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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전자 용역과 직원들이 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기륭전자 앞에서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와 용역직원들과 충돌이 벌어져 몸싸움을 하고 있다.
 기륭전자 용역과 직원들이 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기륭전자 앞에서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와 용역직원들과 충돌이 벌어져 몸싸움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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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전자 용역과 직원들이 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기륭전자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용역 직원들과 충돌이 벌어져 몸싸움을 하고 있다.
 기륭전자 용역과 직원들이 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기륭전자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용역 직원들과 충돌이 벌어져 몸싸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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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바꿔, 거짓은 다 바꿔. 바꿔 바꿔, 세상을 다 바꿔."

15일 서울가산디지털단지 기륭전자 앞. 가수 이정현의 '바꿔'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회사 측이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의 기자회견을 방해하기 위해 스피커를 켜 놓은 것.

회사 정문은 건장한 용역 경비들이 막고 섰다. 그 앞에서 이날 새벽 농성장을 침탈당한 기륭전자 조합원들은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사측은 이날 아침 7시부터 회사 직원들과 용역 경비들을 동원해 농성 중이던 조합원들을 끌어내고 지게차 등 중장비까지 동원해 농성장을 철거했다. 그리고 회사의 생산 설비들을 컨테이너에 담아 빼갔다.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은 "1100여 일 동안 계속된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에 폭력밖에 내놓을 것이 없었느냐"고 울부짖었다.

기자회견장에 울려퍼진 댄스 음악 '바꿔'

"자본이 싫으면 북한으로 가라, 당신들은 국가를 해롭게 하는 이적단체."

기자회견장에 울려퍼지던 노랫소리가 잦아들자 스피커에서는 위와 같은 발언이 흘러나왔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기륭전자의 기획이사였다. 이 말에 회사 앞마당에 앉아 비상 대기 중이던 직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몇몇 직원은 손에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기자회견을 하던 조합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회사 정문을 막아선 채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용역 경비 한 명은 "이럴 바에야 차라리 다른 좋은 회사에 가면 되지 않느냐"며 "시간 낭비다,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중 회사에서 나온 차량 한 대가 기자회견장을 짓밟으면서 양측은 격렬하게 충돌했다.

기륭전자 용역과 직원들이 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15일 오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기륭전자 앞에서 용역 직원(오른쪽)들과 충돌이 벌어져 몸싸움을 하고 있다.
 기륭전자 용역과 직원들이 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15일 오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기륭전자 앞에서 용역 직원(오른쪽)들과 충돌이 벌어져 몸싸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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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장에 설치된 현수막이 짓밟히자 조합원들이 차량 진행을 막아섰다. 이를 보고 뛰어 나온 회사 직원 100여 명과 용역경비 30여 명이 이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서로 멱살을 잡고 밀치고 욕설이 난무하는 험악한 상황이 발생했다. 10여 명의 조합원과 회사 직원들이 넘어지거나 밟혀 부상을 당했다. 회사 측이 동원한 용역 경비 중에서는 여성들도 포함돼 있었다.

조합원들은 기자회견에서 "회사 측은 한국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 된 회사 앞 농성장을 무자비하게 철거하면서 이에 항의하는 여성노동자들과 기자들에게 서슴지 않고 폭력을 행사했다"며 "이는 노동자가 정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물리적 터전마저 없애 버리겠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 정문 앞에 설치한 컨테이너

정종권 진보신당 집행위원장은 "탈세하고 회사에 해를 끼친 이건희 전 회장에게는 거의 대부분 무죄를 선고하고 1100여일을 넘게 싸워온 노동자들은 용역 폭력으로 짓밟는 것이 '이명박표' 법과 질서"라고 비판했다. 조영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기획위원장도 "기륭전자 사측은 이런 폭력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철거된 농성장을 이날 다시 복원할 계획이다. 이들은 "조합원들과 시민들의 눈물이 깃든 천막과 농성장이 부서져도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차별받는 비정규직이 없어지지 않는 한 컨테이너는 다시 세워질 것이고 천막은 다시 쳐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조합원들과 농성장 철거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시민사회단체 인사들, 대학생 등 100여 명은 다시 항의 집회를 열고 촛불 문화제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조합원들은 오후 6시에 회사 정문 앞에 농성에 쓰일 컨테이너를 다시 설치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학생들이 15일 오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기륭전자 앞에서 기륭전자 노조 농성장 강제철거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비정규직 차별 대우 철폐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학생들이 15일 오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기륭전자 앞에서 기륭전자 노조 농성장 강제철거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비정규직 차별 대우 철폐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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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와 학생들이 15일 오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기륭전자 앞에서 기륭전자 노조 농성장 강제철거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농성에 쓰일 컨테이너를 다시 설치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학생들이 15일 오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기륭전자 앞에서 기륭전자 노조 농성장 강제철거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농성에 쓰일 컨테이너를 다시 설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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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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