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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중단 요구로 철창에 갇힌 사람들

언로가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입을 닫습니다. 통치하는 자들이야 편하지만, 문제는 입을 닫으면 절대 안 되는 순간에도 입을 닫게 된다는 점입니다. 언로가 닫힌 사회는 즉시 망하거나 나라의 뿌리가 흔들리는 참화를 겪었습니다.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시사모)은 언론소비자운동을 하다가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기는 했습니다만 이 땅에서 바른 언론을 지켜내는 일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일반 독자가 이 정도라면 현장에서 부당한 명령에 따라야 하는 기자들은 어떨까 생각하니 숨이 막혔습니다.

상황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심각해졌습니다. 특정 신문들의 왜곡 보도 행태에 항의하는 뜻으로 해당 신문들에 대한 '광고 중단 운동'을 벌인 혐의로 조사를 받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이하 언소주)의 24인이 현재 재판에 계류돼 있고 2인은 차가운 철창에서 생계가 끊어진 가족들을 걱정하며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구속된 2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근근이 생활하는 생활인들입니다. 경찰서 앞에만 가면 가슴이 떨리는 사람들인데, 이제까지 압수수색, 출국금지, 체포, 구속, 재판 등 험한 일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가끔 회원들이 면회를 가면 두려움에 떨기도 하고, 가족들도 재판 결과를 두려워해 도움의 손길을 피하려고 하고 어떤 분은 만나주지 않기도 합니다.

현재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22인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 중에는 만 18세 여학생이 포함돼 있습니다. 하기야 경찰은 고등학생까지 소환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나이가 대수겠습니까. 검찰조사를 받은 네티즌들은 상당히 위축되어 있었고, 그에 따른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현명한 독자는 키클롭스의 먹잇감이 되길 기다리지 않는다

MBC 시사프로그램 'PD 수첩'
 MBC 시사프로그램 'PD 수첩'
ⓒ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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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라는 유명한 고전에 '키클롭스 이야기'가 나옵니다. 난파당한 오디세이 일행이 찾아간 곳은 외눈박이 거인괴물 키클롭스가 사는 섬이었습니다.

키클롭스는 가장 뚱뚱한 사람부터 하나씩 잡아먹습니다. 키클롭스의 식성으로 보면 얼마 못 가 모두 잡아먹힐 운명이었습니다. 오디세이는 용기를 내서 키클롭스가 자는 틈에 창으로 그의 눈을 찔러 몸을 가누지 못하게 만들고, 그 사이에 섬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들이 처한 상황이 키클롭스의 섬과 같습니다. '조중동'과 검찰은 한쪽 눈을 감은 채로 선량한 독자들을 잡아먹으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한명씩 한명씩 잡혀먹고 나면 살아남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 당신의 신변에 아무런 위험이 없지만, 언론은 바람보다 빠르고 칼보다 날카롭습니다. 정신이 장악되는 순간 이미 그들의 먹잇감이 되고 맙니다.

어떻게 하면 키클롭스의 섬보다 더 무서운 '공안정국'에서 빠져나갈지 방법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용기를 내서 그들의 눈에 창을 박아넣는가'이겠죠. 검찰에 구속되고 기소된 분들은 감히 키클롭스의 눈에 창을 꽂으려고 하다가 실패한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지긋지긋한 이 섬에서 빠져나갈 묘안이 생길지도 모르죠.

오늘(10월 7일) 밤 11시 5분 MBC 'PD수첩'이 이들을 다룹니다. PD수첩은 '내가 정말 죄를 지었나요?'라는 제목으로 광고 중단 운동을 벌이다 구속된 이들의 처지를 다룹니다. 이외에 유모차 부대 수사, 부활하는 국가보안법도 함께 다룹니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외치다가 '탄압'을 받고 괴로워하고 있는 2008년 대한민국의 오디세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언소주 카페(http://cafe.daum.net/stopcjd)에도 올렸습니다. MBC PD수첩 10월 7일 밤 11시5분 방송을 많이 시청해주시기 바랍니다.



태그:#MBC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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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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