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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외식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이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보다, 만들어 먹이는 즐거움이 더 큰 제가 식구들을 길들인  이유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재료로 만들었을까 하는 불안감을 갖지 않아도 되고, 외식비 지출이 없으니 당연히 가계절약도 되고요. 그래서 특별한 날이라고 해도 미리 재료를 구입했다가 맛있게 만들어 먹는 것이 일상화 되었습니다.

 

어제(10월7일)는 각시 생일이었습니다.

 

아침엔 다들 바쁜 터라 늘 하는 밥에 쇠고기 미역국과 옥돔구이만 따로 해서 식탁에 올렸습니다.

 

저녁엔 어떤 메뉴를 할 까 하다가 오랜만에 햄버거 스테이크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전에 만들었을 때  각시가 무척이나 맛있어 했습니다. 또 아들 원재와 딸 지운이가 각자의 접시에 놓인 그것을 칼질하는 것을 재미있어 한 것이 떠올랐기도 하고요.

 

 

퇴근길에 단골인 회사근처의 정육점에서 갈은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샀습니다. 나머지 재료들은 집에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을 했습니다. 생일상 준비로 딸랑 쇠고기 1만5000원, 돼지고기 5.000원을 쓴 것입니다. 그리고 빵집에 들러 만원 주고 케익도 샀습니다.

 

각시의 퇴근 시간에 맞춰 딱 햄버거 패티만 구워내면 되게 모든 과정을 머릿속에서 생각했습니다.  아들은 용돈을 털어 꽃을 사러 나갔습니다. 엄마를 감동시킨다는 말과 함께...

 

두 팔 걷어 부치고 햄버거 스테이크 만드는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사실 이 요리는 과정만 알면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엄청 쉽거든요.

 

햄버거패티 재료: 갈은 쇠고기, 갈은 돼지고기 반반씩. 볶은 감자, 당근, 양파 (취향에 따라 빼고 더하고), 우유를 넣은 빵가루, 맛술, 다진 마늘, 후추, 소금, 계란 한 알

 

먼저 갈은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큰 그릇에 넣고 합칩니다. 실온상태에 두어야 나중에 패티를 만들 때 손이 시리지 않습니다.

 

 

그 다음 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감자, 당근, 양파의 순으로 볶습니다. 감자, 당근, 양파는 작게 깍둑썰기를 하는데 야채가 싫으면 빼셔도 되고, 씹히는 맛이 싫으면 잘게 다져도 됩니다.

 

꼭 넣어야 제 맛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넣어보니 꽤 씹히는 맛도 있고 무엇보다 고기만 들어갔을 때의 뻑뻑함이 많이 깔끔해 졌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볶은 야채는 체에 받혀 기름기를 뺀 후 고기를 넣은 그릇에 합칩니다. 여기에 우유를 넣은 빵가루, 다진 마늘, 맛술, 후추, 소금(허브솔트여도 좋습니다.) 계란 한 알을 넣고 치댑니다.

 

 

 

너무 치대면 흡사 떡갈비처럼 뻣뻣해지고, 그렇다고  대충 치대면 고기와 기타의 재료들이 서로 섞이지 않으니 적당히 해야 하겠지요. 여기서 적당히 라는 시간은 재료가 골고루 섞인 후 3분정도 치대면 딱 좋습니다.

 

 

이렇게 치댄 후 둥글게 빚습니다. 식구들의 평소 식사량에 맞게요. 그리고 이렇게 빚은 후 가운데를 꾹 눌러 줍니다. 누르지 않고 구우면 가운데가 봉긋하게 올라옵니다.

 

이렇게 일곱 개를 빚어 놓고 소스 만들기에 들어갑니다. 패티반죽은 사실 일곱 개의 배 이상 나옵니다. 아무리 두툼하게 해도요.

 

 

소스재료: 시판 스테이크 소스 또는 돈가스 소스, 케첩, 버터, 와인(없으면 샴페인, 맛술), 다진 마늘, 채 썬 양파, 양송이, 느타리버섯, 치킨스톡(없으면 생략)

 

소스 만드는 것이 의외로 간단합니다. 뭐 일류레스토랑에서야 닭뼈를 삶고 기름기 걷어 내어서 육수를 사용하지만 시판 치킨스톡을 사용해도 됩니다. 요즘 같은 먹거리가 불안할 때면 과감히 생략해도 맛에 별다른 차이는 없습니다. 대신 우유를 조금 넣어도 좋고요.

 

 

 

달군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이고 다진 마늘을 넣어 향을 냅니다. 그 다음 채썬 양파와 양송이 느타리를 넣고 후다닥 섞어 준 다음 시판 스테이크 소스 또는 돈가스 소스를 넣고 같이 볶습니다. 이때 케첩도 같은 분량으로 넣습니다.

 

재료들이 살짝 볶아 지고 있을 즈음 와인을 넣습니다. 사실 저는 집에 와인이 없어서  집에 샴페인 남은 게 있어서 그걸 넣었습니다. 맛술을 조금 넣으셔도 됩니다. 조금 매운 맛을 원하신다면 핫소스나 타바스코를 넣으시면 한결 좋겠지요.

 

 

이렇게 한 다음 물을 붓습니다. 한 번 끓으면 이때 치킨 스톡을 넣고 마무리 합니다. 없으면 우유, 그마저도 싫다면 여기에서 과감하게 소스 만들기를 끝냅니다. 그렇다고 뭐라 하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게다가 맛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저의 한결같은 요리철학 "식재료 준비하기가 부담이면 아예 만들지 말자"입니다.사실 각시의 생일상도 고기를 제외하고는 다 집에 있는 것을 사용했으니까요.

 

 

이렇게 패티를 다 빚고 소스도 다 준비하니 마치 이미 약속이 되어 있는 것처럼 각시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각시가 옷을 갈아입는 사이 후다닥 패티를 프라이팬에 굽기 시작했습니다.

 

달군 팬에 버터를 넣은 후 패티를 올려놓습니다. 처음엔 센 불에 굽다 뒤집고 불을 줄인 후 뚜껑을 덮고 속까지 익힙니다. 그러면 고기의 육즙도 달아나지 않고 부서지지도 않고요.

 

 

이렇게 굽기를 완성하고 소스까지 끼얹어 거실 식탁에 마주 앉으니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비록 만 원짜리 미니 케이크에, 장식 하나 없는 햄버거스테이크이지만 제주산 소에 제주산 돼지고기로 만든 것이니 안심할 수 있고요.

 

거기에다 원재가 아낀 용돈으로 산 장미까지.

 

원재는 거실의 불을 끄고 케익의 촛불을 붙이는 순간 할머니 방에 숨겨둔 장미를 엄마에게 "써프라이즈"하면서 내밀었습니다. 각시는 아들에게 처음 받아보는 생일장미에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이렇게 고기 이 만원, 케익 만원으로 행복해진 각시의 생일 저녁이었습니다. 거기에 원재의 이천원까지 더해서. 뭐 행복이 별건가요.

 

덧붙이는 글 |  늘 우울하고 화나는  소식들입니다.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 힘냅시다. 


태그:#생일, #햄버거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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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대학원에서 제주설문대설화를 공부했습니다. 호텔리어, 입시학원 강사, 여행사 팀장, 제주향토음식점대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사 등 하고 싶은일, 재미있는 일을 다양하게 했으며 지금은 서귀포에서 감귤농사를 짓고 문화관광해설사로 즐거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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