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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 내려놓으라.'

뭘 내려놓으라는 거지?

스캔을 하듯 읽어드린 제목이 '턱' 하고 궁금증으로 걸리더니, ‘지명스님지음’이라고 되어 있는 저자의 이름에 눈길이 멎는다.

시간이 꽤나 흘렀다. 걸음마를 하는 마음으로 은둔자처럼 깊은 산속에 자리 잡고 있는 산사를 찾아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본사인 법주사에서 주지소임을 끝낸 지명스님이 산승으로서의 산전(山戰)을 마치고 수전(水戰)이라도 치르려는 듯 일엽편주만도 못한 요트로 태평양 횡단에 나섰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뵌 적이 없으니 인사를 드릴기회도 없었지만 이런저런 인연으로 스님의 고명만큼은 짝사랑을 하듯 익히 잘 알고 있었으니 또렷하게 기억하는 스님의 행적, 운수납자의 일보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 스님, 일엽편주만도 못한 요트로 태평양횡단에 나섰던 지명스님이 책의 저자로 되어있는 게 아닌가.  

징검돌 같은 54편의 글  

지명스님이 쓴 ‘그것만 내려놓으라’는 54편의 글로 엮여있다. 징검다리에 놓인 하나하나의 돌처럼 한 편 한 편의 글에 별개의 소제목이 달려 있지만 하나하나의 바윗돌이 강의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다리를 이루듯 54편의 글 한 편 한 편이 ‘내려놓아야 할 그것’을 찾아나서는 길에 놓인 징검돌이다.   

<그것만 내려놓으라>는 지명스님이 징검돌 같은 54편의 글로 내려놓아야 할 '그것'을 찾아가는 길에 돌다리를 놓는다.
 <그것만 내려놓으라>는 지명스님이 징검돌 같은 54편의 글로 내려놓아야 할 '그것'을 찾아가는 길에 돌다리를 놓는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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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한 발걸음으로 돌다리를 건너듯 하나의 화두를 건네 뛰고 한 편의 설문을 정독해 보지만 내려놓아야 할 그것이 무엇인가는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 껑충껑충한 발걸음으로 돌다리를 건듯 재촉하는 마음으로 한 편 한 편의 글을 읽어 나가다보니 내려놓아야 할 그것에 대한 그림자는 14번째의 글에서 나온다.   

스님께서는 14번째로 던지는 설법 ‘잘난 체 하는 것에 매달리지 말라’의 끝부분에서 ‘응무소주(應無所住) 즉 ’무집착‘을 뒤집어 말하면 “편안하게 무시당할 수도 있으면서”가 될 것이다. 왜 우리가 불안하고, 불만스럽고, 고통스러운가? 왜 걱정거리가 많고 스트레스가 쌓이는가? 나를 남 앞에 드러내려고 하는 마음, 무시당하지 않으려는 마음의 큰 짐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만 내려놓아라. 그러면 편안하다’는 말로 내려놓아야 할 ‘그것’의 일단을 보여 준다.

스님께서는 ‘행복’으로부터의 자유라는 화두에서는 태양을 향해 앉으면 따뜻하듯 탁 트인 해탈을 향해 앉으면 편안하다‘며 물질의 감옥에 구속된 행복이 아니라, 있어도 없어도, 가져다 놓아도 다 좋은 자유, 행복을 잊는 자리에 행복이 있다는 것을 설한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그것'이 보인다

징검돌 하나하나는 별개지만 징검다리로 이어지듯 54편의 글 역시 한 편 한 편으로는 별개지만 징검다리처럼 연결되어 있다. 일엽편주 같은 요트로 태평양을 건너며 맞닥뜨려야 했던 바람, 극복해야만 했던 파도에서 얻은 지혜를 108염주를 꿰듯 이어놓았다. 스님께서 수행생활을 하며 몸소 경험한 이런 사례 저런 경험들을 부처님의 말씀으로 눈높이에 맞춰 방편 해 놓으니 ‘내려놓아야 할 그것’을 가리키는 지침이고, 찾아가는 길을 밝혀주는 자명등(自明燈)같은 내용들이다.

‘악업을 지우고, 선업을 쌓고, 기도하며 닥치는 인연을 받아들이는 것이 보기도 좋고 편안할 뿐 아니라, 취하고 버리기를 쉬지 않고 반복해온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 만남과 이별, 사랑과 변덕 등이 만들어 내는 소리 없는 음악, 형상 없는 그림, 글씨 없는 시와 소설을,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처럼 감상할 수 있다’고 했으니 지명스님이 지은 ‘그것만 내려놓으라’와 벗해 ‘거울 앞에 선 내 누님’을 대하듯 깊어가는 가을밤을 사색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명스님께서는 ‘그대 억울한가? 속상한가? 화나는가? 절망하는가? 불안한가? 두려운가?’하고 묻더니 그렇다면 ‘그것만 내려놓으라’고 답한다.

덧붙이는 글 | <그것만 내려놓으라> / 지명스님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31쪽, 9,800원



그것만 내려 놓으라

지명 스님 지음, 조계종출판사(2008)


태그:#지명스님, #인연, #징검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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