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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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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하늘을 살포시 어루만지는 달은 마치 "은쟁반처럼 하늘에서 밝게 빛나고, 맑은 밤에는 너무나 선명해 가까워 보여서 힘껏 뛰어오르면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만 같다."(책 11쪽)

인류는 지구와 약 38만 킬로미터 떨어진 달에 1968년 아폴로 11호를 통해 두 발을 내딛었다.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이글호(착륙선)에서 내려 달 지면 위를 거니는 모습은 전 세계를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다.

하지만 달 착륙의 위업에는 둘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사령선인 컬럼비아호에서 그들과 함께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마이클 콜린스도 있었다.

<플라이 투 더 문>(뜨인돌 펴냄)은 사령선 조종사였던 마이클 콜린스의 인생과 꿈, 도전, 그리고 우주와 달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우주과학 에세이'라는 거창한 부제를 단 책의 표지에는 '미국 국회 도서관 선정 올해의 청소년 도서'라거나 '미국 과학교사 협회 주목할 만한 우수 과학도서'와 같은 수상 경력이 있어 눈길을 끈다.

낭만과 감성으로 가득한 미지의 세계로 가는 여정

이런 장르의 책을 보았을 때 흔히 예상할 수 있는 것들.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도입부로 시작해 다시 과거로 돌아갈 것이고, 달과 우주를 꿈꾸었던 자신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할 것이다. 애국심으로 무장한 문장이 가득할 테고, 자신이 할 일이 인류 모두를 위한 업적이라고 추켜세울 수도 있다.

굳이 말하자면 이 책은 그런 고정관념에서 한 치도 벗어남이 없다. 익숙한 전개로 글을 이끌어 나가고, 나올 법한 과학지식과 상식들이 나온다. 달이나 우주에 대한 비유나 상징 자체도 사실 그렇게 신선하지는 않다. 부제를 보아서 알 수 있는 감성적 문체 또한 예상에서 빗나가지 않는다.

작가가 실제 투입되었던 조종사 출신이라는 것은 이 책의 결정적 장점인 동시에 한계가 된다. 매우 힘들었을 것이 분명한 훈련 과정과 실패, 그리고 그걸 극복하고 이뤄낸 업적. 또한 비행 상황의 긴박한 전개와 우주를 묘사하는 장면은 분명히 그이기에 가능한 긍정적 요소이다.

하지만 내부에 속했던 자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단점도 있는 법. 자신들의 업적을 맨 꼭대기에 올리기 위해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거나, 은폐된 진실을 외면할 수도 있다.

"언제나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미지의 영역을 하나하나 개척하며 번영을 일궈냈다 (중략) 인류는 바다의 가장 깊은 밑바닥을 탐사했고 가장 높은 산에 발자국을 남겼다." (5쪽)

"사령선에 알맞은 이름을 정하는 것은 정말로 힘든 선택이었다. 최종적으로 우리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탐험정신과 우리의 달 탐험을 연결시켜 사령선의 이름을 컬럼비아호로 결정했다." (174쪽)

'미지의 세계' 개척했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책

<플라이 투 더 문>은 미지의 세계를 개척했다는 점에 끊임없이 강조점을 둔다. 하지만 원주민을 무차별 학살했던 컬럼버스에 대한 강조나, 끊임없는 개발과 진보만을 강조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뜨악하지 않을 수 없다. 앞뒤 가리지 않는 개척은 인류의 일부에게만 도움이 될 뿐, 나머지 사람들과 자연에는 오히려 해가 될 따름이다.

미국적 아름다움과 가치에 경도된(그럴 수밖에 없는) 작가는 끊임없이 모험에 대한 감성적 문장들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그 길게 늘어진 그림자 뒤에 자신들이 세워놓은 거대한 기계에 어떤 결함이 있는지, 누가 피해를 당하지 않았는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말미에 환경과 세계를 걱정하는 부분도 나오지만, 이는 극히 작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그는 달 착륙의 위업이라는 찬사에 휩싸여서 시종일관 우쭐한 기분으로 이 글을 쓴 것처럼 보인다. 글 내내 우주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듯 표현한 몇몇 문장들을 보면 특히나 그렇다.

"어느 날 왼손에는 검은 노트, 오른손에는 테니스공을 들고 근심에 잠긴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면 여러분은 우주인을 만나는 행운을 누린 것이다." (112쪽)

<플라이 투 더 문>은 말미에 리브라, 달의 마을 등 가능성 있는 미래도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모두 지구를 벗어난 가상의 도시. 그는 이를 무중력, 물의 공급, 탄소와 질소 등의 요소들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흥미로운 장면이지만 대단히 긴박하고 짧게 끝낸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이 책이 다른 우주과학 에세이와 차별을 두려면 이 점을 좀 더 강조해야 했을 것이다.

아폴로 11호의 이글호에 탑승했던 버즈 올드린에 대한 언급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우주로부터의 귀환>을 읽어본 이라면 흥미를 가질 부분이다. 차이가 있다면 다카사의 책이 올드린이 우주여행 이후 광인이 된 모습을 다양한 각도로 접근한 반면, 이 책은 그걸 거의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드린이 우주선 내에서도 닐 암스트롱과 마이클 콜린스에게 사실상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는 다카시의 책과 모두가 훌륭하게 잘 지냈다고 말하는 콜린스의 책 사이에는 무언가 거리감이 느껴진다.

<플라이 투 더 문>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노력과 우주에 대한 세밀한 묘사, 그리고 탄탄한 지식 등 과학 에세이가 가져야 할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미국적 가치를 외치며 마치 미국의 우주여행이 인류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식의 표현법은 사람에 따라선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우주여행의 심정과 과정을 듣고 싶은 것이 목적인 경우에는 추천해 줄만 하다.


플라이 미 투 더 문 1

이수영 지음, 청어람(2007)


#플라이투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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