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영국 경제가 악화되면서 서비스 부문 일자리가 줄고 있다고 보도한 BBC.
 영국 경제가 악화되면서 서비스 부문 일자리가 줄고 있다고 보도한 BBC.
ⓒ BBC

관련사진보기


미국 발 금융위기가 대서양을 넘어서 유럽 국가들에게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유럽의 국가들은 올 들어 가뜩이나 안 좋은 경제 상황에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시장 규제 강화 등 긴급 조치에 나서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G-8 소속 유럽 국가들은 4일 긴급 회동을 하고, 32억 유로 규모의 펀드를 이번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기업에게 지원하기로 합의하는 등 공조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로 성장률 둔화와 실직자 증가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2, 3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유럽의 경제 성장률이 연말까지 당초 예상치를 밑도는 1%초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국가들 본격적인 금융위기... 실물경제 악화로 이어져

[영국] 금융국가 영국은 '노던 락' 은행에 이어서, 최근 영국 8번째 규모의 모기지업체인 '브라드포드-빙글리' 은행이 전면 국유화되었다. 영국 최대 규모의 모기지업체인 HBSO(Halifax Bank of Scotland)가 로이드에게 넘어간 지 불과 며칠 만에, 이번 금융위기로 더욱 심화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것이다.

영국 실물 경제에도 이미 적신호가 들어왔다. 영국은 올 들어 경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실직자 증가와 물가 상승으로 조만간 '경기 침체(recession)' 상태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랑스] 영국 은행들보다 훨씬 신중하게 대출해주는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적게 받고 있다. 그렇지만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벨기에와 합작은행인 '덱시아(Dexia)'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프랑스 정부는 벨기에, 룩셈부르크 정부 등과 함께 64억 유로의 자금을 지원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프랑스의 실물경제도 사실상 침체로 향하고 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프랑스에 실직자가 매달 수만 명 늘어나는 등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3만 채의 가구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프랑스의 경기 침체 위험성을 보도한 BBC.
 프랑스의 경기 침체 위험성을 보도한 BBC.
ⓒ BBC

관련사진보기


[독일] 헤지펀드 등 투기성 금융자본의 위험성을 이미 알고 대비했던 독일에도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제2위의 모기지 은행인 '하이포 레알 이스테이트(Hypo Real Estate)'가 최근 갑작스럽게 무너졌다.

이를 막기 위해 독일 정부는 350억 유로 규모의 구제프로그램을 추진했다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등을 우려해서인지 "어떤 형태의 구제금융도 제공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은행들이 스스로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독일은 내년 성장률이 1.2% 수준으로 예상되는 등 금융위기 파급 효과가 올해보다도 내년에 더욱 크게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 그리스에서는 아테네 등을 중심으로 은행에서 자금을 인출하는 사태가 본격화되었다. 그리스 은행들의 경영상태가 나빠 단기부채를 막는 데 급급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고객들이 자금을 대거 인출한 것.

갑작스런 예금 인출에 위기를 느낀 그리스 정부는 직접 나서서 모든 예금에 대해 전액 책임을 지겠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유럽판 구제금융' 계획, 영-독 반대에 좌절

유럽 4개국 정상회담에서 유럽의 소규모기업을 위한 지원에 합의한 내용을 보도한 일간 <텔레그래프>.
 유럽 4개국 정상회담에서 유럽의 소규모기업을 위한 지원에 합의한 내용을 보도한 일간 <텔레그래프>.
ⓒ <텔레그래프>

관련사진보기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4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의 주요 국가 정상들과 긴급 회담을 열고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미국처럼 유럽 국가들도 자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구제금융도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자세를 견지한 독일을 필두로 영국도 여기에 난색을 표명, 결국 이 계획은 무산됐다.

대신에 이들 국가들은 이번 위기가 어느 한 나라 차원이 아닌 세계적인 것인 만큼 국가간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조만간 G-8 정상회의를 열고 금융자본의 규제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또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미국에서 시작된 이번 위기가 모든 사업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유럽투자은행을 통해서 250억 파운드 규모의 자금을 소규모 업체들에게 지원하도록 요청하기로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고 AFP가 보도했다.

규제 강화하는 유럽, 규제 완화 고집하는 한국

한국인들은 지난 IMF 외환위기로 금융위기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이번 금융위기로 엄청난 타격을 입는 첫 아시아 국가'로 한국을 지목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처럼 한국은 이미 금융위기의 태풍권에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유럽 국가들처럼 시장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가 커지는데도 오히려 재벌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금융과 산업의 분리 완화'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계속 추진한다고 한다.


태그:#금융위기, #유럽, #은행국유화, #경기침체, #구제금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