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김만복 전 국정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 전 원장이 국정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부패척결 TF팀'이 유력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과 친인척 정보를 불법으로 빼간 점을 추궁하려고 했다고 한다.
주무부서가 행정안전부(당시 행정자치부)기 때문에 국정원과 관련 없어 보이는 행정안전위 소속 의원들이 증인 신청을 했다. 오전 10시 김 전 원장이 증인 선서를 할 때만 해도 국감을 통해 '뭔가' 가 나올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 것도 없었다. 오후 4시 40분께 국감장에 증인으로 선 김 전 원장을 상대로 한나라당 유정현, 이범래 의원과 민주당 김충조 의원이 질문에 나섰지만 속된 말로 '건진 게' 전혀 없었다.
'모르쇠'로 일관한 전 국정원장... 의원들 칼은 제대로 갈았나?물론 김 전 원장의 답변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 김 전 원장은 질의에 나선 의원들에게 "제 업무와 무관한 사항"이라며 '모르쇠'로 버텼다. 심지어 자신이 현직에 있던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스스로 했던 말도 "제가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비껴갔다. 과장해서 말하면, 이날 행자위원들이 김 전 원장에게 정확히 들은 답변은 "제 재임 기간은 2006년 11월 23일부터 2008년 2월 11일까지"라는 말 뿐이었을 정도다.
증인의 '버티기'에 책임이 있다면, 증인을 부른 국회의원들도 잘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옛 장수들도 전장에 나가려면 칼을 벼르고 나타나는 법이다. 그런데 전직 국정원장을 불러 놓은 의원들의 칼은 '썩은 무' 하나 자르지 못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공부가 부족했다.
질문에 나선 한 의원은 "부패척결TF는 국정원 2차장 책임 하에 만들어졌는데, 증인은 1차장 아니었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2차장 책임 하에 만들어진 팀 구성을 왜 당시 1차장이었던 증인에게 묻는 것부터 이상했다.
실제 국정원 부패척결TF는 지난 2005년부터 국내담당 2차장 산하에 소속돼 활동해 왔다. 당시 국정원 2차장은 경찰 출신 이상업씨다. 한나라당은 부패척결TF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부터 뒷조사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부패척결TF의 활동 시기와 한나라당 주장을 종합해 보면 행안위 국감 증인은 김만복 원장이 아니라 이상업 전 차장이 되는게 맞다.
결국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무딘 칼'과 준비 부족 때문에 증인으로부터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현직 국정원장도 아니고, 내 재임 기간에 일어난 일도 아닌데 왜 나를 불렀느냐"는 게 김 전 원장의 항변이다. 그는 "증인을 잘못 불렀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30분 만에 끝난 증인 신문, 아무것도 건진 게 없네김 전 원장에 대한 증인 신문은 별다른 빛도 보지 못하고 불과 30분 만에 끝나고 말았다. 조진형 위원장은 질문 기회를 달라는 이은재 의원을 가로 막으며 서둘러 순서를 마쳤다. "시원스런 말도 나오지 않는데 그만하자"는 게 이유였다.
이날 국감에서 행자위 의원들은 김만복 전 원장을 증인으로 불러 '속시원한 슛'을 한방 날리고 싶었을 테다. 하지만 결과는 '헛발질'이 돼 버렸다. 아예 맞추지도 못한 채 공을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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