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투명한 옥빛 바다, 망망대해를 비추는 끝없이 푸른 하늘, 머리카락을 쉴 새 없이 흔들어대는 신선한 바람. 한번이라도 제주도에 가본 사람이면 누구나 눈으로, 가슴으로 인상깊이 기억하고 있을 제주도 특유의 풍경과 경험이다.

 

2백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제주도는 한반도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경관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다. 대륙에 비해 잘 보존된 이러한 경관은 한때 최고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었을 만큼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하며, 따뜻한 남쪽에서 자란 자리돔과 한라봉, 귤은 최고로 평가받는다. 행정적인 이유로 특별자치도라 명명되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분명 특별한 곳일 것이다.

 

이러한 제주도에 우리는 평화의 섬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2005년 정부는 공식적으로 제주도를 평화의 섬이라 천명하였고, 제주도는 세계평화의 섬으로 적극 도(島) 홍보에 나섰다. 세계평화의 섬 정의에 따르면 '전쟁이 없는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며 정의가 존재하는 상태'가 적극적인 평화이며 도(島)는 이를 지향한다고 밝힌다.

 

또한 제주도는 생명의 땅이다. 제주도는 1800여종의 식물과 곤충 등 4000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며 다양한 국가법으로 자연환경이 보호받는다. 특히 2002년 유네스코는 생물 다양성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의 조화를 위해 세계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곳을 대상으로 하는 생물권보호지역으로 제주도를 지정한 바 있다. 이는 국내에서 설악산, 백두산에 이어 세 번째로, 한라산 국립공원을 포함한 해발 200m 이상의 중산간지역과 서귀포시 보목동-강정동 해역이 대상이다.

 

생명과 평화의 땅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

 

그러나 이러한 생명과 평화의 땅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 '정의가 존재하는 곳'에 주민 의견은 무시한 채 갖은 편법과 부정을 동원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그 예정지라는 곳은 유네스코 생물권보호지역 내에 있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예정지인 강정마을은 서귀포 시민의 식수로 이용되는 강정천과 악근천이 흐르는 곳으로 풍부한 용천수로 제주에서는 드물게 논농사를 짓는다. 또한 대궐터, 변수연대 등 역사적인 유적유물이 남아있고 탐라국 왕자가 거주했다고도 전해지는 경관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이러한 강정마을 해역을 포함한 일대를 2002년 해양수산부는 해양보호구역으로, 문화재청은 2004년 바다 속에 서식하는 생물 군락지로는 처음으로 연산호군락을 천연기념물로 그리고 제주도는 2006년 도립해양공원으로 지정하였으며, 유네스코는 제주도생물권보호지역에 이 일대를 포함시켰다.

 

2007년 환경연합이 실시한 강정마을 생태계조사에 따르면 주변 해안에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인 기수갈고등이 집단 서식을 하며, 이는 이후 환경부에서도 공식 확인한 바 있다. 또한 녹색연합의 수중 해양조사에서도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인 나팔고둥과 진홍나팔돌산호의 서식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해군은 '제주해군기지건설사업 사전환경성검토서' 초안 보고서에 기지 건설사업이 군사시설이라는 이유 등으로 사전환경성검토의 필수항목인 입지 타당성을 누락해버렸다. 이는 엄연한 규정 위반이다. 또한 해군은 당초 주민홍보자료를 통해 연산호가 살고 있지 않다고 강조해왔지만, 올해 9월 제주군사기지범대위를 포함한 대책위는 직접 수중 촬영한 영상을 통해 해군기지 방파제 예정지의 가장 가까운 암반에서 발견된 연산호 큰 군락과 다수의 멸종위기종의 서식 확인을 발표했다.

 

만약 강정마을에 제주도와 국방부가 추진하는 해군기지가 들어서게 되면, 이 일대는 치명적인 직간접적 피해를 입게 된다. 보호지역에 직접 매립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방파제 건설 등으로 인한 해류의 변화로 일대 생태계가 교란될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제주도는 유네스코 생물권보호지역에 등록된 국제 보호 지역이다. 이러한 곳을 지자체와 정부가 직접 나서서 훼손하려 하는 상황은 국제 망신거리가 아닐 수 없다.

 

생명과 평화의 땅 제주도에 정의를 무시한 채 추진된 군사기지가 보호 구역을 훼손하면서까지 들어서는 것은 절대 옳지 않다. 해군은 제주도의 군사기지 추진을 즉각 멈춰야 하며, 제주도는 천혜의 관광지로서 제주도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와 제주도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강정 해군기지 유치 진행 경과

강정 해군기지는 정부가 2014년까지 9788억 원을 투입해 서귀포시 강정마을 일대 48만㎡에 함정 20여척과 15만t급 크루즈선박 2척이 동시에 계류할 수 있는 1950m의 부두와 기반시설을 만들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전체 예정부지의 40%가 해상매립이 되며 추가로 4만 2천㎡를 조성하여 크루즈 터미널과 관광함상공원 등 부대시설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주민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대 속에 화순과 위미 지역이 주요 예정지로 추진되던 해군기지는 2007년 주민 의견은 무시한 채 강정마을회장이 군과 함께 돌연 유치신청을 하면서 논쟁의 쟁점에 서게 된다. 이후 강정마을은 마을회장을 새로 선출하며 찬반 주민 투표를 진행하였고, 마을은 해군기지 건설반대로 의견을 모은다. 그리고 주민들은 이후 반대대책위를 구성하여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시민사회단체, 종교계와 함께 적극 대응에 나서게 된다. 도내 미술작가 22인은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한 평화기금 마련 "평화의 섬에서 평화를 꿈꾸다" 시회를 개최하였고,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 등 종교계는 평화 염원 기도회와 평화의 섬 실현 실천 합의문을 채택하는 등 제주도 내에서 다양한 반대 활동이 활발히 일어난다.

 

그 해 12월 국회는 민군복합형기항지 용역 후 제주도와 협의 진행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아 기존 계획에서 150억 원을 삭감한 174억 원이 2008년도 정부예산안으로 승인한다. 그리고 정부는 민간 복합형 크루즈항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를 지난 9월에 발표하였으며 각종 부대시설이 추가되어 총 예산은 약 1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민간복합형 크루즈항을 관광미항으로 미화하고 있지만 기존의 계획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결국은 민관복합항 군사기지에 불과한 구상이다.

 

올해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국감에서 강정마을 앞바다의 연산호 군락지 존재 여부와 예산 승인 조건으로 국회에서 제시된 부대의견의 준수 및 해군기지 명칭 문제 등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질 예정이다.


태그:#제주도, #해군기지, #유네스코
댓글

"자연과 공존하는 초록의 길에서, 지구 그리고 당신과 함께합니다" 8만회원, 54개 지역환경연합, 5개 전문기관, 8개 협력기관으로 구성된 환경운동연합은 전국 환경 이슈의 현장 속에, 그리고 당신의 생활 속에 언제나 함께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