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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제작 과정을 목도하는 것만으로도 옹기에 대한 사랑이 샘솟게됩니다.
▲ 허진규 옹기장 그 제작 과정을 목도하는 것만으로도 옹기에 대한 사랑이 샘솟게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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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가 10월 9일부터 11월 8일까지 울산대공원과 울주의 외고산옹기마을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엑스포에 앞서 9월 3일과 4일, 양일간에 헤이리의 한향림갤러리의 야외 데크에서 외고산 옹기마을의 허진규 옹기장을 모시고 옹기만들기 시연이 있었습니다.

옹기는 그 값진 쓰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진규 옹기장이 이틀에 거쳐 굵은 구슬땀을 흘리며 보여준 그 과정을 목도하는 것만으로도 옹기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는 기회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즘은 옹기사용이 줄었지만 내외가 소통되는 우리 옹기의 신비는 플라스틱 그릇으로 대체될 수 없습니다.
▲ 허진규 옹기장의 옹기제작 시연 이즘은 옹기사용이 줄었지만 내외가 소통되는 우리 옹기의 신비는 플라스틱 그릇으로 대체될 수 없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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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의 옹기장

허진규 옹기장은 울주의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25년 동안 외고집으로 옹기작업을 하고 있는 분입니다. 현재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제대로 된 옹기를 만들면 어릴 적부터 몸으로 익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학교에 입학하는 대신 옹기의 원료인 조대질(흙)을 채취하고 이것으로 흙탕을 만들어 잡물을 제거한 다음 그릇 만드는 흙으로 정제하는 밑일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생질꾼과 수비꾼 노릇을 하느라 학교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옹기장이 되고 나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달래고 있습니다. 자신의 딸이 초등학교 5학년이니 딸보다 2년 후배인 셈입니다.

허진규옹기장의 일을 돕고 있는 조수. 조대질을 채취하고 정제하는 밑일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생질꾼과 수비꾼 일을 하면서 흙과 하나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 생질꾼과 수비꾼의 나날이 있은다음 비로소 옹기 빗는 일로 넘어갈 수 있다. 허진규옹기장의 일을 돕고 있는 조수. 조대질을 채취하고 정제하는 밑일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생질꾼과 수비꾼 일을 하면서 흙과 하나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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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을 만들어야 사용할 수 있는 옹기가 된다

생질꾼과 수비꾼의 생활이 끝나고 바로 옹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장의 작업을 돕고 작업 뒤의 뒤처리를 하는 건아꾼의 생활이 이어지고 나서야 날그릇을 만드는 물레칸 작업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5년쯤은 만들고 부수는 작업의 되풀이라는군요. 한 5년쯤의 수련을 거쳐야 비로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옹기가 된답니다.

능력은 세월에 의해 여물어 지는듯 싶습니다.
▲ 허진규 옹기장의 옹기제작 시연. 능력은 세월에 의해 여물어 지는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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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규 옹기장의 작업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바탕작업

물레 위에 백토가루를 먼저 뿌리고 흙뭉치를 올린 뒤 소나무로 만든 방망이로 두들겨 적당한 두께가 되도록 한 뒤 물레를 회전시키면서 나무칼인 밑가새로 원하는 만큼 바깥쪽을 도려내어 옹기의 바닥을 만듭니다.

백토가루를 뿌리는 것은 완성후 물레에서 옹기를 분리하기 쉽게하기 위해서입니다
▲ 바탕작업 백토가루를 뿌리는 것은 완성후 물레에서 옹기를 분리하기 쉽게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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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태림질

밑바탕이 완성되면 그릇의 벽을 쌓아 조형을 하는 태림질로 이어집니다. 다져진 흙덩어리를 떡가래와 같이 늘어뜨린 질재기를 한 단씩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태림질을 계속해 나갑니다. 질재기를 서너 단 쌓아올린 다음 옹기면을 다듬기 위해 수래와 도개를 이용해 그릇벽을 고루 두들긴 다음 근개를 이용해 표면을 고르게 만듭니다.
질재기를 한단씩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벽쌓기를 하는 것을 태림질이라고 합니다.
▲ 태림질 질재기를 한단씩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벽쌓기를 하는 것을 태림질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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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잡기

원하는 크기로 조형이 완성되면 마지막에 주둥이 규격을 정한 뒤 목가새라는 흙칼로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낸  다음 물가죽으로 그릇의 아구리 모양을 완성합니다. 이처럼 옹기 윗부분을 마름하는 것을 전잡기라 합니다.

그릇의 어깨부분의 벽쌓기를 끝내면 물가죽으로 아구리작업을 완성합니다.
▲ 전잡기 그릇의 어깨부분의 벽쌓기를 끝내면 물가죽으로 아구리작업을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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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장식하기

그릇의 배 부분이나 어깨 부분에 통띠나 용띠를 만들고 선이나 도장으로 장식을 넣습니다. 장식이 끝나고 그릇밑을 곱게 깎아냅니다.

근개작업으로 면을 다듬은뒤 그릇의 배부분이나 어깨 부분에 선이나 도장으로 장식합니다.
▲ 장식하기 근개작업으로 면을 다듬은뒤 그릇의 배부분이나 어깨 부분에 선이나 도장으로 장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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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손잡이 만들기와 옮기기

허진규 옹기장은 손잡이를 만들어 붙이고 들보를 이용하여 두 사람이 물레 밖으로 들어내는 것으로 첫날의 시연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흙으로 하는 마지막 작업입니다.
▲ 손잡이 만들기 흙으로 하는 마지막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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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마치면 작은 것은 대장 혼자 들체를 이용해 물레에서 내리지만 대형 그릇은 사진과 같이 들보를 이용하여 두사람이 함께 옮깁니다.
▲ 옮기기 작업을 마치면 작은 것은 대장 혼자 들체를 이용해 물레에서 내리지만 대형 그릇은 사진과 같이 들보를 이용하여 두사람이 함께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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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다른 옹기를 똑같은 절차로 시연하는 것에 다른 과정이 하나 더 추가 되었습니다. 바로 이틀에 걸쳐 땀을 쏟아 만든 그 옹기를 부수는 작업이었습니다. 시연으로 만든 옹기를 건조하고 잿물 탕속에 넣어 잿물을 입힐 수 없기 때문에 다시 본래의 흙으로 되돌린 것입니다.

이틀동안 만든 그릇을 부수러뜨렸습니다. 5년쯤은 이처럼 땀흘려 만든 것을 다시 부수어야하는 허무를 되풀이 해야된답니다. 저는 그 안타까움을 달래볼 요량으로 손잡이 부분을 간직했습니다.
▲ 장인은 끊임없는 반복의 결과이다 이틀동안 만든 그릇을 부수러뜨렸습니다. 5년쯤은 이처럼 땀흘려 만든 것을 다시 부수어야하는 허무를 되풀이 해야된답니다. 저는 그 안타까움을 달래볼 요량으로 손잡이 부분을 간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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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옹고집으로 만들어진 옹기의 신비

옹기는 공기를 내외로 소통케하는 신비한 기능 외에도 그 질박한 모습이 우리 선조들의 심성을 닮았습니다. 흙과 물과 불 그리고 도공의 고혈로 만든 전통옹기가 하루에 100개도 더 쏳아내는 자동기계의 그것과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옹기를 만드는 도구와 쓰임,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옹기
▲ 장인과 함께한 옹기 만들기의 도구들 옹기를 만드는 도구와 쓰임,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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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지방별 옹기들이 고루 수집되어 진열된 한향림 갤러리의 야외 데크에는 수많은 도공들의 혼이 열병하는 듯했습니다. 허진규 옹기장은 앞선 장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도공이 되기 위해 초등학교의 의무교육조차 포기했던 분입니다. 허진규 옹기장께서 질재기를 어깨에 메고 태림질을 하면서 흘리는 땀방울을 보면서 한 분야의 장인이 된다는 것의 숭엄함을 알겠습니다.

노을동산 아래 수많은 옹기들이 모셔진 곳에서 의식처럼 행해진 옹기제작시연은 신비한 옹기의 질박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외길을 가는 이의 숭고함도 함께 일깨워주었습니다. 

작년, 울산시와 울주군 공무원 3분이 1박2일 일정으로 모티프원을 다녀가셨습니다. '2009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를 준비 중이라 하셨고, 모티프원의 방문도 그 준비의 일환이라 했습니다. 그분들이 울주군의 외고산 옹기마을에 대해 상세히 들려주셨습니다. 10월 9일부터 11월 8일까지 계속되는 옹기문화엑스포가 사그라져가는 우리 것들에 대한 자부심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노을동산 아래 수많은 옹기들이 모셔진 곳에서 의식처럼 행해진 옹기제작시연은 신비한 옹기의 질박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외길을 가는 이의 숭고함도 함께 일깨워주었습니다. 작년, 울산시와 울주군 공무원 3분이 1박2일 일정으로 모티프원을 다녀가셨습니다. '2009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를 준비 중이라 하셨고, 모티프원의 방문도 그 준비의 일환이라 했습니다. 그분들이 울주군의 외고산 옹기마을에 대해 상세히 들려주셨습니다. 10월 9일부터 11월 8일까지 계속되는 옹기문화엑스포가 사그라져가는 우리 것들에 대한 자부심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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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motif_1 에도 포스팅되었습니다.



태그:#옹기, #옹기만들기,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 #한향림갤러리, #허진규옹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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