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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YTN 사측이 노종면 위원장을 비롯해 6명은 해고했고, 다른 6명은 정직시키는 등 칼을 빼들었다. 이제야말로 선배 기자들이 결단할 때다.
 마침내 YTN 사측이 노종면 위원장을 비롯해 6명은 해고했고, 다른 6명은 정직시키는 등 칼을 빼들었다. 이제야말로 선배 기자들이 결단할 때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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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사측이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들은 노종면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낙하산 사장 퇴진'에 나선 YTN 사원들을 무더기 징계했다. 노종면 위원장을 비롯해 6명은 해고했고, 다른 6명은 정직시키는 등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33명을 모두 징계했다.

그들은 6명을 해고했지만,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는 YTN 기자들과 사원들 모두를 해고하겠다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YTN 기자들과 사원들이 물러설 조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해고된 노종면 노조위원장이 그랬다. "그들이 우리를 해고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을 해고한 것"이라고.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이 그렇다. 어떻게 할 것인가. YTN 기자들과 사원들이 '낙하산 사장'을 끝내 거부하면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을 다 해고할 것인가.

그러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YTN 기자들과 사원들이 결국은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럴 수도 있다. 권력을 등에 업고, 인사권과 징계권을 갖고 있는 데 기자들이, 사원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느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면 오산이다. 아직도 그렇게 모르고 있는 것일까. YTN 기자들과 사원들이 왜 이처럼 결사적으로 '낙하산 사장'을 거부하고 있는지를.

YTN 기자들과 사원들이 구본홍 사장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말 할 나위 없이 그가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언론특보를 지낸 '낙하산 사장'이기 때문이다. 그를 사장으로 인정하는 순간 언론으로서 YTN의 신뢰성과 공정성은 뿌리부터 흔들릴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이 그렇다.

YTN은 기자들의 땀... 낙하산이 채갈 수 없다

하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다. 그런 명분만이 다는 아니다. YTN은 그들 자신의 피와 땀과도 같다. 그들의 열정을, 언론인으로서 그들의 꿈과 희망을 모두 건 인생 그 자체이다. 오늘의 YTN은 온전히 YTN 사람들의 땀과 노고로 이룩한 것이다.

1993년 연합뉴스(당시 연합통신)의 자회사로 YTN이 출범할 때만 해도 장밋빛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근거없는 낙관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 뒤 YTN은 고난의 역사였다.

외환위기는 별달리 기댈 데 없는 YTN으로서는 그야말로 가혹한 시련의 시기였다. 몇 달씩 단 한 푼의 월급도 받지 못할 때도 있었고, 몇 년 동안 취재비 한 푼 없이 현장을 뛰어야 했다. 앞길이 과연 열릴 수 있는 것인지 희망을 갖기 어려운 고난의 시절을 겪어야 했다. 그런 와중에 김영삼 정권 때 역시 권력의 '낙하산 인사'로 호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YTN은 사원들이 월급을 절반으로 깎는 가혹한 자구노력과 뉴스전문 매체로서 공공성을 인정받아 공기업들의 증자를 통해 회생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사원들은 밀린 임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했고, 공모주의 20%를 은행 빚을 내 사원들이 매입했다. YTN은 누가 뭐라 해도 그렇게 그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일터이자 공공성을 담보로 사회적 지원을 받은 공공의 방송이다.

그런 일터를, 그런 고난의 과정을 거쳐 이제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로서 본모습을 갖춘 YTN을 한순간에 권력의 도구화하려는 시도를 YTN 기자들과 사원들이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이제는 YTN 간부들이, 선배들이 응답할 때 

'YTN 젊은 사원 모임'은 9월 29일 낮 서울 남대문로 YTN본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정신을 지키기 위해 구본홍씨가 사퇴할 때까지 단식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뒤 곧장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YTN 젊은 사원 모임'은 9월 29일 낮 서울 남대문로 YTN본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정신을 지키기 위해 구본홍씨가 사퇴할 때까지 단식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뒤 곧장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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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YTN의 한 간부는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조합원들의 최근 행동이 과거 경인방송 iTV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노조가 구사장 퇴진운동을 조건 없이 접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대로 가면 결국 파국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그 글의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얼마 전까지 선후배가 이마를 맞대고 기사 한 줄 한 줄을 가지고 씨름하며, 특종을 챙기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치열하지만 온기가 느껴지던 선후배의 위치로 돌아갑시다. 결코 노조가 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후퇴는 대기업 노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퇴로 없는 노사간 협상을 하다 난파 직전에 통 큰 양보를 함으로써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사례는 노동운동사에서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묻게 된다. 그를 비롯해 '낙하산 사장' 체제를 묵인하고, 후배 기자들을 징계하는 데 같이하거나 침묵함으로써 동의하고 있는 YTN 간부들에게 묻고 싶다.

누가 YTN을 망가트리고 파국의 길로 몰아붙이고 있는가. 그렇게 '야합'하고 '후퇴'하는 길이 과연 가야 할 길인가. 설령 자신의 '현실적 판단'은 그렇다 해도 그동안 같이 해왔던 절대 다수의 기자들과 사원들이 YTN을 지키기 위해 개인적 희생마저 각오하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 것을 외면할 수 있는가. 그 후배들의 눈물이 눈앞에 어른거리지 않는 것일까.

지금이라도 YTN 간부들이 그들의 땀과 눈물로 일궈온 YTN을, 그 희망을 가꿔나가는 데 후배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싶다. 그것은 얼마나 큰 힘이 되겠는가. 두고두고 또 얼마나 큰 자산이 될 것인가. 물론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외로운 결단일 것이다. 하지만 후배들 또한 각기 그 외로운 결단을 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기사 한 줄을 갖고 씨름하며, 특종을 챙기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치열하지만 온기가 느껴지던 선후배의 위치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YTN 간부들이,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응답할 때다. 


태그:#YTN, #구본홍, #이명박 정권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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