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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것인가?'

 

학부모들의 가치관 논쟁으로 학생들이 혼란스러움을 겪으며 궁지로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치관 대립을 불러오며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최근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10년 만에 부활한 이번 평가시험(반대 측은 '일제고사'로 명명)을 두고 학교 서열화를 우려하는 학생·학부모들의 반발이 커지는 등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오는 14일과 15일 이틀간 전국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는 들으려고 하거나,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아산지역 학부모들의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아이들을 빌미로 단체간 힘겨루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사고 있기도 하다. "당사자인 학생들의 생각을 묻거나 들으려 노력하고 그들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개선하려는 것이 아닌 학부모들의 가치관에 따라 이번 문제를 보고 해결하려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최근 아산에서 있었던 학부모단체간의 이견 대립이 지목됐다.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찬성하는 쪽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아산지부' 대표로 나온 최광면 지부장과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아산지부' 대표로 나온 양정숙 상임대표는 지난 9일 오후 3시 아산교육청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찬성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들은 "이같은 주장에는 '좋은학교만들기 아산지부'와 '아산시운영위원회협의회'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보통의 국민과 학부모들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은 체력이나 건강, 국민소득 등과 같이 국력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국가에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이번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도 그와 같은 연장선에서 실시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러나 (전교조의 반대 입장을 지적하며) 유감스럽게도 일부 선생님들은 본인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일제고사'란 묘한 의미와 어감으로 폄하하면서 의도적인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아산시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단체는 그와 같은 움직임에 대해 단호히 대응코자 한다"고 밝혔다.

 

반면, 평등교육을 위한 아산학부모연대(대표 이인순)는 다음날인 10일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앞선 단체와는 반대되는 입장을 표명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시·도 교육청은 국가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이름으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날한시에 똑같은 문제지로 일제히 시험을 치르게 함으로써 학생들과 지역, 학부모를 성적으로 줄세우기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곧 '일제고사'라고 정의하고 있는 이 단체는 "일제고사가 전면 시행되면 그동안 입시교육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던 초등학생들은 일제고사를 대비해 학원은 물론, 학교로부터도 시험준비에 내몰리고 학생과 교사, 학부모는 물론이고 성적이 공개되면 타격을 받을 각 학교와 지자체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만드는 등 온 나라가 시험 공화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제고사를 분명히 반대하며 지역의 학부모, 시민들과 함께 일제고사 반대 운동을 진행하겠다는 것이 이 단체가 표명한 의지다.

 

이들 단체의 찬반의사 대립을 놓고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 관계자는 "찬반에 앞서 학부모단체간 이 문제에 대한 토론과 고민이 없었던 것 같아 아쉽다"며 "한 목소리를 내도 힘들텐데 다른 단체도 아닌 같은 학부모 단체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아이들은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하냐"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더 나아가서는 그동안 교육발전과 학생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열심히 제 역할을 다해온 각 단체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일 하교 후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기자회견 장소 인근을 지나던 4∼5 무리의 학생들은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또는 '일제고사'에 대해 알고, 설명할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다수 "정확히 잘 모르겠다", "설명하지 못하겠다"고 답해 아쉬움을 남겼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일제고사, #학업성취도, #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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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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