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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1일에 열린 국내 최초의 불만합창단 페스티벌
10월 11일에 열린 국내 최초의 불만합창단 페스티벌 ⓒ 희망제작소

불만합창단을 아시나요? 핀란드 헬싱키에 살며 공동 창작을 일삼는 부부 예술가 텔레르보 칼라이넨(Tellervo Kalleinen)과 올리버-코차 칼라이넨(Oliver Kochta-Kalleinen)에게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생각.

 

“불만을 노래해보자!”

 

이들의 생각은 2005년 영국의 버밍엄 불만합창단 이후, 공연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불만’과 ‘노래’라는 이 낯선 결합이 헬싱키, 함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 부다페스트, 시카고, 토론토, 예루살렘, 싱가폴 등 세계 각 도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불만이 참거나, 삭히거나, 토로하거나, 터뜨리는 것이었다면 불만합창단은 불만을 노래함으로써 불만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네요. 일상의 작은 문제들부터, 변치 않는 문제, 지구적 위기에 대한 문제까지 오늘 나의 삶과 연관된 모든 불만들을 노래로 부른다는 것. 훌륭한 주민 참여의 방법이자 유쾌한 사회 운동의 방법 그리고 멋진 공공예술의 방법이 아닌가요?

 

이제는 우리도 우리의 불만을 노래해봅시다! 한국에도 드디어 불만합창단이 나타났습니다!

 

11일 오후 6시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불만합창페스티벌이 펼쳐졌답니다! 코미디언 갈갈이 박준형의 사회 속에 총 8개 팀이 참가하였고 불만합창단의 창시자인 칼라이넨 부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습니다. 이번 불만합창페스티벌은 세계역대 최대규모였다고 하네요. 참가팀은 다음과 같습니다.

 

관악 한울림 불만합창단(관악사회복지회 조직) / 촛불누리꾼 불만합창단(Daum cafe 장백 조직) / 봉천동 밤바다의소녀들 불만합창단(관악 나눔의집 드림한누리 공부방 조직) / 북아현동 불평합창단(추계예대 판화과 도시갤러리 프로젝트팀 조직) / 서울 멋대로 불만합창단(희망제작소 조직) / 익산 불만합창단(익산희망연대 조직) / 즐거운 불만합창단 (장애여성공감 조직) / 진주 꾀꼬리 불만합창단(진주여성민우회 조직)

 

우리나라 불만합창단의 탄생 과정을 짚어보면 이렇습니다. 세계 각 도시의 불만합창단의 노래 장면을 담은 영상 작품이 올해 부산 비엔날레에 전시되며 우리나라에서의 불만합창단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내 민간싱크탱크를 지향하는 희망제작소에서 대대적인 불만합창단 조직에 나섰습니다.

 

6월부터 7월까지는 불만합창단에 대한 설명회와 함께 합창단을 만들어갈 사람들을 조직하였고, 8월에는 공식사이트를 통해 불만합창단원을 모집했고 불만을 접수했습니다. 합창단원은 별도 자격 조건없이 누구에게나 참여가 개방되었고 불만접수는 다음 아고라 및 합창단원들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하네요. 9월에는 불만합창단 참가자들이 오늘의 페스티벌을 빛내기 위해 열정의 땀을 흘려가며 연습을 죽 해왔다고 하네요.

 

 부산비엔날레의 바다미술제에서 관객의 사랑을 받은 작품 <불만합창단>(2008-2008)
부산비엔날레의 바다미술제에서 관객의 사랑을 받은 작품 <불만합창단>(2008-2008) ⓒ 칼라이넨 부부

합창단원들이 흘려온 땀은 결국 공연장에서 반짝반짝 유쾌하게 빛났습니다. 각기 개성있는 8개 팀의 공연에 재치있게 곁들여진 사회, 주제가 '불만'임에도 약간의 달뜬 기운이 가득 찬 공연장. 부드럽게 흐르는 음악 위에서 발랄하게 뛰어다니는 가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면 한바탕 웃음이 터집니다. 신기합니다, 내용은 온통 불만인데 웃음이 나는 것이.

 

늘 피 터지는 입시 전쟁 / 아이쿠 영어가 사람 잡네

교육문제 클났다 말로만 떠들어 / 내 자식은 무조건 명문대로

취직은 언제 해 결혼은 안 하니 / 대체 내 세금은 어디다 쓰나

1인당 국민소득 2만불 / 하지만 행복지수 바닥을 친다네

아무리 1등이 좋다고 해도 / 오이씨디 중에 자살률로 1등 하네

대통령도 리콜이 되나요 / 미국산 쇠고기 싫어요

-서울 멋대로 불만합창단

 

도로에, 식당에도 가는 곳 마다 수많은 턱들, 장애인 복지예산 턱이 없이 부족해

늘어난 비정규직 젠장 그마저도 장애인은 받아주는 곳도 없어 

장애인 수당만이라도 줘야 먹고 살 거 아니야

- 관악 한울림 불만합창단

 

소화기로 메이크업 물대포로 클렌징 우리에게 따스한 온수를 달라

전과없는 대통령 거짓없는 대통령 최소한 한국사람이면 좋겠어

경제보다 인권을 선진화는 국회부터 민영화는 청와대부터

서민세금 올리면서 종부세는 왜 반대해 아이들의 교육망치지마요

들리나요 우리들의 불만의 목소리 들리나요 촛불들이 보이시나요 시국걱정 그만하게 해줘요

-촛불 누리꾼 불만합창단

 

 불만합창단 페스티벌을 기획한 희망제작소의 상임이사 박원순
불만합창단 페스티벌을 기획한 희망제작소의 상임이사 박원순 ⓒ 오마이뉴스 남소연

어때요? 가사를 보며 웃음이 나오시던가요? 음악에 실어서 들으면 더욱 즐겁답니다.

 

이번 행사와 관련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사람마다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에 불만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자기 공동체에 대한 희망을 풀어내는 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불만합창단이 그러한 장을 평화적이고 재미있게 이끌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불만합창단이 목청껏 노래한 불만은 결국 우리의 희망이었고,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나아가 불만합창단은 새로운 시민참여의 길이자, 민주주의를 학습·경험하는 과정이며, 예술과 문화를 통해 개인과 개인 그리고 개인과 사회를 잇는 사회 운동의 방법입니다.

 

아, 말이 너무 거창했나요? 불현 듯 옆에 있던 친구가 묻습니다. "그런데... 이런다고 세상이 바뀔까?" 순간, 머리가 멍해집니다. 멍하니 헤매다 그래도 대답을 하나 떠올려봅니다. "지금 당장의 가시적인 변화를 불러오진 못하더라도 먼 훗날 결국 변화를 이룩해낼 힘의 소중한 기반이 되지 않을까?" 아, 이토록 아름다운 불만, 이토록 시끄러운 합창, 이토록 진지한 재미, 불만에 대처하는 이 새로운 방법.

 

우리나라의 첫 불만합창단들에게 따스하고 유쾌한 박수를 보내며 불만합창단의 신바람나는 노래가 계속해서 울려퍼지길 바랍니다.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노래하고 미소지으며 우리 사회의 지긋지긋 가득한 불만을 희망으로 바꾸어갈 힘과 연대를 가꾸어가요. 우리 다함께.

 

'불만합창단'에 대한 더 세세한 이야기들은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주간 홈페이지(www.siw2008.org)를 통해 접할 수 있습니다.

문의전화는 070-7580-8113(담당 김이혜연).


#불만합창단#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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