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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어머니는 학습보다는 바른 인성을 중요시했습니다.
이 어머니는 학습보다는 바른 인성을 중요시했습니다. ⓒ 윤태

 

왕따 문제에서 출발해 일반 공교육과는 다른 교육을 위해 공부 매우 잘하는 딸을 굳이 학력 인정이 안되는 대안중학교에 입학시키기로 결정한 부모님 관련 기사를 얼마전에 올렸습니다. 지금 아이와 부모님은 어떻게 됐을까요? 최근 그 친구 어머니께 현재 진행상황을 좀 들어봤습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그 대안중학교는 그냥 지원서만 낸다고 다 들어가는게 아니었습니다. 1차 서류, 2차 캠프 심층 면접, 3차 아이와 학부모 교사간 3자 인터뷰 라는 관문이 있었습니다. 마치 대기업 들어가는 것과 흡사합니다.

 

1차 서류는 무난히 합격했고 지난 주에 캠프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같이 입학하게 될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말이죠. 2박3일 동안의 캠프에서 이 아이가 과연 공동체 생활에 문제가 없는지 혹은 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문제가 없는지 등을 살펴봤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공동체 생활에 무난한 성격인지 혹은 어떤 면에서 애로사항이 있는지를 교사들이 철저히 분석하고 아이의 인성을 파악했다고 합니다. 이정도 되면 왕따 문제는 발생할수가 없을 듯 합니다. 오히려 서로 돕고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이 더욱 강해지겠지요.

 

이번 캠프에서 처음에는 장애인 친구들이 이상하고 불편한 마음도 들었지만 2박 3일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불편해 보일 뿐 실제로는 보통의 아이들과 다를바 없다는 것을 깨닫고 왔다고 합니다. 장애인 친구들과 한 생활이 딸 아이에게 있어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편견을 버리고 마음으로 대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제 3차 관문만이 남았습니다. 아이와 학부모, 교사간의 3자 인터뷰에 통과해야만 이 대안학교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제가 3년째 이 아이를 봐온 걸로 비춰볼 때 별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재미난게 있습니다.

 

1차 서류 준비과정에서 이 친구 엄마 아빠가 두꺼운 교육 관련 이론서를 각각 읽고 적잖은 분량으로 자녀의 향후 교육관이 드러나게 독후감 형식으로 과제,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독후감이 서류 전형 당락의 중요한 요인이기도 했죠. 이공계 전공인 이 아이 아빠는 며칠만에 완성하고 나서 “아, 글쓰는게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체질에 안맞는다”고 했다고 어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한달에 두 번 엄마 아빠가 이 학교에 가서 의무적으로 일정 시간의 교육을 받아야합니다. 일반 학교처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교사들의 손에 맡겨버리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학교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은 처음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경쟁구도의 학습이 아닙니다. 서로 돕고 힘들어하는 친구는 끌어줘야 하는 상호 협동적 시스템입니다. 이 학교 아이들은 방과후 절대 학원에 갈 수 없습니다. 심지어 방문 학습도 허용이 안됩니다.

 

이를 어길 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신 수업시간이 일반 학교에 비해 길고 방과 후 학교 자체에서 별도로 학습하는게 있다고 합니다. 경쟁을 목적으로 공부할 친구라면 학원으로 가겠지만 이 대안학교는 경쟁을 안하고도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교육을 지향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또한 아이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주 많은데요 주로 다양한 위인들이 갖는 직업군이 나온 책을 읽어야한다고 합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역할 행동’을 학습하는 거라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여러 위인들의 다양한 직업군을 접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라는 것이죠.

 

이 밖에 한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모든 학생들이 A4 용지 약 20페이지 분량으로 ‘에세이’를 써야한다는 겁니다. 고학년일수록 그 분량은 늘어나겠지요. 한 두 장 쓰기도 결코 쉽지 않은데 스무장이나 쓰라니 좀 벅차 보일 수도 있습니다.

 

독후감이나 일기를 쓰라는 게 아니고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고 목적의식을 갖고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기 위한 일환으로 그 에세이를 쓰게 한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어머니께 내용을 들어보니 공교육하고는 많이 다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학부모가 학교에 적극 참여해야 하고 아이들과 함께 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 아이, 교사, 부모가 함께 해 나가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저는 흥미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교육관이 무척 마음에 들기도 하구요. 한마디로 이상적인 교육 시스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3차 관문 꼭 통과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티스토리 블로그에 송고했습니다.


#대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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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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