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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면 월요일마다 함께 공부 모임을 갖는 분들과 '소석원'(笑石園)으로 불리우는 곳을 찾는다. 경남 진주시 명석면에 있는 돌로 만든 작은 집이다. 진주시 명석면은 임진왜란 때 진주성을 짓는데 돌을 다 가져가서 이곳 돌들이 울었다고 해서 명석(鳴石)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울음이 있는 돌'(鳴石)이라는 동네 한 곳을 한 사람이 20년 이상을 작은 돌멩이에서 큰 돌을 하나 하나 옮겼겨 '웃음이 있는 돌'(笑石) 정원으로 만들었다. 세속을 벗삼아 살아왔던 삶을 뒤로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온 20년 이상 삶을 녹인 소석원은 찾는 나그네 모두에게 편안한 쉼을 준다.

 깊은 산에 있는 돌집 전경. 가을이 깊어가고 있지만 아직 낙엽은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깊은 산에 있는 돌집 전경. 가을이 깊어가고 있지만 아직 낙엽은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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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석원은 화려하지 않다. 뽐내지도 않는다. 자신을 자연과 그대로 보여준다. 사람 손이 거쳤기 때문에 인공미가 풍기지만 사람이 거쳐간 곳이라면 인공미가 없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사람냄새를 조금만 거둔다면 잠간 동안 세속에 찌든 몸을 씻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특히 나무들은 자신이 태어난 그곳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 손길이 지난 흔적을 조금이나마 지울 수 있다.

 손으로 돌 하나 하나를 쌓아 올린 주인 손길
 손으로 돌 하나 하나를 쌓아 올린 주인 손길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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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석원은 돌로 만든 정원이다. 20년 이상을 돌과 하나되어 조금씩 만들었기에 주인은 급하지 않다. 길손들에게 눈길을 끄는 곳은 돌로 만든 왕좌이다. 돌로 임금님 자리를 만들었다. 황금으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돌로 만든 자리에 앉아 임금님 한 번 되어 보는 재미를 모든 길손은 한 번씩 경험한다.

 돌로 만든 왕좌 모습. 이곳을 찾는 모든 나그네가 한 번씩은 이 돌왕좌에 앉는다.
 돌로 만든 왕좌 모습. 이곳을 찾는 모든 나그네가 한 번씩은 이 돌왕좌에 앉는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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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돌로 만든 소석원을 찾은 나그네들은 오랜만에 쉼을 누렸다. 진주가 작은 도시라 서울과 부산 같은 큰 도시에 비하면 사람 사는 냄새가 있지만 콘크리이트 문명은 사람에게 생명감을 주지 못한다. 생명감을 경험하려는 이들이 30분 가량 달려 소석원을 찾을 때마다 콘크리이트가 줄 수 없는 생명을 경험하면서 논쟁과 토론을 할 때마다 생명력을 회복할 수밖에 없다.

 네 명의 나그네가 돌과 나무와 함께 가을을 누리고 있다.
 네 명의 나그네가 돌과 나무와 함께 가을을 누리고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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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소석원을 찾았지만 아직 들어가보지 못한 곳이 있다. 소석원에서 가장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다. 주인과 함께 한 시간을 간직한 곳이기에 더욱 정감이 간다. 언뜻보면 쓰러질 것같은 느낌도 들어 발을 내딛지 못했다. 바람이 불면 '삐거덕' 하는 소리까지 들리는 곳이 불안감과 정감이 함께 하는 집이라 언젠가는 들어가 볼 참이다.

 가장 들어가고 싶은 곳이지만 아직 들어가보지 못한 집이다.
 가장 들어가고 싶은 곳이지만 아직 들어가보지 못한 집이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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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돌, 사람이 함께 하는 소석원은 콘크리이트 문화가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하는지 알게 한다. 입소문 때문에 찾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사람 발길이 뜸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지만 이는 너무 욕심이리라. 아직 가을이 깊지 않았는지 나뭇잎에 붉은 물이 들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소석원은 잠시 거쳐가는 쉼터일 뿐 내가 끊임없이 살아갈 곳은 생명없는 콘크리이트 문명이었다. 이것이 사람 사는 인생이이 어쩔 수 있으랴. 아직 나는 생명없는 콘크리이트를 거역할 배짱이 없으니.


#소석원#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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