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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확철 농기계사고로 인한 농민 사망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은 수확중인 콤바인
수확철 농기계사고로 인한 농민 사망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은 수확중인 콤바인 ⓒ 강태선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을 친다.'

 

요즘 뉴스를 접하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다. 이젠 가짜 농민이라니. '가짜 의사'

, '가짜 공무원' 이야기는 숱하게 들었으나 '가짜 농민'은 금시초문이다. 그 가짜들 중에는 돈 많고 지체 높은 분들도 있다하니 드디어 농자천하지대본이라도 실현된 것인가?

 

그러나 현실은 농자천하지대본은 고사하고 농업은 천하에서 가장 위험한 산업임은 분명한 것 같다. 수확철 농기계사고로 인한 농민 사망이 줄을 잇고 있다. 10월 9일에는 김제에서 10월 13일에는 이천에서 농민이 콤바인이 전복되어 사망했다. 10일에는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경운기를 승용차가 추돌하여 3명의 농민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도 있었다.

 

이렇게 해마다 수많은 농기계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몇 명의 농민들이 농기계사고로 사망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농민은 자영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산업재해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서도 농기계사고는 교통사고나 기타 비슷한 다른 원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비슷한 조사가 있으나 3년에 한 번 그것도 일부 지역에 대한 표본조사로 국한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온전히 파악하기 힘들다.

 

농기계사고 문제의 전체 규모는 알 수 없으나 표본조사에 의한 농기계사고의 심각성을 조사한 사례는 있는데,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농기계재해 한 건당 농민들은 평균 1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기계사고 한 건이면 곧 파산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농림수산성에서 농기계로 인한 사망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농기계재해로 해마다 300~400명의 농민이 사망한다고 한다. 사망률로 보면 일반 산업재해보다 약 3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농기계 재해의 심각성에 주목하여 예방을 위한 다각도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농기계 제조업체에 대한 안전책임을 강화하였고 지방정부에서는 농기계사고 제로(zero)운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불과 며칠 전인 10월 8일에야 농촌진흥청에 농업재해예방과가 신설되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이다.

 

농기계사고, 가짜농민에겐 없는 일이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비료구매실적보다는 크고 작은 농기계사고 이력이 아닐까? 농민들과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그 만큼 농기계사고가 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체계적인 관련 연구와 대책이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강태선 기자는 노동부 산업안전근로감독관입니다. 이 기사는 김상진기념사업회 회보 '선구자'에도 송고하였습니다. 


#농기계사고#산업재해#농업재해#농민#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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