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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1급 장애인 최창현씨는 지난 9월 26일 밤 조계사에서 정부의 종교편향에 항의하며 불당을 108번 도는 일인시위를 벌였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최창현씨는 지난 9월 26일 밤 조계사에서 정부의 종교편향에 항의하며 불당을 108번 도는 일인시위를 벌였다.
ⓒ 최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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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남부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촛불집회 참가자 강제 연행에 항의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고발했던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최창현(43)씨의 다른 재판 동향을 파악하다가 법정에서 판사에게 지적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2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지방법원 22호실. 대구지법 제2형사단독 김경철 판사는 장애인단체 내부 갈등 문제와 관련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최씨는 이날 심리를 진행한 뒤, 방청석에 대구남부경찰서 정보과 김아무개 형사가 앉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형사는 방청석에 앉아 메모지에 최씨의 재판 상황을 적기도 했던 것. 최씨는 이 사실을 바로 판사에게 알렸다.

그러자 김경철 판사는 곧바로 김 형사를 법정 앞으로 불러 세워놓고 훈계한 뒤, 김 형사가 갖고 있던 메모지를 압류했다.

최창현씨는 "신성한 법정에 경찰이 들어오고, 그것도 재판진행상황을 메모한 것은 피고인과 판사의 동향을 파악해 경찰청이나 청와대 등 상부기관에 보고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최씨는 "법정에서 행동이 잘못됐다고 여겼는지, 김아무개 형사는 오후에 사무실로 찾아와 잘못했다고 사과하더라"면서 "당시 법정에는 언론사 취재 기자는 없었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언론에 제보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법정에서 최씨를 변론했던 김현익 변호사는 "최창현씨는 장애인 단체 활동을 하면서 소신있게 행동해 왔고, 다소 과격해 보이는 측면도 있어서 그런지 경찰에서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서 "판사도 법정에서 메모하는 경찰의 행동은 잘못됐다고 보고 훈계하고 메모지를 빼앗았다"고 말했다.

최창현씨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난 9월 26일 밤 10시10분부터 다음 날 새벽 1시10분까지 3시간 동안 조계사 불당을 108번 돌았다.
 최창현씨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난 9월 26일 밤 10시10분부터 다음 날 새벽 1시10분까지 3시간 동안 조계사 불당을 108번 돌았다.
ⓒ 최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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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구남부경찰서 김아무개 형사는 "최창현씨와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평소에서 1주일에 한두 번 사무실에 가서 만나기도 했다"면서 "단순하게 점심이나 같이 하려고 갔던 것인데, 최창현씨가 오해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형사는 "의미가 있어서 간 것은 아니고, 사건을 알고 싶어서 간 것"이라며 "절대 나쁜 목적도 없었고, 경찰청이나 청와대 등 상부기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지도 않았고, 보고하기 위해 간 것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오후 최창현씨를 만난 것은 사실이나 다음부터 오지 말라고 하면 오지 않겠다는 말을 하기 위해 갔으며, 인사차 간 것이었다"고 밝혔다.

최창현씨는 2007년 손발을 끈으로 고정하고 전동 휠체어를 입으로 조정하며 유럽을 횡단(2만6000km)해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 경찰의 촛불집회 참가자 강제연행에 항의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고, 서울중앙지검에 이명박 대통령을 고발했다.

최씨는 지난 9월 15일 이명박정부의 언론장악에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종이피켓을 전동 휠체어에 꽂고 이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포항시 흥해읍 덕성1리 덕실마을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 그는 정부의 종교편향에 항의하며 지난 9월 26일 매일 밤 10시10분부터 다음 날 새벽 1시10분까지 조계사 불당을 휠체어로 108번 도는 일인시위를 벌였다.


태그:#최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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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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