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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걸 다 집에서 만드는 여자! 그렇다. 우리집에는 그런 여자가 한 명 산다. 그 여자는 우리집에서 나와 함께 사는 유일한 여자이기도 하다. 바로 내 아내다. 그의 이름이 '경숙'이라서 'KS표'인 거는 내 글을 읽은 적이 있으신 분은 다 알 것이다. 오늘은 진짜 집에서 별로 하지 않는 음식에 도전해 보기로 하겠다.

 

아니, 도전이 아니라 우리집은 이미 몇 해 전부터 그리 해 먹었다. 현미가 좋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센스 있는 <오마이뉴스> 독자라면 더더욱 말이다. 현미는 완전히 도정을 한 흰쌀에 비해 영양성분이 7배나 더 많다고 한다. 영양학 시간이 아니니 무엇이 어떻게 좋다는 것은 생략하겠다.

 

 

영양 많은 현미의 단점

 

그러나 현미가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현미는 영양소에 있어서는 흰쌀에 비길 게 아니지만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식품을 연구하는 분들이 여기에 대하여 엄청 고민을 많이 하고 내린 결론은 생명탄생물질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피틴산(phytic acid)이 원인이란 걸 발견했다.

 

쉽게 말하면 현미의 쌀눈이 살아있는 생명체이기에 혹시 동물의 먹이가 되었다 하더라도 피틴산이란 생명탄생보호물질이 보호함으로 2세를 남기고자 하는 자연 본연의 욕망을 실현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것은 소화도 잘 안 되고 망가지지도 않게 돼있는 물질이다.

 

그런데 이런 현미의 피틴산은 발아를 시키면 이미 생명을 탄생시킨 결과가 돼, 그 과정에서 인과 이노시톨이란 물질로 변하여 흰쌀처럼 소화가 잘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사람들은 현미 그대로 먹지 않고 발아시켜(쉽게 말하면 싹을 틔워서) 먹게 된 것이다.

 

현미는 소화 장애의 단점만 있는 게 아니다. 딱딱하고 깔깔해서 먹기가 불편하다는 단점도 있다. 소화는 나중 문제고 우선 밥을 먹을 때 맛이 없으면 안 먹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현미가 좋은 걸 모르지는 않지만 실제로 현미를 먹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그러나 현미를 발아시키면 훨씬 부드러워져 맛이 좋아진다. 내가 먹어 본 결과로 말한다면, 그렇다고 흰쌀밥처럼 맛있는 것은 아니다. 뭐니 뭐니 해도 기름 잘잘 흐르는 흰쌀밥을 따라갈 현미밥이나 잡곡밥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밥이 주영양 섭취원인 한국인으로서 영양을 골고루 취해야 하고, 흰쌀만이 가진 영양만으로는 결핍될 것과 넘칠 것들이 있는지라 잡곡이나 현미를 먹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벌써부터 현미를 섞은 잡곡밥을 주로 먹고 있다.

 

비싼 발아현미, 집에서 만들자

 

'발아현미는 사먹는 거'라고 그냥 단정해 버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마트에 가서 발아현미를 사다 먹으면 되지 뭘 그러느냐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 그 의견도 존중한다. 귀찮으면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잠깐 수고하여 몇 배의 이익을 볼 수 있다면 어쩌겠는가.

 

발아현미는 비싸다. 정성을 들여 싹을 틔우고 다시 말리는 작업을 한 상품이기 때문에 당연히 현미보다 몇 배나 비싸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요즘 같은 불황에 영양만점 발아현미를 집에서 만들어 먹은 것도 좋은 아내, 현명한 주부의 미덕 아닐까. 거기다 집에서 만드는 것보다 더 안전한 게 어디 있을까.

 

[첫째 단계] 좋은 현미구입

 

이제부터 내 아내의 ‘핸드메이드 발아현미’의 비법을 공개하도록 하겠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마트에서 좋은 현미를 구입하는 일이다. 될 수 있는 대로 도정 날짜가 현재와 가까운 것으로 골라야 한다. 너무 오래 된 것은 싹이 잘 안 난다.

 

당연히 쌀눈이 잘 붙어 있는 것으로 골라야 한다. 잘 들여다보면 쌀눈이 붙어 있는지 아닌지 육안으로 살필 수 있다. 그리고 씨알이 모두 고른 것을 택해야 한다. 작고 큰 게 섞였거나 깨진 것이 든 현미는 피한다.

 

[둘째 단계] 씻기와 싹내기

 

아주 단순한 작업이지만 조심해야 한다. 씻을 때는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하며, 너무 박박 문질러 씻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하여튼 쌀눈이 떨어지면 다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잘 씻어 송송 뚫린 채반 같은 그릇에 담아 그늘진 곳에 둔다.

 

볕이 안 드는 곳에 신문지나 넓은 종이를 덮어 놓는다. 가급적이면 창호지나 흰 종이를 사용하는 게 좋다. 천도 좋다. 싹내기는 겨울철과 여름철이 다르다. 온도에 따라 하루만에도 싹이 나올 수가 있고, 첫 싹이 며칠 걸려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현미를 샀다면 하루에서 사흘 안에 싹이 튼다.

 

가끔 다시 흐르는 물에 담가 두었다가 밖으로 내 덮어주고를 여러 번 반복한다. 이 작업을 반복할 때마다 키질을 하여 위아래를 골고루 섞어주는 일도 중요하다. 잘못하면 공기가 들지 않은 부분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단계] 말려 보관하기

 

싹이 5mm정도 자라면 말리기 작업으로 들어간다. 말리기는 주로 방바닥에서 한다. 바닥에 깨끗한 종이를 깔고 그 위에서 말린다. 이때 빨리 마르게 한다고 햇볕에 내놓거나 뜨끈뜨끈한 방에 놓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햇볕에 말리면 갈라지고 틀 수 있으며, 뜨끈뜨끈한 방도 마찬가지다. 특히 난방을 한 방은 말리는 사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극히 조심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불을 때지 않은 방에서 자연 바람으로 말리는 것이다.

 

말리기가 끝난 발아현미는 지퍼가 달린 비닐 백에 밀봉하여 보관하고 흰쌀이나 곡물과 섞어 밥을 지으면 된다. 우리는 흰쌀보다는 검은 쌀과 곡물과 함께 넣어 밥을 짓는다. 다시 말하지만 발아현미를 집에서 만드는 건, 아주 쉽다. 품과 정성만 투자하면 절약하며 영양만점 발아현미밥을 먹을 수 있다.

 

요즘 멜라민이니 발암물질이니 하며 먹을거리들이 난리들을 피우고 있다. 이런 때 대안은 ‘슬로우 푸드’다. 발아현미 또한 며칠의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기다리는 게 결코 쉽지 않지만 잘못된 음식으로부터 가족의 건장을 지킨다는 입장에서 보면, 시간을 들여 음식을 빚어내는 것이 주부의 가장 중요한 일거리여야 하지 않을까.

 


태그:#발아현미, #요리, #음식, #KS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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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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