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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강원도 양양군에 있는 갈천약수를 찾았다. 갈천약수 역시 설악의 오색약수나 청송의 달기약수처럼 광천수. 증명이라도 하듯이 약수물이 샘솟는 주변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보골보골 샘솟는 물을 한바가지 떠서 맛을 봤다. 톡 쏘는 그 맛은 감미만 첨가했다면 사이다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탄산성분이 풍부했다. 또 미원 물을 마시는 것처럼 감칠맛이 남았다. 

 

마침 참시간이고 해서 약수물로 라면을 끓였다. 그 맛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라면 특유의 기름 냄새나 인공화학조미료의 냄새는 온데 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라면을 먹고 나서는 또다시 약수물로 커피를 끓였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커피 향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향기 없는 커피는 정말 못 마셔 줄 맛이구나 싶었다.

 

유명한 약수터 주변에는 반드시 닭백숙집이 있다. 약수와 닭이 잘 어울릴까? 라면과 커피 경험으로 보면, 닭이 지니고 있을 수 있는 잡내는 확실하게 제거된다고 본다. 그뿐일까? 삼계탕 전문점 오색약수삼계탕 집에 걸려있는 내용 일부를 옮겨본다.

 

저희 약수는 철분과 칼슘등의 미네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그로인해 소화가 잘되게 도와주며 혈액순환, 고혈압, 당뇨, 신경통 등에 좋고....

 

아니다. 한약방 같은 얘기는 말고 맛 적인 부분을 살펴보자.

 

닭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게 하고 육질을 부드럽게 하여 더욱 맛이 좋습니다. 저희 업소에서는 인삼대신 더덕을 사용하고 엄나무, 구기자, 대추, 밤, 마늘 등 여러가지 약재를 약수와 함께 끓여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삼계탕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그렇지! 이 글에서는 이런 얘기를 소개해야지. 암튼 약수가 닭을 만나면 좋다고 한다.

 

약수삼계탕을 찾아서

 

오금역 4번출구로 나오면 바로 경찰서가 서있다. 경찰서를 끼고 우회전 후 바로 좌측 길로 들어서면 삼계탕집이 나온다. 맛객이 서울 시내 많고 많은 삼계탕집들 다 놔두고 이집을 찾은 이유는 딱 한가지. 바로 약수로 끓인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약수물의 위력을 몸소 깨달은 맛객이다 보니 거리상의 압박을 극복하고 부러 찾았다.

 

업소가 2층에 자리 잡고 있는데다  내부 역시 평범해, 순간 괜히 왔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오는 삼계탕을 보는 순간 그 의구심은 약수물에 날아간 라면냄새처럼 금세 살아지고 말았다.

 

 

보라! 닭과 국물뿐인 삼계탕을. 그 흔한 파 하나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겉모습만 잘 보이려는 음식이 판치는 요즘에 이처럼 가식 없는 삼계탕이 또 있을까? 이건 자신감이다. 파나 후추를 굳이 넣지 않은 건 국물에 자신이 있기 때문일 터. 반대로 약수물로 끓이지 않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이 집의 옥호는 오색약수삼계탕. 물어보니 상호와 달리 사용하는 약수가 오색약수는 아니라고 솔직하게 답변한다. 작년인가 언제인가 강원도에 큰물이 났을 때, 오색약수 역시 흘러내린 흙더미에 묻히고 말았다. 물론 지금은 복구를 했지만 그런 이유로 오색약수 조달이 쉽지 않아 충북 청원군에서 가져온다고 한다. 혹, 초정리광천수라고 들어는 봤는지. 바로 그 약수물을 일주일에 40여만원씩이나 주문배달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국물 한술을 떴다. 첫느낌... 맑다! 맛은 담백하고 깔끔하다. 물처럼 맑지만 예상대로 닭 내는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 몇술을 계속해서 떴다.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맛객은 솔직히 삼계탕을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다. 삼계탕보다는 제대로 성숙된 닭으로 만든 백숙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삼계탕을 멀리하는 이유는 닭의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삼계탕은 닭과 약재, 좋은 물 세가지면 족하다.

 

하지만 유행처럼 모두 호두 같은 견과류를 갈아 넣고 있는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 구수한 맛은 더할지 몰라도 국물이 탁해질 뿐 아니라, 삼계탕 본연의 맛까지 반감시킨다. 아마도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그런 방식을 선택 했나 본데, 식재에 자신이 없을수록 첨가물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집은 철학이 있는 건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인삼대신 더덕을 넣는다. 닭이 인삼과 음식궁합이 잘 맞는다지만 모든 이에게 이로운 건 아니다. 사상체질에 근거해 인삼이 약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독이 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덕은 모든 체질에 이롭기 때문에 강원도 횡성산을 대놓고 사용한다.

 

술 역시 삼계탕집 가면 반드시 따라 나오는 인삼주 대신 삼지구엽초주를 내놓는다. 고산에서 산양이 먹고 산다는 바로 그 약초로 담궈 6개월 이상 숙성시킨 술이다. 먹어본 바로는 맛과 향이 진해 담백하고 개운한 삼계탕과 아주 잘 어울렸다. 찬바람이 부는 이계절, 따끈한 삼계탕 한그릇 생각나면 또 다시 그곳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 


태그:#약수, #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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