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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들도 문자로 해고를 통지 받았다. 이들은 사측의 부당한 처우에 맞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복직을 요구하며 지금도 농성중이다.
K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들도 문자로 해고를 통지 받았다. 이들은 사측의 부당한 처우에 맞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복직을 요구하며 지금도 농성중이다. ⓒ 남소연

국가 집권자님, 지금 내게 당신은 꼭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여겨집니다. '정부가 현행 2년으로 규정돼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제한 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경향신문> 7일자)'는 언론보도(☞ 해당 기사 바로가기)가 사실입니까?

'비정규직 고용기간 2년 후 직고용'이 지금 법률의 골자입니다. 하지만 그거 지키는 기업주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입법기관(국회)이 비정규직법, 파견법 만들 적에 사용자에게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할 권리를 쥐어줬습니다. 그 하나가 2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써먹은 후 '직접고용'을 할 수 있게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2년이 되기 하루 전에 '계약해지'를 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사용자는 매우 기뻐했고, 노동자는 피눈물 속에 새우잠을 청하며 두려움에 떠는 출퇴근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2년 후 계약 만료 전날 사용자는 휴대폰으로 문자를 날립니다. '귀하와의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라고.

그 문자 하나로 노동자는 바로 해고돼 버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쫓겨난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믿기지 않아 다음날 출근해 보면 이미 그 자리엔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내 자리라고 우기며 서서 버텨봐도 이내 관리직원들이 무더기로 달려들어 밖으로 끌어내 길거리에 내동댕이쳐 버립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지 이미 오랩니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나도 모르게 바뀌었네?

멀리 갈 것도 없을 거 같습니다. 나와 내 주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나는 국내에서 제일 큰 대기업 사내 하청에 다니고 있습니다. 아직까진 운 좋게도 계약해지는 당하지 않았습니다. 8년 전 처자식과 함께 먹고 살기 위해 입사했습니다.

나는 원·하청간 인간 차별이 이렇게 심한지 지금 일하는 직장에 발을 들여 놓기 전까진 미처 몰랐습니다. 대기업 사내 하청 노동자로 일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본 노동권마저 박탈 당한 채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곳에 입사해서 대기업 사용자가 어떤 식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확대하여 착취해 가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곳에 들어와 하청이 단계별로 1차 하청-2차 하청-3차 하청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1차 하청 노동자의 상여금이 600%일 때 2차 하청이 400%, 3차 하청이 300%인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원청과 같은 일을 하는데 아니 원청보다 더 더럽고 힘든 일을 하고 있는데 어찌하여 노임은 이리도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지난해 9월, 전국금속노동조합 울산지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산재사고에 대한 대책 등을 촉구하며 거리홍보전을 벌이는 모습.
지난해 9월, 전국금속노동조합 울산지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산재사고에 대한 대책 등을 촉구하며 거리홍보전을 벌이는 모습. ⓒ 금속노조 현대중 사내하청지회

지난 2004년경 내가 출퇴근하고 있는 대기업 사내 하청 노동자가 모두 '불법파견된' 노동자라는 판결을 노동부로부터 받은 바 있습니다. 그 소식을 접하고 '이제 우리도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겠구나'라는 희망을 품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도 순진한 착각이었습니다. 그 후 4년이 더 흘렀고 이제 2008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지만 현재까지 바뀐 건 하나도 없습니다. 아니 더 열악한 노동환경만 만들어지고 말았습니다.

8년 전 처음 입사할 적엔 '신○기업'이라는 이름에 소속되어 일했습니다. 1년 후 나도 모르게 '엠○기업'으로 하청 이름과 업자가 바뀌었습니다. 황당했지만 고용 관련 사항이 그대로 위임된다고 해서 그런가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엠○기업'이 원청과 계약해지되었고 지금은 '세○기업'으로 또다시 업자가 교체되어 운영중에 있습니다.

하청업자가 바뀌니 모든 게 새로 시작되었습니다. 퇴직금이 강제 정산되어 버렸고 2007년까지 나오던 연차와 수당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새로 근로계약을 쓰고 도장 찍으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업자는 "신생기업이라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해 있으면 원청과의 업체계약이 자동 해지된다"며 노조 탈퇴를 강요했습니다. 나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처자식과 먹고 살기 위해 억지로 신규 입사 서류와 노조 탈퇴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지금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데도 말입니다.

2007년 말 문제가 된 여러 업체가 계약해지를 당했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두 신규 입사로 처리되었습니다. 신규 입사 반대와 연차 보존을 외치며 새 근로계약을 거부하던 몇몇 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대로 계약해지 되어 정든 일터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내년에도 출근할 수 있을까요?

복지국가 대한민국이라구요? 웃기는 소리입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겠다구요? 꿈 깨세요. 노동자 핍박해서 잘 사는 나라 못 보았으니까요.

현재 시행중인 '비정규직, 파견직 고용기간 2년' 법률도 우리 노동자에겐 무용지물이고 사용자만 배불리는 법률입니다. 여기다 고용기간 2년을 더 늘려 4년으로 만들고 파견직도 확대한다고요?

그 사실이 내겐 이렇게 들립니다. '국가 권력과 재벌이 한 통속이 되어 노동자를 더욱 더 알차게 부려먹고 착취하겠다, 그렇게 4년 동안 부려먹고 쓰레기 버리듯 버리겠다'고요.

나와 업체간 근로계약 기간은 1년입니다. 올 1월 1일자로 입사했으니 올 12월 말이면 계약기간도 끝이 납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지금이 10월 초니 12월 말까지 약 3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오는 2009년에도 계속 출근할 수 있을까요? 서서히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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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불법파견#노동권#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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