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일찍 사우나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길 택시를 탔습니다. 사우나에서 저희집까지는 걸어오긴 멀고, 택시 타면 딱 기본요금 정도 거리인데, 여자분들은 아시겠지만 택시에 젊은 여자가 타면 가끔 작업(?) 비슷하게 농담을 거는 젊은 택시기사가 있습니다. 오늘 만난 택시기사가 딱 그런 분이었습니다.
"결혼하셨어요?"
"머리가 길어서 샴푸값도 많이 들겠어요, 아침부터 목욕 갔다 어디 가실려구?"
등등을 자꾸만 물어보는데, 평소에 낯가리고 말 수도 없는 제가 듣기엔 불편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집앞에 와서 2000원을 드리고 잔돈을 받아 내리려는데 깜깜 무소식이더라구요?
"잔돈 안주세요?"
그랬더니 한참을 위아래로 쳐다보다가 백원을 던지듯이 내팽겨치고는 '쌩' 하고 가버린 택시. 아침부터 정말 기분 엉망입니다. 평소에 택시를 타면 저도 잔돈 몇 백원은 보통 안 받고 내리는 적이 많습니다.
당연하단듯이 잔돈을 안내어주는 택시기사를 만났을 때 별 말 못 하고 내리는 경우도 있고 무거운 짐 들고 택시 타서 집앞까지 와야하는 경우나, 나이많은 어르신들이 운전하는 영업용택시를 탔을 때가 바로 그 경우인데, 오늘은 왠지 그 기사가 너무 불쾌해서 백원짜리 하나까지 받고 싶었습니다.
당연히 택시요금 외에 잔돈은 거슬러 줘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 100원짜리 하나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아직도 정말 많고 단지 100원이 부족해서 불편한 일도 정말 많은데 말입니다.
100원짜리 하나 부족하면 버스도 안 태워주고, 길 가다 자판기커피가 마시고 싶어도 100원이 부족하면 못 마시고, 은행계좌이체 시킬 때 수수료 500원에서 100원만 없어도 계좌이체를 못합니다.
우리동네 옛날 밀가루떡복이는 아직도 100원이고, 미장원에서는 이벤트 차원에서 앞머리는 100원에 잘라줍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장볼 때도 100원을 넣어줘야만 체인에 묶인 카트를 잠시 제 걸로 만들 수 있습니다.
또 100원이면 방글라데시, 케냐에서는 밥 한끼, 르완다에서는 바나나 2송이, 북한에서는 계란 20개를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5명이 100원씩 내면 결식아동들에게 김밥 한 줄은 사줄 수 있겠죠?
오늘 받은 백원은 백원의 기적이란 프로젝트를 하고있는 굿네이버스 저금통에 넣으려고 합니다. 우리가 평소에 아무의미 없이 지나치던 길거리 동전 100원 하나도 여러 사람이 모으면 아주 큰 돈이 되어 불우한 해외어린이들에겐 몇 끼 식사가 될 수 있다니, 100원이란 돈 결코 작은 돈이 아니라 쓰기에 따라선 정말 큰 돈이죠?
여러분은 100원, 200원씩 안 거슬러주는 택시기사들 만나면 어떻게 하시나요? 평소엔 길거리에 떨어져있어도 무심히 지나치던 100원짜리 동전, 그 아저씨 덕분에 오늘은 100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