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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오피니언들의 ‘지역 홀대 또는 차별’ 주장이 논리적 설명이 부족한 채 언론을 통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주로 중앙정부의 예산 배분과 관련 다른 지역에 비해 대구경북이 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문제의 원인, 구체적 근거, 재발방지책 등이 언급되어야 하지만, 이 모든 내용은 생략된 채 그들의 주장만 중계하고 있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직장인 언론모니터팀 <8인수다>에서 9월 한 달간 대구경북지역에서 발행된 <매일><영남><대구><경북일보><경북매일> 신문을 모니터 한 결과, ‘논리적 설명이 부족한 지역 홀대 또는 차별’기사가 총 3건으로 나타났다.

 

<영남일보>, 경북대 ‘역차별’... 근거가 충분한가?

 

<영남일보>는 지난 9월 6일 1면에 <경북대도 ‘역차별’>“제2병원 건립자금 지원금·통합지원금 등 부산대·전남대 비해 턱없이 적다”는 노동일 경북대 총장의 주장을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현재 경북대는 다른 지역 국립대에 비해 역차별을 받아 위기상황에 놓여있다. 정치적으로 이런저런 이유 없이는 이렇게 차별을 당할 수가 없다”며 “비슷한 규모인 부산대, 전남대에 비해 제2병원 건립자금 및 대학 통합지원금이 턱없이 작다”고 설명했다.

 

즉 제2병원 건립자금 정부지원금은 비슷한 규모의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가 각각 96억, 853억, 497억원이며, 지방국립대 통합지원금은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가 216억, 290억, 310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사업에 대한 정부지원 금액만으로 ‘차별’을 주장하는 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즉 정부지원금이 차별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 해당 사업의 총액 △ 총액 대비 지원금 비율 △ 해당 사업 기간 △ 정부지원금 지원 횟수 (1회 or 몇 차례 분산 지원) 등이 통합적으로 분석되어야 한다.

 

<대구일보>, “대구, 참여정부 정책마다 소외”....제목 ‘기사 내용 과장’

 

한편 <대구일보>는 지난 9월 23일 조원진 (한나라당․대구 달서병)의원의 주장을 지면에 옮기면서 <대구, 참여정부 주요정책마다 소외당해>라고 제목을 편집했다.

 

조 의원의 주장은 “국무총리실 소관 결산심사에서 대구시에 대한 특별교부세가 2003년에 비해 2006년에 76.8%가 축소되었다”며 “지방특별교부세 교부에 있어 지역불균형 및 특정지역 소외현상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특별교부세의 사전적 정의는 “특별한 재정수요가 있거나, 재정수입의 감소가 있을 때, 또는 자치단체의 청사나 공공복지시설의 신설·복구·확장·보수 등으로 인하여 특별한 재정수요가 있을 때 등에 교부한다”이다.

 

최근 행안부가 국회에 제출한 특별교부세 배정 내역을 보면 정치권 실세들이 이를 무원칙적으로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교부세가 ‘정치권 쌈짓돈’으로 전락한 이유는 “배분기준이 정확하지 않고, 사용내역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큰 맥락을 외면한 채 조원진 (대구 달서병)의원은 단순한 금액비교만으로 ‘지방특별교부세 교부에 있어 지역불균형 및 특정지역 소외현상’이라고 주장했고, <대구일보>는 아예 제목을 통해 <참여정부 주요정책마다 소외>당했다고 과장하고 있다.

 

이는 신문윤리실천요강 10조 (편집지침) 1항 (표제의 원칙) “신문의 표제는 기사의 요약적 내용이나 핵심적 내용을 대표해야 하며, 기사내용을 과장하거나 왜곡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

 

<경북매일>, “참여정부, 국책 사업 대구경북 예산배정 홀대”...원인 분석 없어

 

한편 <경북매일>은 9월 26일 1면에 강석호(한나라당․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의 주장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강 의원에 의하면 “노무현 정부 5년간 대형국책사업 예산 배정에서 호남지역에 비해 대구경북이 크게 지나치게 차별대우 받았다”며 “참여정부 5년간 광주전남지역 국책사업 예산은 45조 7천 357억 투자가 확정되었고, 대구경북은 4조5천억 투자가 확정되었다”는 것.

 

강 의원의 주장에도 두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는 대구경북에 4조 5천억 투자가 확정되었다는 내용도 조금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국책사업 예산을 비교할 때 △ 사업타당성 △ 사업기간 △ 사업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국책사업 국비지원 관련 분석사례는 이미 <매일신문>2월 28일과 7월 22일에 다루어진 바 있다. 해당 기사들에 따르면 대구경북 국책사업 지원비는 8조원이라고 밝히고 있어 4조 5천억원이라고 주장한 강석호 의원과 차이가 난다.

 

<매일신문>이 제시한 대형국책사업 추진현황 자료를 보면 단순한 지원 금액비교만으로 ‘차별, 홀대’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대형국책사업’ 총액으로 보면 금액차이가 크지만, 그 차이는 사업기간과 사업규모, 사업비 등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일 것이다. 특히 사업기간만 보더라도 광주전남지역의 경우 최소한 2011년~2020년까지 사업이 많고, 대구경북은 대부분 2015년에 마무리된다. 사업기간에 따라 사업비가 차이가 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 중앙 정부관료들이 대구경북에 던진 쓴소리에 의하면, “대형프로젝트와 관련 대구경북의 전략부재”가 지적되기도 했다. (<매일신문>7월 31일)

 

정부예산배분, 정책 집행과정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대구경북이 소외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현상을 ‘차별, 홀대’등으로 포장해서 여론몰이 하는 것은 ‘망국적 지역감정’을 건드리며 칭얼거리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지역에 대한 차별, 홀대’가 있고,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이를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은 그에 편승하면 안될 것이다. 국회의원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밝히고, 문제 원인을 분석한 이후 재발방지책과 합리적인 대안을 정책으로 제시하는 것이 언론의 주요한 임무다.

 

그래야만 한국정치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고, 합리적 사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참언론대구시민연대(www.chamaml.org) 직장인 언론모니터팀 <8인수다>에서 10월 6일 발표한 자료입니다. <8인수다>팀은 김은영, 김정민, 안태준, 이영주, 정상희, 정영경, 허미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월 1회 모임을 갖습니다. 


태그:#지역홀대, #지역정서 자극, #영남일보, #경북매일, #대구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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