 정황을 근거로 자살 사망을 판단해 보도하면 안 된다"며 "유명인 자살 사망을 묘사한다든지 유족 인터뷰, 장례식 영정 사진 등도 사실은 보도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정부와 언론의 노력으로 '자살 예방' 효과를 거둔 오스트리아의 예를 들며 한국 언론이 반성해야 할 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지하철 자살 사망 사건이 굉장히 심했다"면서 "하지만 WHO(세계보건기구) 자살보도 권고 기준을 따른 정부와 기자협회의 노력으로 보도를 자제하면서 유사 사례가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김 사무국장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자살예방 권고기준을 마련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방송통신위원회나 방통심의위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언론시민단체와 기자협회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도 덧붙였다.

한편 누리꾼들의 '선정적 보도'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 "압박붕대는 무엇?" 기사에서 한 누리꾼은 "사람이 죽었는데 하찮은 붕대가 뭐냐"고 비난했다.

자살 보도 권고기준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에서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언론의 자살 보도 방식은 자살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살 의도를 가진 사람이 모두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아니며, 자살 보도가 그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자살 보도는 사람들이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자살을 고려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자살이 언론의 정당한 보도 대상이지만, 언론은 자살 보도가 청소년을 비롯한 공중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분한 예민성과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언론인들이 자살에 대한 보도에서 아래의 가이드라인을 지켜주실 것을 권고합니다.

1. 언론은 자살 보도에서 자살자와 그 유족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중요한 인물의 자살과 같은 공공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건이 아닌 경우에는 자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야 합니다.

2. 언론은 자살자의 이름과 사진, 자살 장소 및 자살 방법, 자살까지의 자세한 경위를 묘사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자살 등과 같이 공공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에 그러한 묘사가 사건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경우는 예외입니다.

3. 언론은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자살동기를 판단하는 보도를 하거나, 자살동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됩니다.

4. 언론은 자살을 영웅시 혹은 미화하거나 삶의 고통을 해결하고 방법으로 오해하도록 보도해서는 곤란합니다.

5. 언론이 자살 현상에 대해 보도할 때에는 확실한 자료와 출처를 인용하며, 통계 수치는 주의 깊고 정확하게 해석해야 하고, 충분한 근거 없이 일반화하지 말아야 합니다.

6. 언론은 자살 사건의 보도 여부, 편집, 보도 방식과 보도 내용은 유일하게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입각해서 결정하며, 흥미를 유발하거나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자살 사건을 다루어서는 안됩니다.  


태그:#최진실, #최진실 사망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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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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